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상식적이지 않은 거래... 이스타항공 누구 것인지 물어야"

[이영광의 '온에어' 49] '이상직 의원 비리 의혹' 연속 보도 중인 이윤석 JTBC 기자

20.08.10 11:12최종업데이트20.08.10 11:14
원고료로 응원

이윤석 JTBC 기자 ⓒ 이윤석 기자 제공

 
'공평하고 올바름'

'공정(公正)'이란 단어에 대한 국어사전 뜻 풀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전북 전주을에 출마해 당선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선 전 <공정>이란 책을 펴냈다. 그러나 최근 터져 나온 이스타 항공 관련 비리 의혹은 그가 저서에 쓴 '공정'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되묻게 만든다. 

JTBC는 지난 6월 중순부터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비리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해 오고 있다. JTBC는 이상직 의원의 아들과 딸이 자본금 3천만 원으로 세운 페이퍼컴퍼니 이스타홀딩스로 100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 투자를 받아 이스타 항공의 지분을 매각해 최대 주주가 된 과정에 의혹을 갖고 추적 보도했다.

이상직 의원은 관련 첫 보도가 나간 지 5일여 만에 가족의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잦아들지 않았고, 지난달 21일엔 참여연대가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자녀에게 주식을 저가로 넘긴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하며 국세청에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이윤석 기자를 만나 그동안의 취재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 6월 중순부터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스타항공에 대한 보도를 하고 있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죠. 시민단체에서도 입장문을 통해 조사를 촉구하고 있잖아요. 현재 국세청에서 조사하는 중이고요. 또 이스타항공 노조는 직접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련의 보도들을 쭉 보면서 많은 사람이 크게 분노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이 의원이 국회의원을 두 번째하고 있고, 그 사이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도 했잖아요. 누구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살아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 왔던 일들이 공정과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 아닐까요? 저희 기사에 댓글이 굉장히 많이 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허탈해 하고 심지어 민주당 당원 게시판이나 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도 비판적 여론이 많더라고요."

- 이 의원 비리 의혹은 어떻게 취재하게 된 건가요?
"제가 개인적으로 항공사에 관심이 많아요. 이스타 항공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걸 알았고, 노조가 직접 길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알아봐야겠다' 생각하고 시작하게 된 거죠."

- 이 의원 문제는 이번에 처음 나온 건 아니지 않나요?
"저도 놀랐던 게 이상직 의원의 두 자녀가 페이퍼컴퍼니로 항공사 경영권을 갖고 있다는 기사는 많이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궁금했던 게, '이 의원 아들 딸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인데 왜 아무도 비판적으로 취재를 안 하지?'였어요. 그래서 제가 이걸 파헤치게 된 겁니다.

단순히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경영권을 소유하고 있었다'가 아닙니다. 2015년 10월에 자본금 3천만 원짜리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이후 정체불명의 자금 100억 원을 빌려다가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건 저희가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보도하게 된 거죠. 이전엔 다른 사람들이 그냥 '페이퍼컴퍼니로 회사를 소유하고 있구나, 세금 줄이려고 했던 목적이었을까?' 이 정도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다면, 저희가 보도를 한 이후에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뀐 거죠."

- 기자님이 집중한 건 페이퍼컴퍼니 문제만인가요?
"저희가 보도한 (이상직 의원의) 친형인 이경일 대표를 인터뷰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경일 대표는) 본인이 2대 주주 회사인 비디인터내셔널의 대표를 맡고 있단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어요. 황당한 거죠. 그리고 (자기) 이름이 지워졌어야 하는데 왜 거기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거든요."
 

이윤석 JTBC 기자 ⓒ 이윤석 기자 제공

 
-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문제와 비슷한 느낌도 있어요.
"물론 세밀한 사안은 다르지만, 그 당시에 다스가 누구 거냐고 물었잖아요. 이스타항공은 누구 거냐고 물을 수밖에 없는 게, 이 의원은 계속 (자신은) 이스타항공에서 손을 떼서 관련 없다고 말하지만, 아들 딸이 10대와 20대 어린 나이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1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자금을 동원해서 주식 약 524만 주를 가져와 경영권을 확보했잖아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과연 그 어린 청소년 둘이 다 했을까?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저희가 언론사 중 유일하게 (이상직 의원의 딸인) 이수지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했잖아요. 이 대표는 본인이 돈 빌린 구체적 내용 자체를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면 모든 걸 만든 사람은 누굴까요? 또 그 형(이경일 대표)이 회사 경영을 하면서 이상직 의원 아들 이원준씨 골프코치를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서 급여를 주고, 전 부인을 임원으로 허위 등록해 거액을 줬거든요. 이 모든 것들이 과연 이상직 의원과 전혀 무관하게 이경일 대표가 혼자 다 알아서 한 거고, 아들딸이 아버지 모르게 자기들끼리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다 했을까요?"

