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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은 사과·표절은 몰라... '여름방학'이 주는 불편함

[리뷰] tvN <여름방학>

20.07.26 16:26최종업데이트20.07.2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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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1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안 가고 싶다, 서울."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원도 고성, 바닷가 근처의 작은 마을은 참 예뻤다. 걸어서 구석구석 살펴도 좋았고,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 휙 돌아도 좋았다. 그 동네에 고요히 자리잡은 집 한 채도,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널찍한 마당도, 거기에 살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도, 이탈리아를 연상케 하는 풍성한 텃밭도, 그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뭐랄까, 공기가 달랐다고 할까. 한적함 속에 느긋함이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언젠가 정유미는 강원도로 옮겨 올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물론 가족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지만, 아직 그 꿈을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스케줄 때문에 듬성듬성 고성의 집에 머무를 최우식과 달리 정유미는 아예 상주하며 지낼 예정이었다. 최우식은 누나 정유미와 함께 보낼 시간에 설레했다. 보기 좋았다.

tvN <여름방학>은 유익한 친구 정유미와 무해한 친구 최우식, 두 사람의 홈캉스 리얼리티 예능이다.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낯선 곳에서 여행 같은 일상을 즐기며 지친 몸과 마음이 균형을 찾아가는 어른이'들의 이야기다. 나영석 PD 특유의 한가로움이 고된 삶으로 지친 시청자들을 휴식의 공간으로 이끈다. 감히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여름방학'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tvN <여름방학> 한 장면. ⓒ tvN

 
왜색과 표절, 두 가지 논란에 대해

논란에 휩싸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여름방학>은 1회가 방송되지마자 뭇매를 맞았다. '왜색 논란'이 그 첫 번째였다. 정유미와 최우식이 한 달 동안 살아갈 집이 적산가옥(敵産家屋), 다시 말해 '과거 일본인이 소유했던 주택'과 닮았다는 것이다. 이에 시청자들은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왜색논란'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SBS <더 킹 : 영원의 군주>도 혼쭐이 났었다. 

두 번째는 '표절 논란'이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여름방학>이 일본 소니사의 게임 '나의 여름방학'의 포맷과 비슷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게임에서 주인공 보쿠는 과거를 회상하는데, 어린 보쿠는 시골 마을에서 곤충을 채집하고 그림일기를 쓰는 등 방학숙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정유미와 최우식이 매일 (그림)일기 쓰기, 한 시간 이상 운동하기 등 숙제를 한다는 점이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왜색과 표절, 두 가지 논란은 매우 치명적이다.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라면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여름방학> 제작진은 발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왜색 논란에 대해선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한다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집 외관 변경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4회부터 반영될 예정이며 그 전에는 편집과 CG를 통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해당 게임을 알지 못하며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제작진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 해명이 지나치게 무의성의하다는 인상이다.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화재가 발생했던 사실을 밝히고 죽굴도 복원을 위해 끝까지 책임지겠다던 나영석 PD의 태도와는 사뭇 거리가 느껴진다. 

편안함, 휴식, 힐링이 콘셉트인 <여름방학>인 만큼 이런 논란들은 더욱 심대한 타격으로 다가온다. 당장 프로그램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재빨리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찜찜함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더구나 표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여름방학>과 관련된 뉴스들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논란과 연결돼 있다. 한번 생긴 프레임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여름방학>은 두 가지 난제를 넘어설 수 있을까. 결국 논란을 넘어설 수 있을지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의 힘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런데 2회까지 방송된 <여름방학>은 1회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만큼의 매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예능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정유미와 최우식을 데려와 새로운 그림을 만드는 건 좋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진 않았다. 단편적인 그림에 머물렀다.

멍하니 별다른 생각 없이 보기엔 좋았지만, 나영석의 이전 예능들의 경우 '이야기'와 '캐릭터'가 빛났다는 걸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코로나19 시대를 반영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가산점을 주고 싶으나 이 심심한 맛이 얼마나 유효할진 의문이다.

4.989%(닐슨코리아 기준)에서 4.163%로 떨어진 시청률은 <여름방학>의 위기를 잘 보여준다. 오염돼 버린 청정지역, 나영석 월드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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