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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고 추론" 최승호의 작심비판, 김어준 겨냥한 이유

[하성태의 사이드뷰] 김어준의 '언론인으로서의 책임' 강조한 최승호

20.07.07 13:56최종업데이트20.07.0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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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이 제기되는 주장을 무분별한 의혹제기라고 합니다. 이 무분별한 의혹에 살을 붙여 스토리를 만들면 음모론이 됩니다. 이런 음모론은 잠시 대중을 선동할 순 있지만 결국은 진실이 드러나면서 외면당하게 됩니다. 근거 없는 음모론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하고 결별해야 합니다." (MBC < PD수첩 > '전격해부, 선거조작설' 중)

< PD수첩 >은 최근 민경욱 전 의원이 제기한 '선거조작설'의 실태를 파헤쳤다. 민 전 의원이 제시한 증거 중엔 불법으로 유출된 4.15 총선 비례대표 잔여 투표용지도 포함돼 있었다. 선관위는 이 투표용지 유출 건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결국 6일 의정부지검은 민 전 의원에게 투표용지를 전달한 제보자 이아무개씨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민 전 의원은 총선이 끝난 지 석 달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도 이 음모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선거조작설의 시초가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을 만든 방송인 김어준씨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 PD수첩 > 역시 해당 방송에서 이를 검증했다.

민경욱의 선거조작설, <더 플랜>의 개표조작설   

 

6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자신에게 투표용지를 전달한 제보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민들의 모금으로 제작비를 모은 <더 플랜>은 2017년 개봉 당시 3만 4천 관객을 동원했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적잖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2012년 대선의 개표조작설을 담론화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개봉 이후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반박이 이뤄졌고, <뉴스타파>와 <오마이뉴스> 등 일부 매체가 검증에 나서기도 했다.

"그때는 합리적인 의혹 제기였어요. 지금은 조건이 바뀐 게 많이 있어요. 저는 그 과정과 시스템을 이해하고 문제제기를 한 거고 꼭 그런 문제제기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지금 민경욱 전 의원이 얘기하는 거는 자기들이 이해를 못한 상태에서 하는 문제제기예요."

< PD수첩 >과 인터뷰한 김어준씨의 설명이다. <더 플랜>도 개표조작의 실질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아울러 <더 플랜>에는 선관위가 제작진의 취재나 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PD수첩 >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김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다 접촉을 하셨던 건가요?"라는 물음에 "물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관위의 입장은 달랐다.

"만약에 계속 그런 식으로 의혹을 주장한다고 하면 저희가 공신력 있는 기관이 참여해서 재검을 하자, 다만 재검을 해서 만약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거기에 대한 것은 우리 위원회에서 책임을 질 거고, 의혹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맞지 않다고 하면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져야 된다고 저희가 공표를 했었습니다. 근데 그 이후로 (<더 플랜> 측에서) 저희 위원회에 연락 온 적 한 번도 없었습니다." ('PD수첩' 방송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2과 유훈옥 과장 인터뷰) 

'사회적 책임'이란 선관위의 지적이 무겁게 다가온다. 선거조작설을 영화로 만든 <더 플랜>도, 제보자까지 구속되는 상황에 이른 민 전 의원 측도, 또 합리적 의심과 음모론 사이에서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거나 확인할 위치인 선관위 역시 이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김어준과 언론인 김어준 사이
 
그리고 지난 4일 최승호 MBC 전 사장이 공개적으로 김씨의 음모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본인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장문의 글을 통해서다. 현재 <뉴스타파>에서 4대강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최 전 사장이 <더 플랜>에 이어 '세월호 다큐'를 만들고 있는 김씨에게 사회적 책임은 물론 언론인으로서의 책임에 대해 고언을 한 것이다.

"김어준 총수가 만든 영화를 <뉴스타파>가 검증하는 것이 벌써 3번째입니다. 18대 대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더 플랜>과 '누군가가 고의로 세월호 앵커를 내려 침몰시켰다'고 주장하는 <그날 바다>의 핵심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3번째 검증을 하는 것입니다.

