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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동선 거짓말 피해 커...'구상권' 사회 논의 진행되길"

[이영광의 '온에어' 63] < PD 수첩 > '슈퍼전파자와 구상금 청구서' 김호성 MBC PD

20.10.19 16:31최종업데이트20.10.2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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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한 장면 ⓒ MBC


 
코로나19로 인해 일상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지면서 이동을 제한하다보니, 요식업 등 자영업자 등의 피해가 적지 않다. 특히 코로나 확진자 동선 공개 과정에서 확진자가 다녀간 곳으로 확인된 음식점이나 가게 등은 기피 대상으로 낙인 찍히기도 하고 일부 확진자들이 동선을 속이며서 이에 들어가는 역학 조사 비용 또한 막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종종 이와 관련돼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3일 < PD수첩 >은 '슈퍼전파자와 구상금 청구서'에서 구상권 청구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방송 다음 날인 14일 취재를 맡은 김호성 PD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 방송 후 반응은 어떤가요?
"제가 따로 인터넷을 확인하진 못했는데 주변 PD들이나 동료들, 작가들은 '내용이 좋았다', '재밌었다'라고 했어요. 사실 < PD수첩 >에서 코로나에 대해 여러 번 방송을 해서 시작할 땐 사람들이 좀 식상해 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재밌게 봐준 것 같아요. 시청률도 지난 회차들보다는 좀 잘 나왔고요."

- 코로나19가 오래 지속되고 있고, 다른 방송이나 신문들에서도 많이 다뤄지고 있어서 프로그램 차별화 고민도 좀 하셨을 것 같아요. 
"코로나 구상권 관련해선 청구해야 한다, 왜 재판을 열지 않느냐는 여론이 많았죠. 근데 직접 취재를 하다보니, 방송에 나온 것처럼 방역법을 위반한 건 맞는데 구상권 청구까지 가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는 사례들이 나오더라고요. 지금 국민 법 감정은 벌을 줘야 한다는 주의인데, 우리가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사람들(방역법을 위반한)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으니 우리가 한 번 논의의 장을 마련해보자라고 생각했던 게 좀 차별적이지 않았나 합니다."

- 특히 슈퍼 전파자와 구상권에 대해 주목한 이유는 뭔가요?
"방송에도 나왔지만 구상권 청구 자체에 대한 국민 찬성률이 굉장히 높아요. 저 역시 사람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구상권 청구가 필요하고 거짓말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요. 그런데 취재를 하다보니 구상권 청구가 진행 안 되는 케이스가 있었고 본인은 거짓말을 하려고 했던 아니었던 사례도 있어서 상황 자체를 좀 정확히 들여다봐야 했어요. 

사실은 1부(코로나특집 '가짜뉴스와 음모론')와 연결된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퍼지는 가짜뉴스를 믿고 방역에 혼란을 주거나 지자체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에까지 해를 끼친 사람들이 있었던 거예요. 이런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피해자들도 생길 수 있어서 관심을 가졌죠. 그리고 자기 동선을 속여 피해를 준 확진자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이뤄지는 과정이 가감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등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지난 13일 방송된 < PD수첩 > '슈퍼전파자와 구상금 청구서'의 한 장면 ⓒ MBC


-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했나요.
"우선 구상권 청구에 대한 정확한 개념 이해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변호사들을 좀 많이 만나 구상권 청구 대해 들었죠. 근데 구상권 청구에 대한 시각이 좀 다양하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법조계 쪽 이야기를 들어봐야할 것 같았고요. 그 다음에는 각 사례가 있는 지자체나 보건소를 취재하고 사례자 만나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 해당 내용을 공부하는 게 어렵진 않았나요?
"구상권 청구라는 개념 자체가 엄청 복잡한 건 아니었어요. 그 부분보단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서 그 부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 등이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 그동안 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을까요.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적으로도 처음 겪는 일인 데다, 법조계 사람들 말로는 감염병 관련 국가의 구상권 청구가 아직 한 번도 없었다고 해요. 법무부에서 구상권 협의체를 만들었잖아요. 협의체에도 질의를 해서 응답을 받았는데, 그걸 보면 어떤 적정 기준을 세우고 어떤 사례는 (구상권을 청구) 하고, 어떤 사례는 하지 않는 그런 게 아니었어요. 협의체를 만든 건 올바르고 명확한 기준으로 구상권을 청구하기 위해서라고 했거든요. 그런 걸 보면 처음 겪는 일이다보니 논의가 잘 안 된 것 같고 지금 막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방송 도입부를 '인천 학원 강사' 사례로 시작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인천 학원 강사의 경우 개인으로서는 가장 많이 이슈가 됐고 또 형사처분을 받은 최초 사례잖아요. 근데 그 사람에 대해선 국가의 구상권 청구가 들어가지 않았어요. 논의를 처음 했을 뿐인 거죠. 사람들이 좀 헷갈리시는 것 같아서 '형사는 이런 거고 그 외에도 구상권 청구가 있을 수 있다'라는 것들 좀 설명하기 위해 앞부분에서 넣은 거예요. 명확한 형사처분 당한 최초의 사례니까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해당 학원은 문을 닫았어요.
"학원 원장과 통화하기도 했지만, 주변 사람들 얘기로는 그 지역에 확진자가 많이 나오다보니 잠시 영업을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했다고는 하더라고요. 근데 결국에는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19로 인해서 동선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했을 때 파급이 엄청 커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죠. 학원 원장은 자기가 운영 잘못해서 확진자가 나온 것도 아닌데, 문을 닫게된 상황인 거죠."