- 그럼 친형이나 아들 딸은 이름만 있는 거고 이상직 의원이 했을 거라 보는 건가요?
"진실은 다 알 수 없지만, 참여연대가 국세청에 이상직 의원에 대한 조세 포탈 혐의 조사를 요구했을 때 그런 내용이 담긴 거잖아요. 참여연대는 여러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돌려가면서 사실상 증여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건데요.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저희가 직접 인터뷰하고 만나고 했던 사람들은 그런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어요. 근데 이상직 의원 본인도 자기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모른다고 그러면 이거는 뭐 귀신이 한 것이냐고요...

또 이 의원 측이 100억 원 가운데 80억 원을 사모펀드에서 빌렸다고 했잖아요. 사모펀드 대표를 추적해서 저희가 만났어요. 사모펀드 대표도 '이수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마지막에 도장 찍은 거밖에 없다'라고 해요. 이 의원 측 사람들하고 다 했다는 거죠. 20대인 이수지 대표가  스스로 이렇게 판을 짜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자금을 동원해 거래했다면 거의 금융 천재겠죠.

이수지가 페이퍼컴퍼니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맡고 있지만, 실질적인 최대 주주는 동생 이원준이에요. 대표는 이수지지만 지분 66.7% 가진 건 이원준이거든요. 근데 아들은 그때 10대였던 데다, 미국에서 살고 있었고, 아마추어골프 선수였어요. 근데 이런 사람이 당시 국내 유력 저비용항공사의 오너가 되는 거잖아요. 그 오너가 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게 저희 취재를 통해 드러났던 거죠."

- 이 문제의 핵심은 자본금 3천만 원짜리 회사가 100억을 투자 받은 것 아닌가 싶은데요. 
"자본금 3천만 원짜리 회사도 거액의 돈을 빌릴 수는 있어요. 중요한 건 이 회사는 자본금 3천만 원으로 만들어진 '페이퍼컴퍼니'란 거예요. 여기는 아무런 영업활동이나 생산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진짜 페이퍼컴퍼니죠. 근데 이 페이퍼컴퍼니 대표가 20대고 최대 주주가 10대 학생이에요. 이 둘이 만든 페이퍼컴퍼니가 회사를 만들자마자 100억 원을 어디선가 가져오는 거예요. 이건 누군가 개입되지 않고선 상식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거래구조인 거죠."

-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다고 보세요?
"정확한 이유나 과정은 수사를 통해 드러나야겠죠. 근데 저희한테 자문해주는 회계사님 세 분이 계세요. 공통으로 얘기하는 게 뭐냐면, 과연 어떤 사람이 그런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느냐는 거죠. 만약 기자님이 100억 원이 있어요. 어떤 청소년 둘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해요. 영업활동과 생산활동이 전혀 없는 회산데 연이율 4%에 80억 원을 빌려 달라고 하면 그걸 누가 빌려주겠습니까? 상식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전혀 말이 안 되고요. 그리고 회계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투자자 내역 공개가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만약에 여기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로 이 의원 가족이라든가 특수관계인의 돈이 들어갔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문제가 되니까요.

추가로 이스타 측에서 해명하면서 공개한 자료를 보시면, 사모펀드가 이스타항공 주식을 담보로 잡고 빌려줬다고 돼 있어요. 이스타항공 주식이 당시 세법에 따른 가치평가 기준상 가치가 0원이었거든요. 물론 0원에 거래를 한 건 아니지만 회계 평가 기준상 0원으로 평가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다는 거예요. 그것도 말이 안 되잖아요. 그렇다면 사모펀드는 실제 거래가는 다르긴 하겠지만, 회계 기준상 0원으로 평가된 주식을 담보로 잡고 연이율 4%에 80억 원을 빌려줬다는 얘긴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 지난달 29일 이 의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던 지난해 9월, 공적인 해외 출장을 가서 아들의 골프 대회에 갔다고 보도했어요. 그러나 이 의원 측은 주말에 간 것 같다는 건데 언제 간지는 확실하지 않은 건가요?
"저희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있었다고 정확하게 확인할 순 없죠. 저희가 여러 각도에서 취재했어요. 주최 측에 확인을 받았고요. 그리고 이상직 의원 측인 이원준씨 골프코치가 직접 이스타항공 직원도 함께 있었다고 얘기했고요. 이원준의 동료 골프선수가 직접 (이 의원이) 장시간 있었다는 걸 확인해 줬고요. 다만 이건 보도에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또 동료의 골프코치는 (이 이원이) 장기간 있었고 심지어 돌아올 때 같은 비행기를 탔다고 얘기해줘요."
 

