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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대만의 어두운 역사... 발에 채워진 족쇄의 의미

[리뷰] 영화 <반교: 디텐션> 이 영화가 공포를 표현하는 방법

20.08.08 11:24최종업데이트20.08.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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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교: 디텐션>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대만과 대한민국은 계엄령으로 인한 독재라는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대만은 1949년 계엄령이 발령된 이후 1987년 해제된다. 이 기간 동안 대만 내에서는 민생문제 개선이나 민주화를 요구하면 공산당 간첩으로 몰려 처벌을 받았다. 이는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스터리 호러 어드벤처 게임을 원작으로 한 <반교: 디텐션>은 시대를 담아낸 암울한 분위기를 보여주며 공포와 함께 슬픔을 자아낸다.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 학교에 남겨진 팡루이신(팡)과 웨이중팅(웨이)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학교를 빠져나올 수 없다. 두 사람은 사라진 사람들을 찾아 이곳을 빠져나가고자 하지만, 환영과 귀신들이 그들을 괴롭힌다. 이 학교에서 시작되는 공포는 웨이의 악몽이다. 감옥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웨이는 신체의 고통이 커질수록 강한 악몽을 꾼다. 그 악몽은 웨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 그곳에 갇히는 것이다.
  

<반교: 디텐션>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작품은 공포와 추리로 나눠 이야기를 진행한다. 공포는 웨이의 악몽 속에서 학교에 갇힌 팡과 웨이의 모습이다. 팡과 웨이는 사라진 독서 모임의 멤버들을 찾기 위해 분투하지만, 그들 앞에는 다양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그 위협 중 하나가 그들 뒤를 쫓는 귀신 모습을 한 교관이다. 이 교관 유령은 얼굴은 거울이고 발에는 족쇄가 달려 있다. 이런 귀신의 생김새는 서로를 고발해야 했던 당시 대만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거울로 된 얼굴은 시대의 양심을 말하며, 발에 채워진 족쇄는 누구나 고발에 의해 죄인이 되는 당시의 암울함을 상징한다. 팡이 학교 강당에서 보는 머리에 사형 복면이 씌워진 학생들의 환영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잃어버린 채 억압 속에 죽음을 기다리는 청춘들의 공포를 보여준다. 독재라는 시대적 상황이 지닌 두려움을 심야의 학교로 표현하며 바람 소리 하나, 책장 소리 하나에도 숨을 졸이게 만드는 긴장감을 선보인다.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한국 공포영화 <알 포인트>나 프랑코 독재 시대의 잔재를 보여주는 <그집>을 비롯한 스페인 공포영화들처럼 이 작품 역시 시대의 아픔을 공포란 장르로 표현한다. 미래를 그려나가야 할 학생들이 억압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공포는 배가 된다. 그 어떤 희망과 빛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는 공포의 실체는 귀신도, 죽음도 아닌 시대가 지닌 무게다.
  

<반교: 디텐션>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이런 공포를 힘 있게 이끌어가는 건 추리에 바탕을 둔 드라마다. 팡과 웨이는 아무도 없는 학교에 걸려온 장 선생의 전화를 받고 그와 독서 모임 멤버들을 찾고자 한다. 학교의 독서 모임은 인도의 저항 시인 타고르와 루쉰 등의 작품을 읽으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배우는 모임이다. 이 모임의 주축인 장 선생과 인 선생은 학생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알려주고 그들이 미래를 바꿨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고발로 인해 독서 모임은 교관에게 걸리게 되고 교사와 학생 모두 잡힌다. 이에 팡과 웨이는 악몽에서라도 누가 독서 모임을 고발했는지 알아내고자 추리를 거듭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가 보여주는 건 팡의 가정이다. 팡의 가정은 계엄령 하에서 가족이란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단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팡은 가족 내에서 부모 모두에게 어떠한 사랑도 받지 못한다.
  

<반교: 디텐션>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팡의 아버지는 군인으로 가족 위에 왕처럼 군림한다. 그는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니며 이를 항의하는 아내에게 폭행을 행한다. 어머니는 남편의 폭력에 지쳐 종교에만 믿음을 보인다. 팡은 폭행으로 머리가 찢어진 어머니를 치료해주려 하지만, 딸은 본 체도 안 하고 부처님을 찾는 어머니의 모습에 염증을 느낀다. 팡이 장 선생을 제외하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점은 시대의 혼돈이 가정을 무너뜨리는 공포를 보여준다.
 
<반교: 디텐션>은 게임의 영화화에 있어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와 분위기를 잘 가져온 작품이다. 대만의 슬픈 역사를 담아낸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 두려움을 주며, 시대에 엮인 인물들의 모습은 가슴 시린 순간을 보여준다. 아무도 없는 학교는 공간 자체만으로 으스스한 한기를 풍기며 학교로 돌아가는 작품의 악몽을 더 끔찍하게 느끼게끔 만든다. 우리의 역사와 닮은 대만의 암흑기는 시대의 무게와 슬픔으로 잊힐 수 없는 어둠을 선사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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