- 광화문 방문 사실을 부인하다가 확진된 창원 51번 사례를 보면 경제도 문제지만 접촉자 검사 비용으로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죠. 사실 지자체에선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이 이야기 하고 있어요. 접촉자가 천 명 단위가 넘어서니까... 대충 제 기억으론 한 사람당 (검사 비용을) 6만2000원 정도로 잡더라고요. 거기에 곱하기 1000을 해야 하니까 금액이 적지 않은 거죠. 이 분이 만약 동선을 속이지 않고 빨리 얘기했다면 이 정도 비용이 들지 않았을 것이란 건 사실 법원에서 판결해야 돼요.

지자체 돌아다니다 보면 얘기하는 게 병원 치료비예요. 근데 동선 속인 사람으로부터 병원 치료비를 따로 받지 않아요. 왜냐면 그 사람이 거짓말하든 안 하든  국가의 지원이 들어가야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란 거죠. 많은 지자체에서 우려하는 건 동선을 속였을 때 더 큰 비용이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모두 세금인데,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돈이 들어간 거니까요."
 

지난 13일 방송된 < PD수첩 > '슈퍼전파자와 구상금 청구서'의 한 장면 ⓒ MBC

 
- 방송에서 대학생 12명이 구상권 청구에 관해 화상 토론을 했어요. 추진한 이유가 뭔가요?
"우선 구상권 청구에 대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 보고 싶었어요. 길거리에서 만날 수도 있었지만, 코로나를 조심해야 되는 상황이다 보니까 어려웠어요. 대학생들이 줌을 통해서 화상으로 교육을 받고 있으니 그걸로 이들의 얘기 들어 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진행한 거예요."

- 방송엔 일부만 나왔을 텐데, 전체적인 토론 내용이나 분위기는 어땠나요?
"대학생들이지만 굉장히 똑똑해서 깜짝 놀랐어요. 또 구상권 청구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는 부분에서 긍적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도 우려의 목소리는 좀 있더라고요. 토론을 하면서 우리가 취재를 시작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방송엔 나오지 않았지만 대학생들에게 개별적이 사례들에 대해서도 다 물어봤거든요. 근데 되게 다양한 생각들이 나왔어요. 저에겐 토론 자체가 새로운 것을 알려준 계기가 되었어요."

- 구상권 청구에서 중요한 게 형평성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것이 저희가 전달하는 메시지 중 하나예요. 가령 기준이 다 달라서 어디는 청구하고 어디는 청구를 안 하면, 국민 사이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고 법 형평성 또한 굉장히 큰 타격을 입을 거예요. 국가 신뢰도에도 엄청 문제가 생기고요.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구상권 청구에선 형평성이 중요해요. 법학과 교수 중 많은 분들이 형평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 취재하며 느낀 건 뭔가요?
"코로나19로 인해서 피해 본 사람들이 너무 많고 힘들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까지는 기사를 보거나 아니면 간단한 인터뷰 정도의 뉴스로만 접했거든요. 그런데 그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많이 힘들어하시는 거죠... 사람들이 단순히 동선 하나 속이는 것이나 거짓말 하나 하는 것들이 엄청난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좀 알아야해요."

- 얼마나 힘들어하나요?
"프롤로그에만 간단히 나와 있는데 청평에 한 음식점이 있어요. 거기가 그쪽에서는 나름 장사가 됐데요. 그러나 지금은 간판부터 내부까지 싹 다 바꿨어요. 그 이유는 그쪽에서 확진자 한 번 나왔거든요. 그로 인해 이분도 확진된 거예요. 근데 가게가 시장에 있다 보니까 그 시장이 한동안 폐쇄됐어요. 자기는 얼마나 미안해요. 사람들이 다들 자이를 손가락질 하는 거 같죠. 물론 이분은 동선을 속였거나 이런 게 아니에요. 그냥 확진자 한 명이 자기네 가게 왔었고 그분이 입맛이 없다길래 밥을 열무김치에 비벼서 같이 드신 건데 확진된 거거든요. 어떻게 보면 본인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근데 그 후 이분은 주변의 따가운 눈빛을 받아야 했고, 방문하는 손님도 줄었고요. 그걸로 인해서 수면제나 술이 아니고서는 생활하기가 힘들다고 그러더라고요. 저희와 인터뷰 할 때도 눈물을 좀 많이 보이셨고 인터뷰하기 적전에도 너무 심장이 떨린다면서 맥주를 드셨어요."

-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뭐죠?
"구상권 청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분이고요. 자신은 신념이나 어떤 이유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고 해도, 그로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따로 있을 수 있고 그 피해가 생각보다 커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또 본인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그런 부분을 지켜나갔으면 좋겠어요. 또 구상권 청구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한 번 정리해봤으면 합니다."
김호성 코로나 구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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