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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여성 2/3가 받는 '위협'... 그 허망한 이유

[리뷰] 영화 <세인트 주디>

20.07.23 06:49최종업데이트20.07.2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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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주디> 포스터 ⓒ (주)미로스페이스 , (주)태왕엔터웍스

 
'전 세계 여성의 3분의 2는 자신의 생각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고 있다.'  

영화 <세인트 주디> 속 이 한 문장은 그 자체로 강한 울림을 준다. 그저 '생각'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은 공격의 대상이 돼왔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은 전 세계적으로 공공연하게 존재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미국 망명법을 뒤집기 위한 변호사 주디 우드의 끈질긴 사투를 조명한다. 
 
캘리포니아 이민 전문 변호사 주디 우드는 미국에 망명을 요청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아세파 아슈와리의 변호를 맡게 된다. 아세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자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탈레반에 붙잡힌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외삼촌이 사는 미국으로 오게 된 그녀는 불법 체류를 이유로 붙잡힌다. 주디는 아세파의 망명을 신청하지만, 정치적 이유로 망명을 택한 이들에게만 망명을 허용하는 미국의 망명법에 의해 벽에 부딪힌다. 

아세파의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면 아버지와 형제들에 의해 명예살인을 당할 위험에 처해있지만, 그것은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기에 망명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디는 아세파의 딱한 처지를 무시할 수 없기에 법적 싸움을 지속하고자 한다. 하지만 로펌의 대표 레이는 이에 반대하고, 주디는 로펌을 나와 스스로 회사를 차리기에 이른다.
 

<세인트 주디> 스틸컷 ⓒ (주)미로스페이스 , (주)태왕엔터웍스

 
아세파를 향한 주디의 노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위협이다. 작품에서 주디는 전 세계 3분의 2의 여성이 자신의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는다고 말한다. 중동에선 글을 쓰고 읽을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을 처벌하기도 한다. 엄격한 종교주의를 내세우는 탈레반은 여성이 배우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여성이 정치적, 문화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걸 금지한다. 하지만 아세파는 어머니로부터 몰래 글을 배웠고, 더 많은 여성들을 일깨우기 위해 교육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탈레반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최근 페미니즘 이슈로 인해 역사 속 여성에 대한 차별을 조명하는 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이야기를 다룬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나 미스 월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던 여성들의 유쾌한 반란을 다룬 <미스비헤이비어>가 대표적인 예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차별, 이를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계의 시각이 그렇다. 주디는 이 시각을 바꾸고자 한다. 아세파가 당한 고통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닌, 국가가 여성을 대상으로 가하는 폭력이며,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이다.
 

<세인트 주디> 스틸컷 ⓒ (주)미로스페이스 , (주)태왕엔터웍스

 
둘째는 믿음의 힘이다. 법은 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고 판사는 그 법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결을 내리는 게 아니라, 잘못된 법이 있다면 이를 깨부수고 새롭게 제정할 필요가 있다. 주디는 올바른 가치는 실현되어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래서 경제적인 위기에 몰림에도 불구하고 아세파 사건을 포기할 수 없다. 아세파가 추방당해 명예살인을 당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주디를 로펌에서 내보내는 레이는 과거 수많은 망명자를 도왔을 만큼 인권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법의 한계와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결국 그 길을 포기한다. 때문에 그는 주디가 성공하길 바란다. '한 명을 위해 싸우는 건 결국 모두를 위해 싸우는 것과 같다'는 이 작품 속 말처럼 미국의 불문법에선 판례 하나 하나가 법으로 인정받는다. 주디는 그 하나의 판례를 만들기 위해 분투한다.
   
그녀의 이런 믿음은 아들과 정부 이민 변호사 벤자민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주디는 학교에서 누명을 쓴 아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너를 믿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주디는 누군가 나를 믿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낼 줄 아는 힘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이런 주디의 믿음은 아세파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아세파는 주디의 믿음으로 인해 어두운 과거의 아픔을 끄집어낸다. 진실된 말에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믿음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세인트 주디> 스틸컷 ⓒ (주)미로스페이스 , (주)태왕엔터웍스

 
아세파의 문제로 주디와 부딪히는 벤자민은 그녀에게 감동한다. 그는 이민귀화국(INS)이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 개칭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며 미국의 부정적인 변화를 언급한다. 이민으로 이뤄진 미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분위기에 회의감을 느낀 것이다. 그렇게 그는 불가능에 가까운 아세파의 사건에 믿음을 보이는 주디의 든든한 지원자가 된다.
 
이 작품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차별 앞에 인류가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는 휴머니즘의 자세를 보여준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국은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여전히 중동을 비롯한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명예살인이 발생하고, 아프리카의 여성 할례는 끔찍한 풍속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작품은 세상 모든 이들의 인권과 존엄성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강한 믿음을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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