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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에는 담기지 않은 미국의 진짜 속내

[리뷰] 영화 <강철비2 : 정상회담>의 아쉬운 점과 매력적인 점

20.07.31 08:16최종업데이트20.07.3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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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2 : 정상회담> 스틸 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곽도원·유연석과 앵거스 맥페이든(영국)이 주연한 <강철비 2: 정상회담>은 남·북·미 세 정상이 북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맺고자 북한 원산에 모인 이후의 상황을 다룬다. 배우 정우성이 '한 대통령', 유연석이 '북 위원장', 맥페이든이 미국의 '스무트 대통령'을 연기한다.
 
'북 위원장'에 상응하는 '남 대통령'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한 대통령'이란 표현을 쓴 것은, 한국이 북미관계의 중재자나 보조자 정도에 그칠 게 아니라 남북미 관계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한국인들의 의지에 부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의 '과도한' 개입에 불쾌감을 표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같은 사람들의 눈에는 '한'이란 표현이 거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대통령, 북 위원장, 미 대통령과 함께 영화 스토리를 이끄는 또 다른 주인공은 북한 호위총국장이다. 배우 곽도원이 이 역할을 맡아 쿠데타 주역을 연기한다.
 
그는 원산의 호텔에 모인 세 정상을 체포해 핵잠수함에 가두고 한반도 주변을 상대로 핵로켓 공격 위협을 가하며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이런 가운데, '한 대통령'과 '북 위원장'의 공조 정신이 영화의 저변을 도도히 흐른다. 쿠데타로 인한 긴장감과 남북 공조로 인한 훈훈함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관객들의 가슴에 다가온다.

세 나라가 미국과 수교를 맺게 된 공통적 동기
 
그런데 북·미 평화협정의 걸림돌로 북한 군부를 상정한 이 영화의 설정은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지만 개연성이 매우 낮다. 이제껏 미국과 적대국가들의 수교에서 걸림돌이 됐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이 설정이 현실과 상당히 괴리됐다는 판단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인도·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반대하고 이들을 압박했다. 이들은 미국과의 수교를 원했지만, 미국은 그 희망을 쉽게 들어주지 않았다. 그랬던 미국이 이들과 수교를 맺게 된 공통적인 동기가 있다.
 
미국이 중국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1972년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킨 것은, 베트남전쟁 부진으로 인해 아시아 패권이 위험해진 상황에서 중국의 힘을 빌려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중국과 소련의 긴장을 부추기기 위한 동기도 이때 함께 작용했다.
 
1986년에 파키스탄이 원자폭탄용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는데도 미국이 묵인한 것은, 파키스탄 북쪽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소련을 파키스탄의 힘을 빌려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1987년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라지브 간디 총리를 미국에 초청함으로써 인도의 핵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인도가 파키스탄 및 중국을 견제해줄 거라는 믿음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베트남한테서 치욕을 당했다. 또 코앞에서 사회주의 정권을 운용한 쿠바로 인해서도 수치를 느꼈다. 양국은 수교를 열렬히 원했지만, 미국은 오랫동안 등을 돌렸다. 그랬던 미국이 1995년에 베트남과 수교한 것은, 1990년 전후로 강력해지기 시작한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에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2014년에 쿠바와 수교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 기업들이 쿠바 시장에서 탈출구를 모색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과 더불어, 중남미에 급속히 퍼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었다.
 
중국·인도·파키스탄·베트남·쿠바와 미국의 평화관계를 지연시킨 것은 전자의 내부 사정이 아니라 후자의 내부 사정 때문이었다. 무기 판매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세계 곳곳에서 긴장관계가 이완되면 군산복합체의 이익이 감소하고 미국 정부의 조세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긴장관계 해소에 나설 수 없는 게 미국의 입장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자국과 적성국가의 평화관계 체결이 그 적성국가와 제3국의 긴장을 고조시킬 거라는 확신이 설 때만 평화관계 체결에 나섰다. 적성국가와의 긴장이 해소돼 군사복합체가 보게 될 손실이 그 적성국가와 제3국의 긴장 고조로 인해 보전되리라는 기대감이 있을 때라야 적성국가와의 평화관계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미국의 내부 사정
 

영화 <강철비2 : 정상회담> 스틸 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질량 보존의 법칙' 또는 '질량 불변의 법칙'과 유사하다 할 수 있는 가칭 '긴장 보존의 법칙'을 미국이 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긴장이 보존돼야 군산복합체의 이윤을 유지할 수 있는 미국의 내부 사정이 미국과 적성국가의 평화관계를 지연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도 관계를 급진전시키지 못하는 것은 북미수교가 줄 이익에 대한 미국 내부의 계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북미수교로 인해 한반도가 평화로워지고 이 때문에 한국이 미국 무기를 덜 사게 되면, 미국 군산복합체로서는 A급 고객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의 긴장관계가 끝나는 대신에 북한과 제3국의 긴장관계가 한반도 주변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이로 인해 한국이 미국 무기를 계속 살 수밖에 없으리라는 판단이 서야만, 미국이 전향적 자세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미·중의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되고 미국이 패배하는 등의 일이 발생한다면, 미국으로서는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따질 것도 없이 신속히 북한과 수교하는 게 유리하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는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북미관계의 최대 장애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평화협정을 좌초시킬 수 있는 최대 걸림돌은 북한 내부의 쿠데타 가능성보다는 군산복합체의 제동과 훼방이라고 볼 수 있다. <강철비 2>가 북한 군부의 쿠데타를 북미평화협정의 장애물로 설정한 것은 가능성은 있지만 개연성은 낮은 일이다.
 
