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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수술중 사망... "처벌받을 사람들 제대로 안 받아"

[이영광의 '온에어' 40] '검사와 의사 친구 편' 취재한 조성현 MBC PD

20.07.08 14:13최종업데이트20.07.0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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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유령의사 수술실의 내부자들'이란 제목으로 수술실 CCTV를 의제화했던 < PD수첩 >이 당시 방송에서 소개된 권대희씨 사건을 통해 검사의 기소독점주의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 PD수첩 > '검사와 의사 친구 편'에서는 2016년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故)권대희씨의 의료사고 방송 후 1년을 다뤘다.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진 권씨는 이후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국과수에서 진단한 사인은 저혈량성 쇼크. 수술 중 발생한 과다출혈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실제 수술실에 있는 CCTV에는 간호조무사 혼자 지혈을 하는 모습이 찍혀있다. 아들의 죽음 이후 어머니는 간호조무사의 무면허 의료 행위와 교사 방조 혐의로 소송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보건복지부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간호조무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한 것. 알고 보니 병원이 선임한 변호사와 담당 검사는 의대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제작진은 검찰과 담당 검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방송 다음 날인 지난 1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 PD수첩 > '검사와 의사친구'편을 취재 연출한 조성현 PD를 만났다.
 

조성현 MBC PD ⓒ 이영광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

- '검사와 의사친구'편을 취재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마친 소감이 궁금합니다. 
"방송 끝내고 나면 이제 좀 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즐거워야 되는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권대희씨 재정신청의 결과에 대한 기대가 더 큽니다. 조만간 권대희씨 사건 제정 신청한 게 인용될지 기각될지 결정날 것 같거든요. 제일 기다려져요."

- 2016년 수술받다 사망한 권대희씨 사건으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문제를 짚으셨어요. 
"이 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았어요. '이런 내용의 사건이 있는데 다른 데에서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후배가 얘기하는데 저도 처음에는 '다른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피해자들에게 억울한 측면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한번 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검찰이 무리하게 불기소한 다른 비슷한 의료사고 피해 케이스들과 함께 취재했어요. 그런데 취재하다 보니 권대희씨 사건 하나만으로도 분량이 다 차서 나머지 취재했던 케이스들은 좀 뒤로 밀어 놓았어요."

- 작년에 이미 < PD수첩 >에서 권대희씨 사건을 다뤘잖아요. 
"법적인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저렇게까지 증거가 확실하면 누군가 책임 있는 사람은 처벌받게 될 거고 구제받을 사람은 구제받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거죠. 과실치사에 대해서는 기소를 당했고 그건 법정에서 다뤄지고 있지만, 의료법 위반(간호조무사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서 법정에서 다퉈 볼 여지조차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성재호 검사가 불기소했기 때문에."

- 공개된 수술 장면 등을 보면, 이해가 좀 안 가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날 권대희씨 수술방에) 3명의 의사가 들어왔는데 입장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이상하게 출혈이 많다고 얘기했다'는 의사도 있고, 출혈량이나 이런 부분은 잘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의사도 있고. 말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들 말을 100% 신뢰하긴 힘들어요. 최소한 수술이 시작돼서 끝나는 순간까지 어떤 의사 한 명이 집도했으면 그런 일은 안 생겼을 거예요. 그런데 3명의 의사가 환자를 눕혀놓고 수술방을 돌아다녀요. 그 사이 출혈이 발생한 거고요." 

- 의사들은 바뀌더라도 간호사들은 계속 수술실에 있었으니 당시 상황을 설명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우선 거기 있는 분들은 간호사가 아니라 간호조무사였어요. 간호조무사를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육안으로 출혈량을 봤을 때 문제가 되는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근데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1시간 이상 그 정도의 출혈이 지속됐다면 전원시키거나 어떤 식으로는 대처를 하는 게 맞다고 해요. 하지만 병원에서는 훨씬 더 긴 시간 같은 방식의 지혈만 했어요."

- 사건을 맡은 성재호 검사와 병원측 윤태중 변호사가 같은 의대 동기동창이잖아요. 이들의 관계가 이번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변호사와 검사만의 관계만으로도 가능하죠. 예를 들어 어떤 검사가 있어요. 이 검사와 관계가 있는 변호사를 찾기만 하면 되잖아요. 오죽하면 유료어플 중에 어떤 검사나 법조인을 치면 그 사람과 친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추천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을까요."

- 보건복지부 등이 간호조무사의 무면허의료행위라고 본 것과 관련해서 병원측 변호사는 유권해석이 다 맞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던데.
"맞아요. 그들은 정말 '내가 옳다, 내가 틀릴 가능성은 있지 않다'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어요. 그러니까 전문가들과 보건복지부 측의 유권해석을 무시할 수 있는 거죠. "

-  당시 사건 초기에 간호조무사의 지혈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생각한다는 담당검사의 발언이 있었잖아요. 초기 입장과 달라진 건데, 당시 검사는 변호사가 선임된 걸 모르던 때였나요?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 중에 하나예요. 왜 입장이 바뀌게 되었는지 질문을 하려고 하였으나 검사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모두가 궁금해할 수밖에 없죠. 왜 초기에는 권씨 어머니에게 무면허 의료행위가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가 불기소한 이유가 뭘까요."

- 방송 준비하면서 담당 검사도 만나셨잖아요. 담당 검사가 피디님을 자꾸 미는 듯하던데. 
"맞아요. 자꾸 성재호 검사님이 손 쓰려고 하셔서 손대지 마시라고 했죠. 그랬더니 손은 안 대고 갑자기 일어나시더니 엉덩이로 미시는 거예요. 더 웃겼던 건 첫 마디가 뭐였냐면 '성재호 검사님 되시죠'라고 했더니 그분이 저를 보면서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대답을 못 해 드리겠으니 죄송하다'라는 건지 아니면 '나의 행동에 대해 죄송하다'라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한 번 더 물어볼 기회가 있다면 꼭 묻고 싶어요."

- 취재하시면서 본인이 누군지 밝히셨나요?
"그럼요. '저는 MBC <PD수첩>에서 조성현 PD라고 했죠. 일반적으로 제가 만났던 분들은 그런 상황에서 멈춰서서 '지금은 인터뷰를 하기 힘들다'라고 하거나 '나중에 만나자'는 식으로 대화에 응하죠."

- 방송을 보면, 검사는 PD를 만나자 피해서 차로 가려고 하더라고요. 그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였어요.  
"맞아요. 예상했던 검사의 반응은 아니었어요.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그 질문에 대해 일정 부분 해명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떠나려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어요."

- 이번에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권한이 집중된다는 건 100% 부정부패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고요. 저는 < PD수첩 >이 정치적 프로그램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그런 것까지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주제를 통해서 검찰의 기소독점권은 없어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프로그램이 던지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검찰이 제대로 일하지 않아 피해를 입은 이 가족은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의문을 사회에 던져보고 싶었어요. (피해자 측이) 재정신청을 한 상태이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사실 매우 낮아요. 그 가능성을 뚫고 권대희씨 사건의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좋겠어요."
 

의 한 장면 ⓒ MBC

 
조성현 수수실 CCTV 기소독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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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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