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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한숨과 눈물... "강철비2 주인공, 내가 아니다"

[인터뷰]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으로 바라본 그의 세계관

20.07.30 19:19최종업데이트20.07.3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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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 어떤 작품보다 배우 정우성은 <강철비2: 정상회담>(아래 <강철비2>)에 깊이 빠져 있어 보였다. 전편에선 북한 최정예요원으로, 이번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분하며 몸소 남북관계와 외교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서일까.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앞두고 북한 핵잠수함에 납치된 세 나라의 정상. 긴장과 갈등의 틈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려 했던 대통령의 심경을 그는 누구보다 이해하려 했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7월 23일 언론시사회 직후 그는 격해진 감정을 억누르며 눈물을 보였다. 자신의 출연작을 보고 이런 반응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고 한다. 개봉 즈음 만난 그는 "이 영화는 한반도가 주인공이라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정우성에 대한 오해

"1편과 캐릭터와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고 한반도라는 이 땅을 주인공으로 해서 전혀 다른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아, 양우석 감독님다운 시도라고 생각했다. 다만 한경재가 역할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고, 이야기 안에 풍자도 있어서 배우로선 캐릭터를 표현하기 쉽진 않겠다는 생각은 했지. 영화가 물론 특정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강철비1>도 2편도 그 인물의 시선을 연장해 이 땅의 지정학적 특성, 그리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를 생각해 볼 수 있잖나."

그의 눈물도 그런 이유였다. 자칫 무기력해 보일 수도 있는 한경재를 연기하면서 그는 평소 관심 있게 공부하고 쌓아온 한국 근현대사가 떠올랐다고 고백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해방이 되고, 분단이 되고, 그리고 6.25를 겪고. 우리가 선택할 수 없던 정치적 상황이 열강에 의해 펼쳐졌고 남북 대치가 이뤄졌다. 같은 민족이 서로를 주적으로 삼고 긴 시간 살고 있다. 정치적 상황을 빼놓고 보면 남북한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참 불행한 시기를 겪지 않았나 싶었다. 그 불행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고 누구는 그 시기에 억울한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역사의 파도가 칠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결국 국민이잖나. 충분히 불행한데 앞으로 언제까지 불행해야 하나. 연민이 갑자기 복받쳤던 것 같다."

배우 활동을 하며 꾸준히 소신 발언을 해온 그에겐 '정치적 발언을 하는 배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기도 한다. 정우성은 이 지점에서 분명하게 입장을 설명했다. 한반도 현대사를 틈틈이 공부하면서 쌓인 지식, 그리고 생각을 밝히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 등에 의해 어쩌면 일종의 고정 관념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다.

"나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욱 정치적이지 않을지. 돌이켜봐도 제가 '정치적' 발언을 한 건 거의 없더라. 난민에 대해선 제가 그 활동을 하는 거니 자연스러운 것이고, 전 보편적인 이야기, 즉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원인과 피해자는 누구인지 알리는 것이다. 그걸 편향적이라고 누군가는 보시는 건데, 전 한쪽의 이익을 위해 이야기하진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제 말을 다 살피지 않고 특정된 제 이미지만 생각하시는 분들 입장에선 <강철비2> 역시 그런 영화 아니냐 하실 수 있는데, 이 영화 또한 정치 얘길 하는 건 아니거든. 한반도 미래를 위해 어떤 가치와 관점을 고민해야 하는지, 우리 입장은 어때야 하는지 질문하는 영화지. 그걸 딱딱하게 강요하거나 훈계하는 게 아니라 코미디와 풍자를 넣어 전하는 거지. 받아들이는 건 역시 관객분들 몫이다."

