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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명확한 기준 가지고 아나운서 도전하세요"

[이영광의 '온에어' 64] 유지수-백원경 CBS 아나운서

20.10.22 15:18최종업데이트20.10.2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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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절대로 하지 마라> 책 표지 ⓒ 흔들의자


 
지난 9월 CBS 아나운서 5명이 책 <아나운서 절대로 하지 마라>를 출간했다. '나대지 않고 은밀하게 아나운서 준비하기'란 부제가 달린 이 책에는 5명의 아나운서 준비 이야기와 아나운서 생활 등이 담겨 있다.

그런데 내용과 달리 제목이 도발적이라 느껴진다. 책 출간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가 궁금해 <아나운서 절대로 하지 마라>의 저자인 유지수, 백원경 CBS를 지난 16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지난달 <아나운서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소회가 궁금합니다.
유지수 아나운서(아래 유): "일단 보람있죠. 특히 방송은 녹음을 할 수도 있지만 보통 휘발이 된다고 그럴까요? 내 손을 떠난 다음에는 남는 느낌이 많지 않은데 활자로 단단하게 새겨져서 책이 나오니 그동안의 노력이 고스란히 날아가지 않고 온전히 남았다는 느낌이었어요."
백원경 아나운서(아래 백): "책을 쓰다 보니까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냥 매일매일 바쁘게 살았었는데 잠깐 멈춰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좀 많이 생각해보고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다 담다보니, 좀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CBS 여성 아나운서 5명이 저자예요. 출간 계기가 있나요?
: "작년에 <팝의 위로>라는 제 책이 흔들의자라는 출판사를 통해 나왔는데 그 출판사 대표님이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하는 준비생을 위한 책은 있지만, '이런 아나운서 절대 하지 마라'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 책은 없지 않느냐'라며 책을 내자고 얘기를 하셨어요."

- 제의받았을 때 어땠어요? : "감사하면서도 내 얘기가 도움은 될까, 다른 할 일도 많은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나운서로서의 이야기를 한 번쯤은 풀고 싶어서 결국 작업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 "사실 제가 입사를 준비하던 십수 년 전과 지금은 방송 환경이나 채용 과정이 많이 달라졌기에 나의 이야기가 실제적이 도움이 될 수 없을 것 같아 고민이 컸어요. 하지만 아나운서 지망생으로서 고민하는 지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할 거란 생각에 용기를 냈어요."

- 책에 대한 반응은 어때요?
: "주변 사람들은 일단 격려를 많이 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책을 내고 좀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거든요. '내가 뭐라고 이런 책을 내나'란 생각이 있었는데 회사 동료분들께서 '책 내길 잘했다.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서 외부에 많이 알리고 활동을 하라'고 격려해 주더라고요."  

백원경 CBS 아나운서 ⓒ 백원경 제공


 
- 제목이 한편으론 도발적으로 읽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목 선정 과정이 궁금해요.
: "아나운서 절대로 하지 말라는 제목이지만 저희 다섯 명이 다 아나운서를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제목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거죠(웃음). 제목을 자세히 보면 '나대지 않고 은밀하게 아나운서 준비하기'라고 되어 있거든요. 아나운서로 사는 어려운 고충을 담았지만 실제로는 보람과 행복이 더 많이 담겨 있어요. 아나운서 준비 시절에도 솔직한 경험담도 담겨있고요.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는 아무래도 (이렇게 하면) 주목을 좀 받지 않을까 했어요. 사람들이 책을 한 번 더 펼쳐봤으면 하는 의도도 있었죠."

- 부제가 '나대지 말고 은밀하게 준비하라'예요. 어떤 의미인가요?
: "빨리 결혼을 하고 싶더라도 '나 결혼하고 싶어서 선보러 나간다'라고 얘기하고 나가기보다는 몰래 하고(선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아나운서생 중엔 주변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조용히 준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제목을 이렇게 달았습니다."

- 동료 아나운서지만 다른 저자 이야기는 몰랐을 텐데 읽고 어떠셨어요?
: "동료들 이야기를 읽으면서 굉장히 공감됐어요. 저희가 내용에 대해선 전혀 상의를 안 했어요. 그런데 보니까 공통된 부분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어려움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니었고 동료들도 똑같이 느꼈다는 것에 위로를 받았어요. 또 참 친하고 잘 아는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제가 배운 부분도 있고요."

: "말로 할 땐 잘 몰랐다가 글로 만나니 그 사람을 성품을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했어요. '아 이 사람에게 이런 일도 있었구나', '이렇게 글을 쓰는구나' 등 좀 다른 성격의 다른 면을 봤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더 친해진 느낌이에요."

