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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잃고 좌절한 의대생, 그의 마음 돌려놓은 간병인의 과거

[미리보는 영화] <종이꽃>

20.10.16 18:22최종업데이트20.10.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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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종이꽃> 포스터 ⓒ (주)스튜디오보난자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이 당연한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 없이 하루를 살아내기 바쁘다. 매일 아침 숫자로 사망자와 생존자를 확인하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화가 찾아왔다.

오는 22일 개봉 예정인 영화 <종이꽃>은 죽은 이들의 넋을 기리는 장의사 성길(안성기 분)을 통해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평생 종이꽃을 접으며 장의사로 일해 온 성길은 최근 경기 침체와 기업형 상조회사의 등장으로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최근 하나뿐인 아들 지혁(김혜성 분)마저 불행한 사고로 다리를 잃은 후 그의 삶은 더욱 녹록지 않은 형편이 됐다. 월세까지 밀려 거리에 나앉을 신세가 되자, 결국 성길은 상조회사와 계약을 맺고 새롭게 일을 시작한다.

인생의 낙도, 희망도 없이 무기력해보이던 성길과 지혁의 삶은 모녀 은숙(유진 분)과 노을(장재희 분)이 불현듯 끼어들면서 변화를 맞는다. 계약직으로 일하던 청소용역 회사에서 또 잘린 은숙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던 중 성길의 이웃집으로 이사오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구청에 갔다가 우연히 지혁의 간병을 맡게 된다. 
 

영화 <종이꽃> 스틸 컷 ⓒ (주)스튜디오보난자

 
 

영화 <종이꽃> 스틸 컷 ⓒ (주)스튜디오보난자

 
영화는 두 가족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모습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의대생이었던 지혁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매일 자해를 하는 통에 오는 간병인마다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기 일쑤다. 그런 지혁에게 은숙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으며 그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또한 어른들의 세속적인 말만 믿고 장의사 성길을 두려워 하던 노을 역시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를 따르게 된다. 성길도 귀찮게만 느껴졌던 노을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발견하며 좋은 어른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종이꽃은 꽃이 귀하던 시절, 가난한 사람의 죽음이나 권력자의 죽음이나 똑같이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장식으로 사용했던 우리나라 고유의 장례 풍습이다. 영화 속 종이꽃을 활용한 장례 문화는 그동안 미디어에서 흔히 보지 못했던 모습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영화에선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조차 자본주의 논리에 매몰된 사람들에게 최소한 지켜야 할 인간의 존엄에 대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진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힘썼던 누군가를 광장에서 의미 있게 보내주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국가 공권력이 대립하는 부분은 현실에서 목도했던 몇몇 장면들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의 논리를 따르던 성길은 하찮게 내팽겨쳐진 인간의 존엄 앞에서 갈등한다. 성길의 선택을 통해 영화는 현재 힘든 시기를 보내는 모든 사람들에게 뻔하지만 꼭 필요한 위로를 건넨다.

 

영화 <종이꽃> 스틸 컷 ⓒ (주)스튜디오보난자

 
메시지가 분명한 대신, 아쉬운 디테일들이 엿보이지만 중심에 선 배우 안성기가 빈 틈들을 채운다. 우두커니 서 있는 뒷모습만으로도 그는 성길이 짊어진 고뇌를 고스란히 표현해낸다. 2009년 영화 <요가학원>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유진과 2015년 <퇴마: 무녀굴> 이후 역시 5년 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김혜성도 섬세한 연기로 현실감을 더했다.

한편 영화는 지난 4월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백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안성기의 남우주연상은 한국 배우 최초다. 오는 10월 열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파노라마 부분에 초청됐다.

한 줄 평 :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리가 반드시 살아야 할 이유
별점 : ★★★(3/5)

 
영화 <종이꽃> 관련 정보

감독: 고훈
출연: 안성기, 유진, 김혜성, 장재희
제작: (주)로드픽쳐스
공동 제작: 스토리셋
배급: (주)스튜디오 보난자
러닝타임: 103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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