 

영화 <강철비2 : 정상회담> 스틸 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해" 

<강철비2>는 정우성뿐 아니라 북한 최고지도자 조선사 역의 유연석, 호위총국장 곽도원, 영부인 역 염정아 등의 배우 조합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들이 대립 혹은 삼각, 사각 구도를 만들어 가며 긴장감 또는 유머 요소를 던진다. 정우성은 함께 한 배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염정아씨와는 첫 호흡이었는데 흔쾌히 출연해줘서 고마웠다. 경재가 아내에게 심정적으로 많이 기대고 있다고 느꼈다. 기둥처럼 중심을 잡아주면서도 남편을 포근하게 감싸는 아내 덕에 경재는 밖에서의 고단함을 잊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거지. 염정아 배우에게 그런 든든함이 느껴졌다. 근데 손이 매워서 등과 엉덩이 스매싱을 당할 땐 아팠다(웃음).

유연석씨는 본인 연기를 계속 의심하며 더 나은 걸 찾으려는 열정이 있다. 다른 말로 책임감이 있는 거지. 첫 대본 리딩 때 이미 북한말을 굉장히 많이 연습한 상태였다. 같이 리딩하는데 내면의 불안함이 느껴지더라. 조선사라는 캐릭터가 젊은 지도자로 얼마나 내면이 불안했겠나. 그 지점을 잘 잡았다. 좋은 캐스팅이라 생각했다. 이번엔 영화 속에서 스쳐지나간 모든 배우들 눈빛까지 더 보이더라. 한 명 한 명 표정을 느낄 수 있는 건 모든 영화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그게 너무 좋았다."


다른 주요 캐릭터에 비해 대한민국 대통령은 대사량이 적다. 평화협정 직전이기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우석 감독이 정우성에게 요구한 게 바로 눈빛과 한숨 연기였다. <강철비2>에서 배우 정우성의 한숨의 질감과 눈빛 연기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도 또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감정 고조가 없다는 게 한경재의 개성이다. 그게 어디에서 기인하는지가 중요했다. 제가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어떤 틀이 있긴 하지만 촬영 땐 그 캐릭터의 감정을 쫓아가면 된다. 한경재는 울컥은 할 수 있지만 눈물은 흘리면 안 되는 캐릭터였다. 왜냐면 이 모든 상황을 본인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책임감을 갖고 감내해야지. 한경재의 한숨은 분노이기도 하면서 연민일 수도 있고, 침묵을 지키려는 자의 외침일 수도 있다."
 

"나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욱 정치적이지 않을지. 돌이켜봐도 제가 '정치적' 발언을 한 건 거의 없더라." ⓒ 롯데엔터테인먼트

 
정우성의 통일론 

배우 정우성이 생각하는 좋은 지도자는 어떤 덕목을 가져야 할까. 그의 역할을 빌려 인터뷰 말미에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인이잖나 공인. 공인은 엄청난 큰 명예직이잖나. 거기에 자꾸 사심이 개입되는데 공무 수행에 사심이 개입하면 안 된다. 그 자리에 자신들이 앉아 있으니 착각에 빠지는 것 같은데 공심이 무엇인지 매일 아침마다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를 생각해야지. 자기 주변이나 자기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공무라는 건 곧 국민이 나라를 위해 전체를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균형을 잡아달라고 권력을 위임한 거 아닌가. 그런 공심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끊임없이 주변을 바라보며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권력 최상부뿐만이 아니라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한다. 어느 사회, 어느 국가든 지도층은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인데 위기를 헤쳐나가고 극복하는 건 늘 국민들이었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구조다."


영화가 다 끝나고 쿠기영상이 등장하는데 여기엔 한경재가 직접 국민들에게 묻는 장면이 들어가 있다. 나름 감독이 생각하는 통일론이 담겨 있는 장면이다. 정우성 역시 "빨리 일단 평화로 가는 시작점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나름의 소신을 덧붙였다.

"정치적 해결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정말 무엇을 바라는 건지 국민적 담론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일은 지금 시대를 위한 고민이기보단 다음 세대를 위한 고민이잖나.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죽는다 해도 이 사회는 지속될 것이고, 선택은 다음 세대가 하겠지. 다만 우린 짐작할 순 없지만 적어도 다음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활로를 열어두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나 싶다. 편안한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말이다."
 

" 공심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끊임없이 주변을 바라보며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권력 최상부뿐만이 아니라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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