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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치르는 미국이여, 그대들의 투표권은 안녕한가?

[리뷰] 영화 <익스플레인: 투표를 해설하다(Explained)>

20.10.17 10:17최종업데이트20.10.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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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투표를 해설하다>는 바야흐로 전 세계의 관심사이기도 한 2020년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와중에, 민주주의적 투표제도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미국을 보여준다. <익스플레인>은 약 25분씩 3편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다. 특히 1화와 3화에서는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네거(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꽤 묵직한 정치적 의견을 들려주는데, 그 장면이 편안함과 엄격함을 동시에 자아내서 재미있다. 아주 잠깐이지만 '터미네이터' 패러디도 나온다. 재치있는 그림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효과음도 이 다큐멘터리의 품질을 높여준다.
 
투표는 특권이 아니다, 그러나···
 
1화는 투표권이 '특권일까 권리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에서 투표권은 오래도록 권리보다 특권에 가까웠다. 투표를 특권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때, 주별로 투표권 억제 시도가 빈발했다.

흑인은 모든 주에서 1965년까지는 투표를 할 수 없었고, 보통선거 실시 후에도 전과자들은 몇몇 주에서 유권자가 될 수 없었으며, 또다른 몇몇 주에서는 세금납부를 입증하지 못한 사람이 투표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투표인명부에 기재돼있는 이름과 똑같이 서명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본인이 투표했어도 바로 무효표로 분류해버리는 주도 있었다.

2008년에 와서야, 공화당과 민주당이 쉬운 투표, 억제 없는 투표에 대하여 비로소 합의했다. 연방대법원은 주마다 달리 시행되던 투표권 억제 법률조항들을 감시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은 그와 같은 합의와 감시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과 5년 뒤(2013년), 연방대법원은 각 주에 재량권을 다시 부여했다. 감시는 끝났다. 투표권 억제가 재개되었다. 그리하여 2013년 이후 투표율이 가장 높은 유권자 계층은 투표권을 위해 투쟁할 필요가 전연 없었던 이들이다. 백인, 부유층, 그리고 노년층. <익스플레인>은 조용히 덧붙인다.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돈이 많다고 당선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2화에서는 돈과 선거의 관계를 다룬다. 돈은 정책토론보다는 일방적으로 편집된 광고를 대대적으로 퍼뜨리는 동력이다. 그리고 돈은, 당선된 의원들로 하여금 깊은 정책연구보다 다음 선거자금을 위한 기부요청 전화업무에 몰두하게 한다.

기부금이 정당 및 정치인에게 도달하는 과정이 깜깜한 것도 큰 문제다. 정체불명의 법인, 단체들이 정치인에게 돈을 후원하고, 각종 정치적 의견이 담긴 인쇄물 제작비를 후원한다. 그런 의심스런 단체들 중 하나가 <시민연합(Citizens United)>이다. "<시민연합>이 문제입니다!"라는 주장은 미국에서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따져보면 이건 비단 <시민연합> 하나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부금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게끔 규정해둔 현행 기부금 관련법을 우선 뜯어고쳐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인들, 그 법 뜯어고치는 데에 게으르며 심드렁하다. 정의로운 민주주의가 아니라 유불리를 따라 움직인다는 점에서, 선출직 의원들의 태도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동소이한 듯하여 씁쓸한 느낌이 든다.

결국 미국에서 선거는 가진 자들의 잔치가 되었다. 소액 개미 후원자들을 열심히 끌어모은 정치신인이 당선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돈이 많다고 표를 많이 얻는 건 아니지만, 돈이 많지 않으면 후보로 나설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미국 민주주의, 깊이 생각해볼수록 딱한 상황이다.
 
한 표의 무게는 동등하다, 그러나···

3화에서는 선거구 문제를 다룬다. 미국은 10년마다 한 번씩 선거구를 구획하는 지도를 그린다. 당시 집권당이 지도 그릴 권한을 지닌다. 그런데 지도를 그리는 데에서 마술(?!)을 부릴 수가 있다.

어떤 한 주의 동쪽에 공화당 지지자가 몰려있고, 서쪽에 민주당 지지자가 몰려있을 때 동서로 간단히 나누면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그 지역에서 압승한다. 그러나 이를 절묘하게 구획하여 한두 선거구에서 압승을 하기보다 좀 더 많은 선거구에서 승리하게 하여 의원 숫자를 늘릴 수 있다.

어지간하면 지지정당을 바꾸지 않는 미국인들이기에 주소지를 통해 지지율을 정확히 추산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삐뚤빼뚤 절묘한 선거구가 그려진다. 한 명의 압승보다 여러 명의 당선자 만들기, 이것이 곧 마술 같은 '게리맨더링'이다. 

한편, 상원의원의 경우 주가 크든 작든 동등하게 두 명씩 할당된다. 처음 취지는, 소수의 의견도 중시하자는 거였다. 그러나, 그리 하다 보니 지역마다 표의 무게가 달라지게 되었다. 10명이 두 명을 뽑고, 10,000명이 두 명을 뽑는다고 치자. 1표의 무게가 과연 같을까? 그래서 전체 득표수로 따지면 민주당이 많은 표를 얻었는데, 의원수로 헤아리면 공화당 의원이 많은 기현상도 일어난다. 대선의 경우엔, 경합지역 1표의 무게가 민주당 우세지역, 공화당 우세지역보다 더 무겁게 간주된다.
 
민주주의가 옳다, 그러나···

<익스플레인>은, 1화에서부터 3화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주제를 다루든 민주주의 본연의 문제의식을 거론하며 진지하게 논의한다. 기본적으로 이런 질문들을 하는 것이다.

투표가 모든 사람들에게 권리가 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투표가 어려우면 투표에서 어떤 계층이 배제되는가? 인구가 적은 주는 인구가 많은 주보다 반드시 적은 수의 의원을 배출하는 게 맞는가? 다수의 결정만이 언제나 옳은가? 정치기부금은 어떤 방식으로 받아야 하는가? 나의 1표가 돈으로 환산된다면 이에 대하여 유권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다큐멘터리는 이렇게 하면 민주당에 이롭고 저렇게 하면 공화당에 이롭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투표제도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을 가하지만, '민주주의가 옳다'는 가치판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들은 자국의 민주주의를 더 잘 운용하기 위하여 비판하고 있을 뿐이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민주당이나 공화당 한 쪽에 치우쳐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여기서 잠깐, 우리는 어떠한가 생각해보게 된다. 남의 나라 투표제도가 안녕한 것도 물어볼 만한 일이긴 하나, 우리의 투표제도는 안녕한가? 묻게 된다. '코로나19가 횡행하는데도 안전하게 투표했다'고 만족해도 되는가? 우리는 말 그대로 민주주의적 투표제도에 대하여 진지하고 공정하게 고민을 나누고 있는가? 야당이나 여당이나, 어렵게 마련한 개정선거법을 버젓이 두고서 비례정당까지 만들어가며 자기 당의 선거승리에 올인했었던 몇 달 전 우리의 모습을 문득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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