- 5명은 어떻게 구성하신 건가요?
: "아무래도 세계 아나운서 준비생을 위한 책이니까 아나운서 공채를 본 지가 오래 되지 않은 친구들 중심으로, 또 본인의 의지가 있는 친구들이 모여서 하게 됐습니다."

- 두 분이 아나운서를 준비하신 건 10여년 전이잖아요? 책을 쓰면서 아나운서 준비하던 때를 떠올렸을 때 어땠어요?
: "당시에는 분명히 되게 막막하고 힘든 시간도 많았을 텐데 돌아보니까 그때 정말 재미있었고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꿈을 가지고 뭔가를 이루겠다며 몰두하는 그 시간은 그 꿈을 이루든 못 이루든간에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그때는 취업준비생으로 꼬질꼬질했던 것 같지만, 지금 돌아보면 참 빛나고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책 쓸 때 열정이 다시 살아나더라고요."

: "저는 아나운서 준비에 관한 내용은 많이 쓰지 않았고, 아나운서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일단 그동안 맺힌 한풀이의 시간이 한 차례 있었어요. 아쉬움의 시간들이 있었는데 그 때를 잘 정리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 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요?
: "이걸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고 뽑는 숫자는 워낙 적잖아요? 문이 좁다 보니까 이렇게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는데 '과연 될까', '할 수 있을까' 하는 어떤 불안감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 불안한 시간을 견디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책 읽다 보니 백원경 아나운서가 백종원씨 말(백종원은 )을 인용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백종원은 올해 초 <골목식당> 방송분에서 "제가 말을 되게 잘할 것 같죠. 카메라를 대고 맨날 얘기하다 보니깐 되게 말을 공손하게 하는 게 습관이 돼 버린 거예요. 사람 습관이라는 게 웃기는 거다"라며 "잘하는 척하다 보면 잘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 편집자 말).
: "저도 사실 백종원씨 인터뷰를 보면서 굉장히 공감돼서 인용을 한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흥분도 잘하고 말도 빠르고 덜렁거리는 사람인데 처음 만든 방송이 심야 음악프로그램이었거든요. 차분하게 진행하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까 정말 톤이 안정되고 아나운서로서 목소리가 다듬어지더라고요. 또 제가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 다른 사람의 삶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방송을 하면서 청취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하다 보니까 진심으로 공감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맞장구를 치게 되고 정말 그 이야기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실제로 공감 능력이 많이 자라난 것 같아요. 이제는 길거리 걷다가도 어떤 사람이든 다 저의 청취자 같고 사람들의 모습에 애정을 갖게 되는 거예요. 사람 관찰도 많이 하게 되고요."

 

유자수 CBS 아나운서 ⓒ 유지수 제공


 
- 유 아나운서 실수담이 재미있던데. 책에 안 나온 실수담 이야기해 주세요.
: "제가 최근에 방송에서 PD와 3행시 짓기를 하고 있어요. 제가 운을 띄우면 PD가 3행시 짓는데 그날 절 약간 비하하는 개그를 했는데 순간 '아이씨'까지 나온 거예요. 제가 방송에서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달하고 팝송을 그럴듯하게 소개하다가 '아이씨' 하니 사람들이 '혹시 지수님 아이씨 이거 욕 아니죠?' 이런 사연이 올라와서 '또 내가 이랬구나'라고 가슴을 쓸어내렸죠."

- 아나운서의 매력은 뭘까요?
: "책을 보시면 다 알 수 있는데... 다 알려 드리면 책을 안 사실 테니까요(웃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방송하면서 척하다 보니까 좋은 사람이 된 것도 매력이고요. 또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몰랐던 부분, 관심이 없던 부분도 배우게 되고 그걸 통해서 성장하는 것도 전 아나운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아나운서가 아니어도 방송을 할 수 있는 많은 통로가 있잖아요. 하지만 그러면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 위주로 하게 되거든요. 근데 아나운서로서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다 보니까 내가 모르던 분야를 배우기도 하고 내가 만날 수 없던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그러면서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게 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지망생에게 한마디씩 해주세요.
: "아나운서는 참 멋진 직업입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고요. 근데 그 멋진 직업 안에는 거품도 많이 끼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그걸 조금 터트리는 책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십시오.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고 뒤돌아보지 말고 도전할 때는 지금은 그렇게 도전하실 때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거든요. 그리고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꿈이 내가 생각했던 꿈이 아닌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책을 통해서 실제 어떤 아나운서의 생활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또 준비하기 전에 내가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이유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자신만의 아나운서상을 생각하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도전하는 것은 응원하지만 무작정 계속 도전할 일은 또 아닌 거 같아요. 너무 문이 좁다 보니까요. 그래서 현실을 좀 명확히 보고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도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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