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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엉망이 된 순간, 왜 강태는 활짝 웃었을까

[드라마 인물 탐구생활 14]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강태 웃음의 의미

20.07.18 18:15최종업데이트20.07.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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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리를 탐구해봅니다. 그 때 그 장면 궁금했던 인물들의 심리를 펼쳐보면, 어느 새 우리 자신의 마음도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편집자말]
드디어 강태(김수현)가 웃었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출연한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무척 반가웠다. 왠지 모르게 호감 가는 그의 미소를 드라마에서 실컷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무색하게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꽤나 무겁고 어두웠다. 게다가 김수현이 분한 강태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모두 참아내야 하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캐릭터였다.

이런 강태가 드디어 해맑게 웃었다. 드라마가 딱 절반에 이른 지난 8회 방송분이 끝나갈 무렵, 강태는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환하게 웃는다. 화면 가득 찬 그의 미소는 참으로 맑고 시원해 보였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이날 강태는 병원에서 폭력 사건을 일으키고 정직처분을 당한다. "나 정직 먹었어. 그동안 월급도 한 푼 안 나올 거고 조만간 고소장도 날아올 거래. 완전 다 엉망진창이야"라는 그의 대사처럼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된 그런 날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술 한잔 기울여야 할 그런 날. 강태는 왜 그토록 통쾌하게 웃었던 걸까? 

강태가 문영에게 끌린 이유
 

깊은 상처를 지녔지만 완전히 다른 남녀가 만나 통합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포스터. ⓒ tvN

 
강태는 홀어머니와 자폐를 가진 형 상태(오정세)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다. 홀로 두 아들을 건사하는 것이 힘겨웠던 어머니는 강태에게 형의 보호자가 되어줄 것을 요구하고, 강태는 형을 위해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억압한 채 살아온다. 

반면, 비참한 가족사를 겪으며 어릴 적부터 잔혹함을 즐겼던 문영(서예지)은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가졌다.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남을 이용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사회적 규범과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정신 질환 중에서도 가장 치유되기 힘든 유형에 속한다. 정신과 보호사인 강태는 문영의 이런 상태를 눈치챘을 것이다. 드라마 초반 문영에게 "당신 같은 부류의 사람은 환자와 다르지. 태어날 때부터 그래. 피하는 게 상책이지"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토록 자제력이 강한 강태가 문영에게 끌리는 마음만은 제어하지 못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온전한 나로 살아가고자 하는 근본적인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살아온 모습뿐 아니라 억압된 자신의 모습까지 인식하고 통합해내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사람들은 이런 작업을 평생토록 해 나가는데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날 때가 바로 연애를 하거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다. 억압된 또 다른 나를 통합해내기 위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표현해내지 못한 모습을 지닌 상대에게 이끌린다. 

강태 역시 마찬가지였을 테다. 자신의 욕망을 무조건 참아내기만 했던 강태에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이 자신의 욕망대로 행동하는 문영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6회에는 어린 시절 물에 빠진 형을 구하지 않고 달아나려 했던 강태의 기억이 나온다. 부모의 사랑을 빼앗기고, 자신을 힘들게 하는 존재인 형을 두고 달아나고픈 강태의 마음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억압된 공격성을 상징한다 할 수 있다.

문영은 이렇게 억압한 분노와 공격성, 욕망을 날 것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보통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강하게 이런 욕구들을 억압하며 살아야 했던 강태는 이런 문영에게서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온전한 나로 살고 싶은 근본적인 열망은 강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문영에게로 강태를 이끈다. 

