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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결말 위해선 '캐서린 존슨 실화'가 필요했다

[안치용의 테크 인 시네마] <백두산> <히든 피겨스>

20.07.10 10:26최종업데이트20.07.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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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인시네마'는 영화평론가이자 인문학자인 안치용 한국 CSR연구소장이 영화에서 드러난 '테크'의 동향과 의미, 문명사적 향배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속 '테크'와 영화를 만드는 데 동원된 '테크'를 함께 조명하여 영화와 '테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모색합니다.[편집자말]
영화 <백두산>(이병헌-하정우 주연)은 한반도 전역을 파멸적 재앙으로 몰아넣을 백두산 폭발을 상정하고 남한과 북한의 영웅적 인물들이 합심하여 최악의 화산 폭발을 막아내는 스토리다. 백두산 분화는 그 개연성이 없지는 않기에 영화화하기에 좋은 소재다.
 

▲ 백두산 백두산의 한 장면 ⓒ 백두산

 
제작진은 영웅담의 논리를 개발하면서 지구과학과 국제정치를 결합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두산 밑 10·20·28·32km 지점에 4개의 마그마방(房)이 존재한다. 영화 <백두산>은 이러한 기존 탐사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아래에 있는 마그마방의 폭발력이 가장 크다고 상정하고 그 마그마방이 폭발하기 전에 마그마방의 옆구리에 구멍을 만들어 마그마방에 농축된 마그마를 (분화구가 아니라) 지하로 유출시킴으로써 괴멸적인 최후의 폭발을 막아낸다는 줄거리를 세웠다.

임박한 파멸적 위험과 함께 성공확률이 매우 희박한 해법이 제시된 셈이다.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러한 줄거리에서 하이라이트는, 천신만고 끝에 가장 아래에 위치한 마그마방 옆구리에 구멍을 내는 데에 성공하며 재앙을 막아내는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옆구리에다 구멍은 어떻게 낼 것인가.

<백두산>에서는 북한군 소유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해체해 핵탄두를 얻어 그것을 백두산 아래의 기존 갱도 안에서 폭발시키는 방법을 쓴다. 마그마방에서 지상으로 마그마가 분출하고 않고 전체 마그마가 지하로 흘러갈 수 있는 최적의 폭파지점을 찾는 것과 함께 충분히 큰 구멍을 만들어내기 위해 핵폭탄을 쓴다는 발상은 그럴듯해 보인다.

실제로 북한에는 핵폭탄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영화에 존재하는 것으로 돼 있는 ICBM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은 듯하다. ICBM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그냥 미사일을 높이 멀리 발사한다고 이것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거리가 5500Km 이상인 ICBM은 핵탄두를 장착한 채 일단 대기권밖으로 나갔다가 대기권 안으로 다시 진입해야 하는 무기이다.

미사일이든 무엇이든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물체의 지구 재진입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의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정확한 진입지점을 찾아 다시 대기권 안으로 들어와야 북한이 위협하는 대로 미국본토를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

나를 포함한 일반인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건 아마도 미사일의 진입각도일 것이다.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대기권에 진입하면 대기권을 뚫지 못하고 타버린다. 수평에 가깝게 진입하면 대기권에 튕겨서 지구에서 멀어진다. 지금은 우주왕복선까지 등장한 시기여서 이 정도 각도를 못 찾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2016년)는 이 재진입 각도를 찾느라고 미국 NASA의 천재들이 애를 쓰는 모습으로 많은 분량이 채워진다.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2017)는 미국의 천재 수학자 캐서린 존슨의 실화를 극화한 작품으로, 존슨이 흑인 여성이고 1918년생임을 떠올리면 이 영화가 어떤 주제를 다뤘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존슨은 최근 작고했다.

미사일이나 우주선 등의 재진입(reentry·대기권재진입)은 지구라는 행성 주위의 궤도비행속도 또는 탈출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기의 마찰로 인한 공력가열(空力加熱)과 같은 문제에 대한 기술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이 시작된 시점엔 '방열'이 핵심현안인 재진입 자체에 앞서 재진입 시작 지점을 어떻게 확정할지를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서로 다른 분야이지만 한쪽이라도 준비가 안 되면 재진입은 불가능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미국의 첫 우주 비행은 1962년 2월 20일에 존 글렌을 태우고 발사된 '우정7호'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대기권 밖에 나갔다가 귀환한 우주선이 있지만 '우정7호'가 처음으로 지구 궤도 비행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아틀라스 로켓으로 지상 157㎞의 지점에서 궤도에 진입한 우정7호는 88분 30초 만에 지구를 일주했고 4시간 55분 23초 동안의 우주 비행을 통해 지구를 3회전하고 대서양으로 돌아왔다.
 

▲ 히든 피겨스 히든 피겨스의 한 장면 ⓒ 히든 피겨스

 
<히든 피겨스>에서는 지정된 곳으로 캡슐을 착수시키기 위해 존슨이 소속된 팀이 고심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존슨을 포함한 나사팀은, 빠른 속도로 도는 '우정7호' 캡슐의 속도를 정확한 순간에 정확한 양만큼 줄여야만 궤도비행에서 탈피해 지구로 하강케 할 수 있는데 그 정확한 지점과 양을 수학으로 알 수 없다고 곤혹스러워 한다.

이들은 "(우정7호의) 타원형 궤도(지구비행궤도)를 포물선(재진입궤도)으로 바꿔야" 하는 데 그 지점을 모르겠다고 말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너무 빨리 불러들이면 타버리고 너무 늦게 불러들이면 지구 중력권 밖으로 밀려난다. 영화에서는 그 지점을 "pinhead"로 표현한다. 그만큼 찾기 힘들다는 뜻이다. 질량, 중량, 속도, 시간, 거리, 마찰, 미풍의 변화에도 재진입 지점(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착수한 캡슐을 놓치거나 재진입시 잃어버릴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우주선을 지구로 귀환시키는 방법을 "우리가 모르는 수학"이라고 말한다. 지구궤도 비행이 가능하도록 높이 쏘아 올려 보냈기에 우정7호는 대기권 밖에서 빠른 속도로 돌고 있었고, NASA는 그 정도 속도의 물체를 지구로 안전하게 끌어들이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수학 너머'의 해법을 찾던 이들은 존슨이 '오일러의 공식'이란 옛 수학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맞는다. 영화뿐 아니라 실제 사건도 해피엔딩이었다.

영화 <백두산>은 북한에서도 '해피엔딩'이 일어난 것으로 설정하였지만 영화 <히든 피겨스>를 보면 해피엔딩이 그렇게 쉽게 도달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북한의 '해피엔딩'이 모두의 해피엔딩인지는 논외로 하고. 
덧붙이는 글 안치용 기자는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겸 한국CSR연구소 소장이자 영화평론가입니다. 이 글은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https://blog.naver.com/ahna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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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평론하고, 래디컬 정치를 사유한다. 활자에도 익숙해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이런저런 글을 쓴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소년/대학생들과 자주 접촉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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