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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찰이 가장 자랑하는 수사기법", 그 끔찍한 실체

[하성태의 사이드뷰] < PD수첩 > '검찰 특수수사' 2부작

20.09.10 14:53최종업데이트20.09.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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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킹> 스틸 컷 ⓒ (주)NEW

 
부패한 특수통 검사들의 흥망성쇠를 파헤친 영화 <더 킹>(2017) 개봉 당시 531만 관객들을 '빵' 터트린 장면은 의외의 순간에 등장했다. 정우성과 조인성 등이 연기한 영화 속 전략수사부(현실에선 특수부) 검사들이 대선을 앞두고 무당을 찾아 굿판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차기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느냐를 두고 목을 매는 영화 속 검사들의 행태를 <더 킹>은 다소 코믹하게 그렸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영화의 개봉 시점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정국과 맞물리면서, 무속을 동원해서까지 차기 정권에 줄을 서려는 이들의 행태는 묘한 공명감을 불러일으켰더랬다.

<더 킹> 속 검사들의 활약(?)은 이뿐 만이 아니었다. 자기 유불리를 따져가며 정권 유력 관계자들에게 줄을 대고 또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인지수사를 벌이는 특수통 검사들은 '이슈를 이슈로 덮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는 것을 수사 기법의 일환으로 활용했다. 아울러 기득권, 고위층과 한통속이 돼서 기소와 불기소를 자의적으로 결정,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수사를 제 이익과 결부시켰다.

지금은 반부패수사부로 바뀐 그 대검찰청 특수부 검사들의 현재는 어떨까. 3년여 전 개봉한 영화 속 모습과 크게 달라졌을까.
 

MBC < PD수첩 > '검찰 특수수사' 2부작 ⓒ MBC


"'大윤'(윤석열)이랑 주위 사람들은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과반 될 걸로 확신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되면 공수처법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법안을 다시 내서 뒤집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작년이나 올해 1월까지는 탄핵까지도 염두에 뒀으니까요.

다 그림을 그리는 거잖아요. 조국 수사할 때, 정유라(최서원 딸)를 했던 것처럼 조민(조국 딸) 이렇게 해서 그 부분을 건드리고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맞춰서 울산 시장 선거 개입 그림을 그렸단 말이에요." (현직검사 A)


8일 방송된 MBC < PD수첩 >('검찰특별수사 2부작') 제작진과 인터뷰한 어느 현직검사의 충격적인 증언이다. 현직 검사의 입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측근들이 정치권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조국 일가족 수사'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밀어붙였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해당 수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챙겼고 반부패수사부가 수사했던 현 '윤석열 검찰'의 최일선 사건들이었다. 이 현직 검사의 주장대로라면, 정권의 향방에 목을 매달던, 정치권과 결탁해 수사권을 남발하던 <더 킹> 속 특수통 검사들의 활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이는 행태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지난주에 이어 2주간 방송된 < PD수첩 > '검찰특별수사 2부작'은 국민들에게 '조국 사태'에 이어 '검언유착' 사건으로 한층 더 가까워진(?) 검찰 특별수사의 어제와 오늘을, 그 이면을 전방위적으로 파헤치고 있었다. 과거 '한명숙 총리 뇌물 사건'과 '최열 환경재단 대표 수사', '조국 사태', '검언유착' 사건 등을 파헤친 이 2부작 내용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바로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PB(프라이빗 뱅커)와의 인터뷰였다.

얼굴 드러낸 김경록 PB의 인터뷰
 

MBC < PD수첩 > '검찰 특수수사' 2부작 ⓒ MBC


"형사부에서는 그렇게 안 하는데 인지수사 하는 특수부는 기본적으로 언론과의 협업으로 여론 조성과 여론결집, 내지는 여론전으로 법원에 영장을 압박하고 참고인 압박하는 게 하나의 수사기법이에요. 사법농단, 국정농단, 한동훈이 그걸로 지금까지 계속 쾌승을 거뒀잖아요, 조국 수사에서도. 언론을 통한 여론전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특수수사, 결국 특수부에 표적이 되면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도 전에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맙니다." (현직검사 A)

일각에서 '검찰발 쿠데타'라 지칭하는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며, 언론 환경에 친숙한 이들은 '검찰발' 단독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몸소 체험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월 불거진 '검언유착' 사건은 뒤이어 덜미가 잡힌 검찰과 언론의 커넥션의 일단이라 할 수 있다.

그 피해자 중 한 명이 증거 은닉 등 혐의로 재판 중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PB였다. 지난해 KBS '왜곡 인터뷰 논란'의 당사자였던 김 PB는 < PD수첩 >과의 인터뷰에서 최초로 얼굴을 공개하며 자신이 겪은 '검찰발' 왜곡‧단독보도의 피해상을 몸소 증언했다. 

"제가 무슨 큰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일반 증권사 PB로서 이런 일에 휘말려서 작은 일을 겪고 재판을 하고 그렇게 된 건데, 그런 상황에서 한쪽 얘기들만 하는 언론사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그 사람들이 제대로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 없이 뉴스거리가 될만한 것들을 얘기하는 언론사를 보면서 이건 좀 바뀌어야 되겠다, 너무 하다,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었거든요." (김경록 PB)

김경록 PB가 실시간으로 목격했다는 검찰발 보도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검찰 수사 과정이 실시간으로 보도됐고, 쓰지도 않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진실인양 둔갑했다. 심지어 검찰 수사관들이 증거물인 하드디스크를 검찰청으로 가지고 가는 상황이 실시간 중계돼듯 보도되기도 했다. 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가족을 잘 돌봐줘서 "고맙다"고 한 인사는 "PC를 교체해줘서 고맙다"는 말로 전혀 다른 맥락으로 둔갑했다.
 

