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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공격하는 폭군 반려견... 강형욱의 예리한 분석

[TV 리뷰] KBS2 <개는 훌륭하다>... 반려견 마음까지 들여다 본 강 훈련사

20.08.04 11:56최종업데이트20.08.0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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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19세기 영국에서 개량된 '잭 러셀 테리어'는 여우 사냥을 목적으로 교배된 견종이다. 이름에 들어가는 '테리어'는 땅을 뜻하는 라틴어 'terro'에서 비롯됐는데, 땅에 사는 작은 포유동물을 잡는 테리어 견종의 특성을 딴 것이다. 잭 러셀 테리어는 집중력과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훈련 능력이 뛰어나고 승부욕이 강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초보 반려인들이 키우기 힘든 견종이기도 하다. 

"쓰다듬고 있으면 따뜻해요. 그 느낌이 좋아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뭐라고 그럴까. 나한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지난 3일 KBS2 <개는 훌륭하다>에 등장한 고민견은 잭 러셀 믹스견인 봉구(수컷, 4살)였다. 테리어의 혈통이 섞여 있기 때문인지 봉구는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엄마 보호자는 봉구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후 외로워하는 엄마가 걱정이 된 딸의 권유로 입양해서 데려오게 된 것이었는데, 다행히 엄마 보호자는 봉구와 함께 지내며 우울증도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 

그런 봉구에게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엄마 보호자는 봉구가 지나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공격성을 보인다고 했다. 그 정도가 워낙 심해서 동네에 사나운 개라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낯선 사람들을 향한 반려견들의 공격성이야 흔한 케이스지만, 보호자에게도 그리한다는 건 확실히 심각한 문제였다. 봉구의 행동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엄마 보호자 따라다니며 발 등을 무는 봉구
 

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엄마 보호자는 하루에 3번 산책을 나갈 정도로 봉구에게 극진했는데, 집에 돌아오면 덜컥 겁이 났다. 왜냐하면 더러워진 봉구의 발을 닦일 때마다 전쟁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협조하며 가만히 있던 봉구는 갑자기 돌변해 엄마 보호자에게 입집을 했다. 그렇게 생긴 상처가 한둘이 아니었다. 또, 봉구는 엄마 보호자가 집 안에서 바삐 움직이면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발 등을 물어댔다. 

"이건 확실하지 않지만... 엄마 보호자가 편찮으셨다고 하잖아요? 간혹 보호자를 지키려고 할 때 경고성으로 물고 짖는 개들이 있어요."

봉구의 공격성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그 계기는 2년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엄마 보호자가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장기간 머물러야 했는데, 그동안 봉구는 혼자 지낼 수밖에 없었다. 딸이 매일 저녁마다 들러 보살피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외롭게 보내야 했던 것이다. 퇴원 후 엄마 보호자가 돌아왔을 때, 봉구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초 예민 폭군'이 된 것이다. 

사연을 신청한 딸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가뜩이나 몸이 좋지 않은 엄마가 걸핏하면 봉구에게 물려 상처투성이가 됐으니 그걸 지켜보는 딸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이미 식구가 됐으니 어디로 보낼 수도 없고, 케어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갈수록 감당이 안 되어 무력감도 느꼈을 것이다. 딸은 또 어린 아이들이 물릴까봐 걱정이 돼 마음 편히 찾아올 수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사고는 찰나의 순간이니 말이다. 

보호자를 지키고자 하는 심리
 

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한편, 강형욱 훈련사는 엄마 보호자가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느라 봉구가 혼자 있었던 시간에 주목했다. 어쩌면 보호자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그런 행동을 취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봉구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인 반응 테스트를 실시했다. 수제자 이경규와 뉴이스트의 아론과 JR이 투입됐다. 봉구는 의외로 꼬리까지 흔들며 반가워했다. 특히 JR을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강 훈련사는 봉구가 평소 친절한 외부인을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공격성을 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엄마 보호자가 말을 할 때마다 봉구가 짖는다는 점이었다. 일명 '보여주기식 공격'인데, 봉구는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강 훈련사는 그 또한 보호자를 지키고자 하는 심리에서 발현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개들은 주인이 버렸다고 못 느껴요. 내가 보호자를 놓쳤다고 알아요."

정말 그 때문이었을까. 엄마 보호자는 봉구와 둘만 있을 때 많이 물렸다고 했는데, 그 상황은 보호자가 (가스렌인지 불을 끈다든지) 몸을 급히 움직일 때였다. 실제로 엄마 보호자가 빠르게 이동하자 그 모습을 본 봉구는 흥분해서 보호자를 따라다니다가 결국 발을 물어버렸다. '몰이'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마도 더 이상 보호자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으리라. 
 

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강 훈련사는 개들은 '버림받았다'는 개념을 모른다면서 자신이 유기됐을 때 보호자를 놓쳤다고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엄마 보호자가 2년이나 입원해 있는 동안 봉구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자신이 잘못해서 보호자를 놓쳐버렸다고 말이다. 그러니 다시 나타난 보호자가 어디론가 뛰어가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어디 가는 거야? 가지 마!'라고 하면서 말이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니 해결은 수월했다. 사회성 결여는 친절한 사람을 만나는 산책 훈련을 통해 조금씩 극복했고, 발을 닦을 때 나타나는 공격성은 간식을 주며 손을 내밀게 하는 훈련으로 고쳐나갔다. 또, 기다려 훈련을 통해 봉구에게 보호자가 다시 돌아온다는 확신을 줌으로써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해 폭군이 됐던 봉구는 짧은 시간에 금세 좋아졌다. 

<개훌륭>을 보고 있으면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폭군이 된 봉구의 공격성에만 집중하고, 그런 행동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강형욱은 그에 앞서 반려견의 마음을 살핀다. 왜 저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원인을 파악한다. 그렇게 집중해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마음이 보인다. 반려견도 사람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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