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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몰락했는데... BTS·박진영과 함께 50년 만에 부활

비지스·도나 섬머 등 인기 스타 배출... 디스코, '레트로' 열풍에 재도약

20.09.08 11:17최종업데이트20.09.0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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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내 연예뉴스는 온통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소식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들 기사 속에는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 외에도 '디스코(Disco)'라는 말이 공통적으로 등장했다.

비단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거물 프로듀서 박진영 역시 'When We Disco'로 국내 음원 순위를 강타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카디비, DJ 조조 등이 디스코 요소를 대폭 채용한 신곡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디스코 음악이 재발견의 시간을 맞이한 듯하다.

팝 음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 중 하나가 분명 디스코였지만 197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후 한순간에 몰락했던 것을 고려해보면 2020년 디스코의 부활은 이례적이라 할만하다.

흑인+백인 음악의 결합... 비지스·도나 섬머의 등장 
 

1970년대 디스코 붐을 주도했던 비지스의 'Saturday Night Fever' OST, 도마 섬머의 'Bad Girls' 표지 ⓒ 워너뮤직,유니버설뮤직코리아

 
​현란한 미러볼과 원색 셔츠, 그리고 나팔바지로 상징되는 디스코는 경쾌한 비트의 흑인 R&B와 백인들의 전유물이던 로큰롤이 결합되면서 틀을 잡기 시작했던 댄스 음악이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디스코는 1970년대 본격적으로 주류 장르로 등장해 전 세계 대중문화를 지배하는데 성공했다.  

현재와 같은 프로그래밍과 컴퓨터 작업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답게 기타, 베이스, 드럼 등 밴드 구성의 반주로 이뤄진 디스코는 경쾌하고 감각적인 펑크 비트에 기반을 둔 리듬감 넘치는 음악으로 당시의 젊은이들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특히 비지스(Bee Gees), 도나 섬머(Donna Summer) 같은 걸출한 스타의 등장은 디스코 인기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영국 출신으로 호주 이민 세대였던 그룹 비지스는 데뷔 초만 하더라도 전형적인 팝-록 음악을 들려주던 5인조 밴드였다. 배리-로빈-모리스 깁 3형제만으로 재정비된 이후 '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 'Holiday' 등 서정성 깃든 음악으로 인기를 모았지만 이들은 1974년 넘버원 싱글 'Jive Talking'을 계기로 디스코 댄스 음악으로의 선회를 시도한다.  

1979년 정규 음반 < Children Of The World >와 싱글 'You Should Be Dancing'을 거친 후 이듬해 영화 < 토요일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 > OST 프로듀서를 담당하며 이들은 1970년대 최고의 그룹으로 자리매김한다.  'Night Fever', 'Stayin' Alive' 등 자신들의 노래 및 이본느 엘리먼의 'If I Can Have You' 등 무려 4곡의 빌보드 1위를 배출하는 등 영화의 폭발적 흥행 및 사운드트랙 음반의 대성공은 디스코의 전성기를 화려하게 장식하기에 이른다. 

​유럽 출신의 명 프로듀서 조르지오 모로더와 손잡고 등장한 여가수 도나 섬머(Donna Summer) 역시 디스코 붐을 주도했던 인물로 팝 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초기 EDM의 효시격 작품으로 손꼽히는 'I Feel Love' 등을 시작으로 'MacAurther Park', 'Hot Stuff',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의 듀엣곡 'No More Tears' 등을 연속 히트시키면서 그녀는 '디스코의 여왕'이라는 애칭을 부여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한다.

록커들 조차도... 너도나도 디스코!​
 

그룹 키스(왼쪽), 로드 스튜워트 등 록 가수들도 디스코 음악을 할 만큼 1970년대 디스코는 최고의 인기 장르였다. ⓒ 유니버설뮤직,워너뮤직코리아

 
1970년대 디스코 열풍은 댄스 음악과는 거리가 먼 록 가수들조차 디스코 음악을 들고 나오게 할 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드록+헤비메탈 밴드 키스(KIss)는 'I Was Made For Loving You'로 충격을 선사하는가 하면  허스키 보이스의 대명사 로드 스튜워트 조차 'Da Ya Think I'm Sexy'로 빌보드 1위에 오르는 등 당대의 인기 가수들도 디스코에 발을 들여 놓는다.  