MBC < PD수첩 > '검찰 특수수사' 2부작 ⓒ MBC

 
또 김 PB가 검찰의 조사를 받던 와중 힘이 들어 내쉰 한숨은 하지도 않은 "후회한다"는 '워딩'으로 대서특필됐다. 이렇게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밀려드는 기자들의 문자와 전화를 받지 않고 언론 보도를 믿지 않던 김 PB가 결정적으로 언론을 불신하게된 계기는 바로 KBS와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오래 알고 지낸 대학 선배인 KBS 기자의 요청에 이런 조건을 달고 인터뷰에 응했다고 한다.

"그때 제가 제일 말하고 싶었던 게 조국 교수는 펀드에 대해서 잘 몰랐다. 조국 교수가 펀드에 대해 몰랐다는 부분들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얘기해서 그게 방송에 나갈 수 있으면 그럼 인터뷰를 하겠다, 그랬더니 (KBS 법조팀장이) 좋다. 그러면 인터뷰 하자." (김경록 PB)

하지만 인터뷰 말미 KBS 법조팀장은 김 PB에게 "인터뷰에서 별로 중요한 내용은 없는데, 그런데 조국 교수가 펀드는 몰랐다는 건 우리가 확실히 알았네"라고 말했고, 그 순간 김 PB는 무언가 거슬렸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KBS 보도는 김 PB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펀드를 소개해준 조 장관의 5촌 조카가 이 펀드의 실질적 운영자였고 정경심 교수가 이 사실을 미리 알고 투자했다는 것"과 같은 취지로 방송됐다.

문제는 또 있었다. 인터뷰 이후 김 PB가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부부장검사가 수사 검사에게 해당 인터뷰 내용을 적시한 노트북 메신저 대화를 확인했다는 것. 검사들이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은 '(김경록이) KBS랑 인터뷰를 했단다. 네가 한번 확인해봐라. 김경록이 조국 교수 집까지 쫓아갔단다, 네가 털어봐'란 취지였다. 김 PB는 이 메모를 확인하는 순간, KBS 인터뷰가 본인 의도대로 방송되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4월 재심의 끝에 해당 KBS 인터뷰 보도에 법정재제 '주의' 처분을 내렸다. 첫 심의보다 2단계 감경된 제재 수위였다. 지난해 김경록 PB와 관련된 왜곡‧단독 보도들이 쏟아졌던 것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검찰발' 왜곡 보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는 김경록 PB의 주장에 부합하는 보도는 극소수였다. 반면 검찰발 보도 중 명백한 왜곡은 정정되지 않았고, KBS 인터뷰조차 '주의' 처분에 그쳤다.

이렇듯, 최근 언론사와 기자 개인을 상대로 '따박따박' 민형사상 소송을 벌이는 중인 조 전 법무부장관 일가족은 물론이요, 김경록 PB 역시 앞서 현직검사가 증언한 "언론을 통한 여론전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특수수사" 피해자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윤석열 총장을 향한 의문

"강압수사나 먼지 털이식 수사는 피의자들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듭니다. 특히 가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면서 압박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1년 동안 검찰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83명에 달했습니다. 이들 중에는 특수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특수부의 수사 대상에 오르면 여간해선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MBC 한학수 PD)

고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만이 전부일 수 없었다. < PD수첩 >이 금번 '검찰특수부수사 2부작'을 통해 자세히 다룬 '한명숙 총리 사건'의 핵심 증인이었다가 증언을 바꾼 건설사 대표 한만호씨처럼 억울함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병을 얻어 목숨을 잃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정책을 반대하다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를 받은 최열 대표 사건의 수사 과정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기획했다가 긴급체포됐던 금곡개발 오아무개 대표는 검찰의 협박과 회유에 시달린 끝에 검찰 수사 직후 급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 PD수첩 >은 "특수수사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이들도 많았다"며 "그때마다 검찰은 진상조사단을 꾸렸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피의자 사망으로 사건 종결, 이게 끝이었다"면서 과거 미네르바 사건, MB내곡동 사저 고발사건을 변호했던 김정범 변호사의 일침을 전했다.

"수사 과정에서 목숨을 끊는 사람 많죠. 그러면 검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뭐라고 그럽니까? 가혹행위하지 않았다, 폭언하지 않았다, 협박하지 않았다, 이렇게 얘기하지 않습니까? 그 말 맞죠. 저는 그 말 맞다고 봐요. 그런데 A라는 사람을 조사하는데 원하는 바가 나오지 않아요. 그러면 A라는 사람 계좌를 전부 다 뒤지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와) 거래한 사람을 또 뒤지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이렇게 수사 방향을 계속 확대하다 보면 자기 주위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검찰수사에) 동원되지 않습니까? 굉장히 망가지지 않습니까? 그것보다 더 큰 압박이 어디 있겠습니까? 대한민국 검찰이 가장 자랑하는 수사기법이 그거 아닙니까."

 

MBC < PD수첩 > '검찰 특수수사' 2부작 ⓒ MBC

 
10여 년 전 '한명숙 총리 사건'부터 최근 '검언유착' 사건까지 아우른 < PD수첩 >의 화살은 결국 현재의 검찰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과거 특수 수사를 통해 승승장구한 검사들이 버젓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법복을 벗은 후에도 전관예우 변호사로 떵떵거리며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질문으로 갈무리 될 수 있을 것 같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말 신뢰성을 얻으려면 조국 일가에 대해서 수사했던 방식으로 (본인 측근 수사) 해주면 우리가 신뢰할 수 있죠. 예외가 없어야죠. 형평성 문제지 않습니까?"(김정범 변호사)
검찰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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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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