이윤석 JTBC 기자 ⓒ 이윤석 기자 제공


- 명목은 어떤 출장이었나요?
"국내 중소기업들의 중국 활로 모색 관련된 출장이었는데요. 아시다시피 몇 년 전에 국회의원들이 해외 출장 가서 유명 관광지 돌아다녔다고 세게 비판을 받았잖아요. 지금은 해외 관광지를 가는 것만으로도 출장 목적에서 벗어난다고 비판을 받는단 말이에요. 관광지를 가서 우리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거나 아니면 관광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차원에서 갔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용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아들 골프대회 참석을 하는 건 어떤 명목으로도 용납될 수 없거든요. 이건 관광지를 간 것만도 못한, 정말 만약에 동선이 겹치더라도 피했어야 하죠. 그게 고위공직자로서의 처신이죠."

- '업무 끝나고 시간 남아 갈 수도 있지 않냐'고 한다면요?
"그건 다르죠. 해외 출장이고 국민 세금으로 떠난 거잖아요. 출장에 때마침 아들 골프대회가 있으니 일 끝내고 가 봐야겠다? 그건 말이 안 되죠. 그리고 영상 속에 나오지만, 골프를 밤에 치진 않아요. 낮에 치거든요. 일이 낮에 끝났다면, 출장 기간을 그렇게 길게 갈 이유가 없었겠죠."

- 보도 안 한 또 다른 내용이 있나요?
"또 다른 내용도 있고. 저희가 지금 계속 취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끝까지 파헤칠 겁니다."

- 민주당 태도 문제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민주당에서는 계속 '아직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라고 하는데 사실 내용을 파악할 시간은 이미 지났거든요. 왜냐면 저희가 6월 24일에 최초 보도를 했으니까 벌써 두 달이란 시간이 지난 것이고요. 그리고 지금 돌아가는 내용만 봐도 큰 문제라는 걸 민주당도 알고 있을 것 같거든요. 왜냐면 저희가 그냥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끝난 게 아니라 참여연대 경실련 그리고 전북지역 시민단체 등에서 입장문을 냈잖아요. 이 정도가 됐으면 당 차원에서라도 지금쯤 진상조사를 해서 어떠한 조치를 해야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요. 그리고 또 야당인 통합당에서는 별도의 TF를 만들어 조사하겠다고 하니 이게 여러 각도에서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인 거잖아요."

- 이와 관련해 다른 언론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아쉬움도 있고요. 핵심 인물이 이수지랑 이경일이에요. 근데 저희가 그걸 먼저 보도하면서 이 사람들이 아예 접촉이 안 돼요. 그런 점에서 다른 언론사 입장에서는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저희 역시 굉장히 긴 시간을 취재한 거예요. 5월 말부터 한 달 정도 취재를 하고 시작한 거예요. 이게 바로 그냥 딱 붙어서 기사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제일 어려웠던 건 아무래도 반론을 들을 수 없었다는 거였죠. 취재의 기본은 반론을 계속 듣는 거거든요. 근데 저희 리포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지역구도 찾아가고, 반포 자택도 찾아가고, 의원실도 찾아가고, 본회의장도 찾아가고, 이 의원 해명을 듣기 위해서 정말 엄청나게 노력을 했거든요. 이 의원 측근 그리고 관계자들과 저희가 통화한 기록, 문자 기록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많거든요. 근데 다 모른다거나 연락이 안 된다고 해요. 이 의원은 만나면 엉뚱한 얘기 하면서 사라져 버리고, 반포 자택에서 전다빈 기자랑 만났을 때는 그냥 차를 타고 사라지니까 (취재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근데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저희가 더 탄탄하게 취재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아요."

-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있을까요?
"이상직 의원이 책을 썼어요. 제목이 <공정>이에요. 그리고 강연도 엄청 많이 했어요. 인터넷 찾아보면 여기저기에서 공정을 주제로 강연을 되게 많이 했거든요. 근데 이상직 의원의 삶이 과연 공정했는가? 그 누구도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진정한 공정이란 가치 앞에는 여도 야도 진보도 보수도 없다는 걸 보여주자.' 이게 취재팀 생각이었고, 어느 정도는 저희가 그걸 보여줬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위공직자들이 이런 기사를 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도 갖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