퀸(Queen) 역시 디스코 요소를 녹여낸 'Another One Bites The Dust'로 빌보드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초기 뉴웨이브 음악을 주도했던 블론디(Blondie)도 'Heart Of Glass'로 큰 인기를 얻었다. 골수 팬들로부터 "이건 배반이다"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인기 순위 점령이라는 확실한 결과물을 내놓으며 디스코 인기의 끝물이던 1980년 무렵까지 인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인기가 커질수록 부작용도 비례해서 커켰다. 너도나도 디스코를 시도하다보니 소위 반짝 가수(One Hit Wonder)들도 양산되었다. 데뷔곡으로 1위를 기록하지만 그 음악이 처음이자 마지막 인기곡이 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목격되었다. 그 결과 다이나믹 듀오의 샘플링 원곡 'Ring My Bell(아니타 워드), 디스코로 리메이크된 'Star Wars Theme'(메코), 'Don't Leave Me This Way'(델마 휴스턴) 등은 디스코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로 평가받기도 했다.  

갈수록 개성은 사라지고 획일적인 곡들만 양산되자 이에 대한 음악적 반발도 이어진다. 1981년 개국한 MTV는 화려한 영상미를 담은 록 밴드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일 방송하면서 음악계의 세대교체를 부채질했다. 인디 밴드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펑크 록이 새롭게 젊은이들을 사로잡았고 영국에선 뉴웨이브와 신스 팝 등이 디스코의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천하의 비지스도 결국 다시 팝 록 음악으로 선회할 만큼 더 이상 디스코는 매력적인 존재가 되지 못했다.  

복고 유행 타고 2020년 멋지게 부활
 

방탄소년단과 박진영은 각각 최신 해외 트렌드의 수용 vs 1980년대 우리 가요의 복고적 해석이라는 차이를 두고 디스코 음악을 만들었다. ⓒ 빅히트, JYP엔터테인먼트

 
황금기 시절의 인기는 잃어버렸지만 디스코는 1980년대 이후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해 나간다. 기존의 록, 팝음악에 디스코 비트를 섞는 다채로운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고 누 디스코(Nu Disco), 하이 에너지(Hi-NRG), EDM 등 많은 파생 장르로 분화되면서 새로운 세대들을 흡수하고 나선다. 특히 과거 1970~80년대 대중문화의 재발견 차원에서 이뤄지는 레트로 현상은 한국 내에서 시티 팝 인기와 더불어 디스코의 재소환을 재촉했다.    

미국 영국 등과 다르게 나이트 클럽을 주무대로 활약했던 7080 그룹사운드, 고속도로 휴게소를 점령했던 트로트 메들리 혹은 댄스 트로트 등 한국 특유의 환경에 맞게끔 변종처럼 활용되었던 디스코 음악은 방탄소년단, 박진영 등 주류 음악인들에 의해 부활의 발판을 마련한다. 미국 현지의 최신 유행을 담은 방탄소년단과 달리 박진영은 일명 '뽕끼'로 표현되는 1980년대 가요의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녹여낸 'When We Disco'를 제작해 대조를 이룬다.  

함춘호(기타), 이태윤(베이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김효국(건반, 그룹 11월) 등 관록의 세션맨들이 직접 연주한 악기들은 기성세대들에겐 서울패밀리('이제는'), 김종찬('토요일은 밤이 좋아'), 김완선 등이 들려줬던 1980년대 디스코 풍 가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요즘 세대에겐 신선한 감흥을 선사한다. 

혹자는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과 오일 쇼크로 어려움을 겪던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인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줬던 디스코 음악이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지금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디스코는 복고(레트로) 유행 차원의 일회성 활용을 넘어 다시 한번 대세 장르로서 안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요즘 음악팬들과 그 시절의 추억을 기억하는 올드팬 모두를 사로 잡으며 2020년 디스코는 멋지게 부활에 성공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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