<유령선>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상영돼 그다지 많은 관객이 보지는 않았지만 '세월호가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침몰됐다'는 주장을 계속 이어간 영화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이 사실인지 밝혀달라'는 세월호 유족분들의 요청에 의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최 전 사장의 문제제기는 민 전 의원의 선거조작설보다 지난 4월 15일 개봉한 세월호 다큐 <유령선>을 향해 있다. <유령선>을 만든 김지영 감독은 영화 개봉 이후에도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출연, 본인의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최 전 사장은 '추론보단 취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연이은 '세월호 다큐'의 핵심 주장인 '세월호 AIS(Auto Identification System, 선박자동식별장치)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의혹 역시 해당 기관이나 사실에 정통한 관계자를 제대로 취재해서 답을 얻어냈다면 굳이 영화까지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랬다면 굳이 김어준 총수와 김지영 감독이 중국 선전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고, 많은 돈을 들여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비극적 사건에 대한 섣부르고 위험한 주장을 세상에 내놓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세월호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너무나 엄중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해서 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어지럽히고 조롱당하도록 만드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최 전 사장은 <더 플랜> 역시 김씨가 동일하게 선관위를 제대로 취재하지 않고 추론과 음모론적 확신을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최 전 사장의 지적대로, 김어준씨는 <더 플랜>이나 '세월호 다큐'에서 제기한 의혹들에 대한 반론에 직접적으로 반박하거나 증거를 제시한 적이 없다.

"김어준 총수는 비슷한 패턴의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그것에 대해 '취재'하기보다 상상하고 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칩니다. 때로는 영화를 만듭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강한 반박이 나오면 거기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무시합니다. 대중들은 그의 이런 행동방식에 대해 매우 관대합니다. 그는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 같습니다."

생산적인 문제제기
 

김어준씨. ⓒ 연합뉴스


 
최 전 사장은 MBC 사장 취임 전 <뉴스타파> 재직 당시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과 <감시자들>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사장 임기를 마친 후 <뉴스타파>로 복귀, 최근 4대강 관련 다큐를 제작 중이다. 그런 최 전 사장이 강조한 것은 같은 다큐 제작자로서가 아닌 언론인으로서의 책임이었다. 언제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취재와 검증, 그리고 토론의 중요성과 함께.

"물론 그가 언론이 얼어붙었을 때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 PD수첩 >에서 쫓겨나 아무 일도 못할 때 '나꼼수'의 역할이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언론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사회를 구하러 나타난 '어벤져스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오늘날 김어준 총수의 영향력은 그동안 언론이 보여준 행태에 근본 원인이 있습니다(...).

이제 김어준 총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인입니다. 계속 이런 방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김어준 총수가 자신의 위상만큼의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으면 합니다. 틀린 것은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만약 <뉴스타파>의 보도에서 틀린 점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상세하게 지적하기 바랍니다. 토론을 해도 좋을 것입니다. 세월호 문제를 오래 취재했고 김어준 총수의 영화를 2번이나 검증한 김성수 기자가 원하는 일일 테니까요."


민 전 의원이 집요하게 선거조작설을 제기하면서, <더 플랜>의 개표조작설이 재조명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민 전 의원이나 보수 유튜버들의 '선거조작설의 원조가 김어준'이라는 주장 말이다.

그런 가운데 < PD 수첩 >의 간판 PD이자 <뉴스타파>를 이끌어온 최승호 전 사장이 김어준씨에게 '언론인으로서의 위상과 그에 걸맞은 노력'을 주문한 것은 이목을 끌 만하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관점이나 주장은 언론인의 그것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진영 논리나 예술적 주장이 허용되는 다큐멘터리 역시 감독이나 제작진이 펼쳐 놓은 내적 논리가 탄탄하지 않으면,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극 영화와 달리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야만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최 전 사장의 공개적인 문제제기와 토론 제의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제스처라 할 수 있다. 반면 최 전 사장의 이러한 문제제기를 두고 'MBC 전 사장이 김어준을 공격했다'는 식의 진영논리 프레임을 씌우는 일부 세력은 경계해야 한다. 이제 최 전 사장의 문제제기에 김어준씨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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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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