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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생물다양성으로 뚫고 가자

[넷플릭스 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데이비드 애튼버러: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20.10.14 17:03최종업데이트20.10.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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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져 간다. 특히 올해 들어 지구상에 여러 가지 기상이변이 일어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 산불이 지나치게 오래 가고, 태풍이 그 경로를 북쪽으로 상향변경하고, 여름에 난데없이 폭설이 내리고, 메뚜기 떼가 사람들을 덮치고, 해괴한 벌레들이 날아다니고,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더니 1년 가까이 횡행한다.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Sir)은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방송인이다. 1926년에 태어나 올해 아흔셋을 넘긴 그가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자신의 이름이 곧 다큐멘터리의 제목인 <데이비드 애튼버러: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David Attenborough: A Life on Our Planet)>는 영국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며, 러닝타임은 1시간 24분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화면이 굉장히 아름답다. 매 장면이 말 그대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큐멘터리가 시작되면 한 노인이 완전히 폐허가 된 건물 안에 들어가 이곳저곳 둘러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건물은 체르노빌의 어느 한 곳에 위치해 있고, 이 노인은 애튼버러 경이다. 그는 지금 체르노빌 폭파사고 이후 인간이 살지 않고, 살 수 없는 그곳에 잠시 방문했다.

애튼버러 경은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인간의 잘못된 계획과 오류에서 비롯된 대형사고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 다음, 그는 이보다 더 큰 인간의 잘못된 계획과 오류가 지금도 지속적으로 지구 곳곳에서 사고를 일으키고 있는 중인데, 이는 체르노빌처럼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체르노빌도 물론 끔찍한 비극이지만, 인간이 지구를 향해 지속적으로 사고를 치고 있다는 사실이 '진정한 비극'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이 지구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사고, 진정한 비극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생물다양성 파괴' 그리고 전대미문의 '기후위기'다.
 
생물다양성이 지구를 지켜왔다

그나마 지구가 기후위기로 인해 당장 휘청거리지 않는 이유는 (물론 8년 뒤 어떤 끔찍한 재난이 올지 모르지만) 지금 바다가 제 할일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숲도 아직은 묵묵히 제 할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날이면 날마다 인간은 바다가 하는 일을 방해하고 있다. 인간은 바닷속 생물다양성을 파괴한다. 날이 갈수록 방해의 강도를 높여간다. 애튼버러 경은 바닷속에서 하얗게 변해가는 산호 무리를 보며 말한다.

 

▲ 백골이 된 산호 조류를 내보내 하얗게 변한 산호의 모습. ⓒ 넷플릿스

 

"처음 보면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다 이게 비극이란 걸 불현듯 깨닫죠. 눈앞에 있는 건 백골이거든요."

산호가 백골이 된 이유는 공생하던 조류를 몸 밖으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바닷속 환경이 척박해지자 산호는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바다가 하는 일만 방해하는 게 아니다. 숲이 하는 일도 극력 저지하고 있다. 숲을 밀어버리고 밭을 만들어, 하나의 작물을 쪼로록 줄 맞춰 예쁘게 심어놓는다. 숲속의 크고작은 나무들은 하루가 다르게 없어진다. 마침내 숲은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일 힘을 잃었다. 숲속에서 살던 다양한 생물들도 어느덧 사라져간다.

다큐멘터리는, 숲 바로 옆에 잘 경작된 밭이 딱 붙어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게 살아있는 숲의 광경보다 쪼로록 줄 맞춰 심어둔 작물의 모습이 마냥 좋아 보이기만 하는가 묻는 듯하다.

 

▲ 숲과 밭 밭이 숲을 잠식하다. ⓒ 넷플릭스

 

애튼버러 경은 그 나이에도 곳곳을 다니며 생물다양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연설한다. UN에도 가고 IMF에도 가고 다보스 경제포럼에도 간다. 어딜 가든 그는 지구생태계의 힘을 믿는다고 역설한다. 희망을 버리지 말고 해결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하자고 강조한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지구인들이 기하급수로 늘어나지 않도록 지금 생존하는 지구인들 사이에 서로서로 비슷한 경제수준과 삶의 수준을 공유하자. 그러려면 잘 사는 나라가 못 사는 나라를 반드시 도와야만 할 것이다. 둘째, 숲과 바다의 생물다양성을 회복하자. 법률적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셋째, 육식을 줄여 식용가축의 개체수를 낮추어 야생동물 개체수와 균형을 맞추자. 그러면 결과적으로 땅을 더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넷째, 재생에너지를 우리의 에너지 중 주요에너지로 쓰는 게 아니라, 유일의 에너지로 삼자.

그는 실제 사례를 몇 가지 덧붙여가며, 위와 같은 해결방안이 지닌 희망적 메시지를 시청자들과 나눈다. 코스타리카 정부가 토종수목을 심는 땅주인들에게 보조금을 제시하면서 숲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개시했더니 불과 25년 만에 숲이 스스로를 회복했다. 이걸 전지구적으로 실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숲이 되살아나는 건 말 그대로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어획금지구역을 만들어 철저히 지키면 그 구역에서 회복된 생물다양성의 여파가 전세계 바다로 퍼져나갈 것이다. 바닷물은 멈춰있지 않고 흐르니까.

또, 애튼버러 경은 첨단 과학기술을 파괴가 아닌 생명에 활용할 수 있음을 네덜란드의 실제사례를 들어가며 확인해준다. 네덜란드는 작은 농지에서도 농작물을 건강하게 키워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활발히 실행중이다. 비료도 줄이고 살충제도 줄이고 탄소배출량도 줄이는 기술을 가진 네덜란드만큼 기술개발을 해낼 수 있는 과학기술 보유국들이 적지 않으리라고 애튼버러 경은 예견해 마지 않는다. 만일 이렇듯 인간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숲과 바다는 이를 갸륵히 보아주어서 스스로 회복한다는 것이 그의 기후위기 해결논리다.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 지구 사진.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중반즈음 애튼버러 경이 지적한 대로, '파란 구슬'처럼 보이는 지구라는 행성 하나에 우리 온 인류는 오밀조밀 다함께 모여 살고 있다. 깜깜한 우주 안에 달랑 존재하는 이 파란 구슬은 아닌 게 아니라 외로워 보이고, 연약해 보인다. 물론 이제까지, 강력한 회복력을 지닌 숲과 바다가 이 외로워 보이고 연약해 보이는 지구를 힘있게 지켜주었다.

그러니 인간이 할 일은 분명하다. 지구지킴이들을 더 잘 응원하는 것이다. 더 힘써주십사, 존경하는 마음으로 부탁을 드리는 것이다. 그 전에, 지구지킴이(숲과 바다)님들을 이제 그만 좀 괴롭히겠다고 약속부터 먼저 할 필요가 있겠다. 그러면 지구지킴이님들은 '지구를 지켜주세요'라는 인류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줄 것이다.

애튼버러 경의 희망찬 확신이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넉넉히 전달된다. 이제, 우리,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각 나라의 행정부들이 생물다양성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관련정책을 입안·실행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나서서 계속 이야기하고, 강조하며, 역설하며, 압력을 가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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