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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상황을 묘사한 이 영화들... 남일 같지 않다

[리뷰] 영화 <팬데믹> 등 여성 캐릭터 묘사도 변화 중

20.07.18 13:10최종업데이트20.07.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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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포스터 ⓒ (주)영화사 빅

 
최근 페미니즘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영화 속 여성의 이미지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예로 이번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된 <낙인>이란 영화를 들 수 있는데, 이 작품은 SF장르를 통해 여성의 실존을 말하며 주목받았다. 특히 주인공 백조경은 기존 영화 속 여성 캐릭터와 달리 성적인 어필을 보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팬데믹>은 재난 스릴러 장르에 있어 기존 여성 캐릭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작품이 그려내는 디스토피아는 여성을 억압하고 고통을 주는 세계를 그린다. 그리고 그 속에 갇힌 여성은 실존의 가치를 말한다. 앞서 <낙인>이 실험영화에서 선보일 수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낸 거처럼, 이 작품 역시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이전 동종 장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오묘함을 준다.    

전 세계적으로 하늘 위에서 재가 떨어진다. 이 재는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HNV-21이라는 이름의 이 바이러스는 여성에게만 치사율 100%다. 이 바이러스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정부 역시 겁에 질리게 만든다. 세상에 여성이 사라지면 인간은 종을 번식할 수 없다. 인간이란 종이 멸종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배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배아 프로젝트는 여성의 난소를 채취하기 위해서다.  

 

<팬데믹> 스틸컷 ⓒ (주)영화사 빅

 
이런 세계관은 현재 전 세계의 문제 중 하나인 출산율을 떠올리게 만든다. 역시나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인 단편영화 <납세자>를 보면 미래의 국가는 출산율 문제로 남성과 여성에게 강제로 정자와 난자를 지급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여성들은 강제로 난자를 채취당하며 온몸이 망가지게 된다. 이때 코피를 흘리고 피를 토하는 장면은 <팬데믹>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팬데믹> 역시 바이러스에 걸리면 코에서 피가 나는 걸 시작으로 4일 안에 피를 토하며 목숨을 잃게 된다. 때문에 국가는 강제로 난자를 채취해 인류의 미래를 이어가고자 한다. 하지만 바이러스로 인해 희망을 잃어버린 세상에서 누가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에바와 윌 부부는 배아 프로젝트로 여성들이 국가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는 걸 보면서 마음 졸이게 된다. 이에 윌은 집안에 에바를 숨긴다. 
   
그는 창문을 모두 셀로판지로 가리고, 에바에게 핸드폰도 쓰지 못하게 한다. 누군가 도청을 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이다. 에바는 바깥의 어떤 소식도 알 수 없다. 그렇게 400일에 가까운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게 된다. 그렇다고 그들이 안전한 건 아니다. 에바와 윌은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산을 향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을 노리고 있던 아서와 케이시 부자에 의해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  

이 부자는 의심스러운 사람을 생포해 국가에 넘기는 일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의심스러운 사람은 여성을 숨긴 이들이다. 이 부자 역시 아내이자 어머니가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은 끔찍한 경험이 있다. 그들은 남들이 자신들처럼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함께 불행하길 바란다. 이들의 추적과 윌이 에바를 보호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작품은 위험에서 도망치는 추적 스릴러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방향을 보인다. 에바는 윌의 보호를 고스란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에바에게 윌의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 아닌 억압처럼 다가온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공포가 길어지면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생존을 위협받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인간은 점점 나약해진다. 에바 역시 피로와 함께 점점 지치기 시작한다. 그녀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생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작품에서 에바를 비롯해 몰래 숨은 생존 여성들은 바이러스 후 생존 날짜와 함께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 올린다. 에바는 이 사진을 인쇄해 방에 걸어둔다. 이 장면은 올 6월에 개봉한 <#살아있다>를 연상시킨다. 윌은 에바에게 아무도 보지 않을 사진을 왜 찍느냐고 묻는다. 그 사진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도구다. 인간의 실존은 스스로의 주체성에서 비롯된다. 집에 갇힌 에바는 그 주체성을 찾지 못한다. 때문에 그녀는 사진을 통해 자신이 실존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팬데믹> 스틸컷 ⓒ (주)영화사 빅

  

<팬데믹> 스틸컷 ⓒ (주)영화사 빅

 
기존 재난 스릴러 영화가 강인한 남성 캐릭터와 함께 여성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하거나, 여성을 남성 캐릭터처럼 강인하게 등장시키는 반면 이 작품은 여성을 하나의 주체로 바라보며 재난 상황에서도 인간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시도는 장르적인 매력을 살리면서 페미니즘적인 요소를 더한 실험을 선보인다. 

<팬데믹>은 캐릭터에 있어 실험적인 영화다. 기존 재난영화의 여성 캐릭터 문법에서 벗어나 존엄과 실존이란 문제를 파고든다. 영화가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아이디어는 현 코로나19와 출산율 문제를 떠올리게 만드는 코드를 지녀 흥미를 더한다. 여기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며 재난과도 같은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문제를 진중하게 제시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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