북·미 냉전에 기초해 권력을 유지해온 북한

2019년 8월 개정된 북한 헌법 제4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농민·군인·지식인을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다"고 선언했다. '지식인'을 별도로 명기한 것은 '선비님'들을 특별히 우대해서라기보다는, 노동자·농민처럼 직접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지식인의 정신노동에 대해서도 생산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들을 노동자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노동자·농민·군인·지식인에게 주권이 있다고 선언됐는데도, 지난 70여 년간 북한의 최고권력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사이에서 승계됐다. 헌법에는 민주주의와 인민주권이 규정됐지만, 실제로는 왕조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 최대 원인은, 미국이 가하는 1950년 이래의 봉쇄 및 압박이 북한 내부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이 같은 외부 압력이 김일성 혈통 중심의 국가통합을 촉진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의 대결로 인한 긴장감 고조가 반김(反金) 세력의 단결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북·미 냉전에 기초해 권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평화협정이 체결돼 정치 환경이 일거에 뒤바뀌면 김일성 혈통의 존립 기반이 약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미 항쟁을 명분으로 3대 권력승계를 정당화해온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평화협정으로 인해 대미 항쟁이 해소된 뒤에 어떤 명분을 수립할 것인지를 미리부터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권력을 낳기 쉽고 상당수의 정치세력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환절기 독감'을 앓다가 쓰러지는 일이 많으므로, 김일성 혈통으로서도 북미평화협정 이후에 새로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철비 2>가 묘사한 것처럼 북미평화협정을 전후한 시기에 북한에서 정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군부가 그 정변의 주역이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 군부의 쿠데타가 용이하지 않은 이유
 

영화 <강철비2 : 정상회담> 스틸 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북한은 남한보다 군부 쿠데타의 발생 가능성이 낮다. 군부 쿠데타로 인해 두 차례나 정권이 전복된 쪽은 남한이지 북한이 아니다. 또 정치구조로 봐도 마찬가지다.
 
군부 쿠데타가 빈발하는 나라는 군부의 정치 참여가 봉쇄돼 있는 나라다. 군인들의 정치적 의사표시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혼란기를 틈타 군부 쿠데타가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군부의 정치참여가 일상적으로 보장돼 있다. 북한의 경우, 노동당 핵심부인 정치국과 중앙군사위원회에까지 현역 군인들이 포진해 있다. 그래서 군인들이 자신들의 의사표시를 일상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
 
또 각급 부대에는 노동당 위원회가 있다. 그래서 노동당과 군부의 의사교환이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군부의 정치적 불만이 임계점에 근접할 정도로 오래 누적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당과 군의 밀착은 군부의 정치적 의사표시를 촉진하는 동시에 군부에 대한 공산당의 감시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군부가 노동당의 감시를 피해 쿠데타를 벌이는 것은 그다지 용이하지 않다.
 
이렇게 당과 군의 상호 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의 군부는 비상시에 국가를 전복하려 하기보다는 국가를 수호하는 쪽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다. 1980년대 후반부터 동구 공산권이 무너진 것은 군부 쿠데타가 아니라 민중 봉기 때문이었다. 소련에서 1991년에 쿠데타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공산당의 기존 권력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강철비 2>가 가지고 있는 특장점

세상 일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므로 <강철비 2>에서처럼 북한 군부가 쿠데타를 벌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과 지난 70여 년간의 패턴을 종합해 보면, 북한 군부가 봉기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북미평화협정을 전후한 시점에 정변이 발생한다면, 민중을 기반으로 하는 세력이 그 주역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과 적대국의 평화협정을 저해하는 요인을 실제와 동떨어지게 설정한 점, 북한 군부의 쿠데타 가능성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한 점은 <강철비 2>의 아쉬운 측면이지만, 이런 아쉬움을 일거에 날릴 만한 특장점을 이 영화는 갖고 있다.
 
남과 북의 민족적 공조로 당면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우방으로 자처하던 일본도 경제보복을 가하고 혈맹이라 말하던 미국도 돈 달라고 손 벌리는 상황에서 우리 민족이 살 길은 결국 민족적 대단결과 통일뿐이라는 메시지를 절절하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시의적절한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 <강철비2 : 정상회담> 스틸 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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