 문영이 건드린 강태의 내면
 

강태(김수현)은 문영(서예지)에게서 숨겨놓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빠져든다. ⓒ tvN

 
게다가 문영은 강태의 억압된 내면을 슬슬 건드린다. 3회 "위선자"라는 문영의 무심한 듯한 말에 강태는 표정이 굳는다. 아마도 자신 안에 깊이 억압해 둔 공격성과 분노를 들킨 느낌었을 것이다. 4회 문영은 강태와 드라이브를 하다 "부모가 유통기한이 지나서 썩은 내 진동하면 버리는 거고 부모도 예쁜 짓 많이 하는 자식은 품고 못나고 그러면 버리는 거지"라고 말한다. 이는 강태가 애써 묻어두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끄집어내는 말이었다. 또한 문영은 강태와 함께 컵라면을 먹다 이렇게 말한다. "예쁨받고 싶어 하는 게 보여"라고. 강태의 내면에 여전히 상처받은 '어린 아이'가 살고 있음을 직면시켜주는 말이었다. 

그 후 강태는 자신의 분노를 마주하며 문영의 동화 <좀비 아이>를 읽는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진정을 원하는 것은 엄마의 온기였음을 깨닫고 어린 시절 상처받는 자신의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6회 이렇게 말한다. 

"나 더 이상 누군가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이 말은 강태가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은 마음을 처음으로 표현한 대사였다. 아마도 강태는 이 때부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을 것이다. 강태는 이제 좀 더 자주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상처를 마주한다. 문영은 계속해서 "니 안전핀 내가 뽑아줄까?"라며 강태가 억압해 둔 감정들을 자극한다. 그때마다 강태는 움찔하면서도 깊은 생각에 잠긴다. 

마침내 뽑힌 안전핀 

그러던 7회 강태는 어머니에 대한 좋은 기억을 떠올린다. 형만 챙기는 듯했던 어머니와의 추억 가운데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줬던 장면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마침내 강태가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원망에서 벗어나 통합된 상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장면들이었다. 나를 힘들게 했던 대상에게서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함께 보게 되었다는 것은 통합된 대상 관계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부모에 대해 통합된 상을 갖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통합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상징한다. 

이제 강태는 자기 자신의 억압된 욕구들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게다가 8회 문영은 강태에게 "어떻게 하면 참을 수 있냐"며 늘 참기만 해온 강태의 내면들을 다시 한 번 직면 시킨다. 이는 강태가 자신의 감정들을 인식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강태를 최악의 순간으로 몰아간 폭력 사건은 문영과의 이 대화가 있은 후에 벌어진다. 8회 강태는 아내를 면회 온 가정폭력의 가해자 남편이 또다시 폭력을 행사하려 하자 (그것도 문영에게) 더 이상 참지 않는다. 그리곤 한 방 날린다. 주변의 만류로 더 이상의 분노를 폭발시키지는 않지만, 아마도 강태는 그 순간 무척이나 시원했을 것이다. 내 안의 분노와 공격성을 드디어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나를 찾은 통쾌함 
 

강태(김수현)는 더 이상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어진다. ⓒ tvN

 
바로 이것이었다. 비록 징계를 먹고, 고소를 당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지만, 오래된 억압을 풀어낸 강태는 오히려 통쾌했을 것이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닌 '진짜 자기 자신'이 된 느낌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강태는 그동안의 굳어 있던 표정을 한 방에 날릴 만한 시원한 웃음을 보이며 병원을 걸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8회 마지막 부분. 강태는 웃으며 문영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너와 놀고 싶다"고 말한다. 이는 형을 돌보느라 자유롭게 놀지 못했던 내 안의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보살피겠다는 선언에 다름없었다. 이제 강태는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억압된 욕구들을 살펴주며 보다 통합된 한 사람으로 살아갈 준비를 마친 셈이다. 

사실, 변한 건 강태만이 아니다. 강태라는 '안전핀'을 만난 문영 역시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들과 자제력을 조금씩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문영의 말처럼 "폭탄과 안전핀"인 이들은 어쩌면 잃어버린 서로의 내면을 찾아주는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본격적으로 마음을 연 두 사람. 두 사람이 서로를 비춰가며 통합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혹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인물들의 변화와 문영의 '막말'이 사이다처럼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자신도 모른 채 내면 깊숙이 밀어낸 어떤 감정들이 꿈틀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심리학적 메타포가 가득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크게 와 닿는 캐릭터나 장면이 있다면 그 마음을 찬찬히 따라가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강태처럼 시원하게 웃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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