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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잃어버린 여름 페스티벌... 온라인으로 돌아왔다

[르포] 코로나19 이후, 인디ⓛ: '테이프 앤 포스트' 페스티벌

20.08.25 17:11최종업데이트20.08.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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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코로나 19' 여파로 인한 음악 산업계 피해 규모가 약 877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소 레이블 및 유통사의 발매 연기 및 취소, 인디 뮤지션들의 소규모 공연부터 대규모 페스티벌까지 사라져 버린 공연 시장의 실태를 반영한 통계다.

그러나 이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는 음악인들의 목소리가 있다. 이즘(IZM)은 '코로나 19'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모든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두번째로 IZM이 찾아간 곳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된 온라인 페스티벌 '테이프 앤 포스트(Tape And Post)'다.[편집자말]

8월 15일부터 16일까지 홍대 생기 스튜디오, 연남동 채널 1969, 모래내 시장의 모래내 극락에서 펼쳐진 온라인 페스티벌 '테이프 앤 포스트'의 입장 현장 ⓒ Jinny Park

 
어둠이 내려앉은 15일 저녁의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시장. 드문드문 인적이 보이는 시장 안쪽에서 희미한 기타, 드럼, 베이스 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노래방 간판의 좁은 계단을 오르자 좌측에는 '모래내 극락', 오른쪽에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조웅이 운영하는 '쌀롱 어제'를 알리는 A4 종이 위 손글씨가 테이프로 붙어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음향을 체크하는 엔지니어들과 리허설 중인 밴드 멤버들, 굿즈를 준비하고 체온을 측정하는 스태프들,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를 준비하는 카메라맨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 이것은 '페스티벌'이었다. 코로나 19로 대부분 음악 페스티벌이 사라진 여름, 페이스북 'N년 전 오늘'로만 희미하게 추억할 수 있던 페스티벌이었다. 비록 안전을 위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현장 관객은 사전 예약 30명으로 엄격히 제한되었지만 참여 아티스트, 타임테이블, 맥주가 준비되어있는 여름날의 음악 페스티벌이었다.

홍대의 생기 스튜디오, 남가좌동의 모래내극락, 연남동의 채널1969에서 동시 진행되며 온라인으로 공연 실황을 중계한 '테이프 앤 포스트(TAPE AND POST)' 페스티벌이 막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
 

8월 15일 인디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모래내 극락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테이프 앤 포스트' 페스티벌에는 총 12팀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무대를 빛냈다. ⓒ Jinny Park

 
"페스티벌이에요!" 채널1969에서 펼쳐진 향니의 공연을 이어받은 모래내극락의 첫 번째 주자,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연주와 함께 현장을 채운 관객들이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평범한 여름날이었다면 인천에서, 지산 리조트에서,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강원도 철원에서 뜨거운 햇빛 아래 땀 흘리며 음악과 함께 정신없이 뛰며 소리 질렀을 사람들이었다. 아지랑이 지는 기타와 강렬한 드럼 비트 위 관객들은 그 한을 조금이라도 풀려고 노력했다. 크게 소리 지르지 못했지만 환호했고, 끝없이 박수를 쳤다.

"대단히 특별하고 새롭고 멋진 것을 하자는 생각보다 '현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DMZ 피스 트레인 페스티벌'의 운영팀장으로 '테이프 앤 포스트'를 기획한 베리 하이(VeryHigh)의 김세훈 감독은 페스티벌 분위기 구현을 우선점으로 두었다고 밝혔다.

"페스티벌은 단순히 공연만 즐기는 게 아니잖아요. 페스티벌 키트 제작도 염두에 뒀고, 오프라인 펍 섭외도 생각했습니다. 페스티벌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테이프 앤 포스트' 페스티벌은 15일부터 16일까지 홍대 앞부터 모래내 시장까지 앞선 언급한 3곳의 공연장을 통합하여, 타임테이블에 따라 각 공연장마다 아티스트들이 등장해 공연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비대면 시대 온라인 송출은 그리 낯설지 않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 다른 공간에서의 퍼포먼스를 한데 묶어 송출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김 감독은 이 기회를 '평균적인 수준보다 각 장소의 특징을 강조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생기 스튜디오'의 경우 많은 온라인 스트리밍 노하우가 있어 음향과 영상 연출 수준이 높습니다. '채널1969'는 다양한 공간을 아티스트 분위기에 맞게 활용하고 연출하는 콘셉트가 독특하고요. '모래내극락'은 새로 선보이는 공간이라 현장에서 관객이 느끼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자생적으로 노력해온 클럽, 공연장, 베뉴들의 역량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온라인 페스티벌로 진행된 '테이프 앤 포스트' 중 8월 15일 연남동에 위치한 채널 1969에서 인디 밴드 향니가 무대를 펼치고 있다. ⓒ Jinny Park

 
지난 13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개최한 '제2회 코로나19 음악 사업계 대응책 논의 세미나'에 의하면 홍대 인근 공연장 콘서트 약 126건이 코로나 여파로 취소되어 약 10억 7600만 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공연장을 운영하는 이들,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기획자들, 여름을 기다려온 아티스트들 모두 기약 없는 긴 기다림의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4월부터 시작해서 거의 매 달마다 하나씩 페스티벌 출연 계획이 있었는데 모두 취소됐죠." 2019년 7월 첫 정규 앨범 < Freesummer >를 발매하며 활동을 늘려가던 밴드 까데호에게 2020년 코로나 유행은 특히 치명적이었다. "저희에겐 올해가 첫 번째 페스티벌 시즌이었거든요. 실제로도 많이 섭외도 왔고…" 까데호와 추다혜차지스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멤버 김재호의 말에서 아쉬움이 강하게 묻어났다.

그나마 온라인 라이브로 숨통을 틀 수 있었다고는 하나 라이브 무대의 생동감에 비할 바는 못됐다. 까데호의 기타리스트 이태훈은 "처음에는 온라인 라이브라고 다를 게 있겠나 싶었어요. 막상 진행해보니 다르더군요. 온라인 라이브는 오히려 레코딩에 가까운 개념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페스티벌의 경우 강하고 파워풀하게 연주하지만, 비대면 송출은 정확한 소리를 들려주려 하죠"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드러머 김다빈, 매니저 이승준의 표현은 더욱 정확했다.

"세게 연주할 수 없어서 답답해요."
"못 갈기잖아요!"


무엇보다 관객이 없다는 점이 가장 허전했다. 채널1969에서 무대를 가진 문선에게 '코로나 시대 라이브에서 가장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주저 없이 '에너지'를 말했다.

"호응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그리고 앞뒤 아티스트들이 있고 없고가 굉장히 큰 차이를 가져와요."
 

8월 15일 '테이프 앤 포스트' 페스티벌 중 무대를 펼치고 있는 밴드 까데호. ⓒ Jinny Park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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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 메일 : zener1218@gmail.com /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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