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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아닌 '오래달리기'... '바람의 언덕' 만나 얻은 것

[<바람의 언덕>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 15] 아워스 최유리 대표

20.07.02 17:43최종업데이트20.07.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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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개봉한 독립영화 <바람의 언덕>은 올 초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라는 다소 생소한 상영방식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전국의 관객들과 만나 왔습니다. 전국 각 지역의 영화 커뮤니티와 독립예술영화 극장 등에서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아주 특별한 여정' 이어갔습니다. 그 여정의 기록을 개별 커뮤니티 혹은 개인의 소개와 극장 소개가 포함된 연재를 통해 전합니다. 그 열다섯 번째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워스 최유리 대표가 보내온 편지입니다.[편집자말]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홍보마케팅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워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최유리입니다. 지난 4월, <바람의 언덕>의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와 국내 개봉을 위한 홍보마케팅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제작되고 관객을 만나는 데 있어 가장 마지막을 담당하는 파트이자, 그러한 이유로 엔딩 크레디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곳이 바로 홍보마케팅팀인데요. 그 과정의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들려드릴 수 있어 매우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영화 <바람의 언덕>의 포스터. ⓒ 영화사삼순

 
근력으로 버티는 오래달리기처럼

독립영화의 홍보마케팅을 오랜 기간 진행하면서, 가장 큰 고민에 휩싸였던 부분은 독립영화 홍보마케팅 또한 결국, 기존 상업영화 마케팅과 동일한 전략으로 '돈을 덜, 아니 못쓰는 방식 밖에 될 수 없는가?' 였다.

사실, 딱히 뾰족한 묘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독립영화도 결국, 기존 상업 영화들과 동등하게 같은 개봉 일을 지정 받고, 동일한 티켓 가격,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쟁하고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겐 독립영화를 볼 시간, 블록버스터 작품을 볼 시간이 나누어져 있지 않고, 언제나 그들은 볼 콘텐츠가 너무 많다. 이들이 왜 우리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지, 나는 그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다.

반복되는 독립영화 배급/홍보 방식에 다소 지쳐있을 무렵, <재꽃>부터 함께 해왔고 신생 회사에 홍보마케팅을 덥석 맡겨주고 지원해주신 박석영 감독님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을 직접 만나는 '커뮤니티 시네마' 형태로 개봉을 하고 싶다고 먼저 말씀해주셨다.

그때, 작지만 큰 가능성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맞아, 우리는 왜 똑같이 0월 0일 대개봉! (사실, 대개봉도 아니고 소개봉이 대다수이지만) 만을 외치고 있었을까? 사실은… "우리 영화는 매주 한번 씩 상영합니다. 6개월 동안이요. 대신에 매주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드릴게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영화 <바람의 언덕>의 홍보물. ⓒ 영화사삼순

 
이 방식이야 말로 독립영화다운, 독립적으로 우리의 길을, 우리다운 방식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작은 해방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기존 마케팅이 개봉을 향해 다 함께 100미터 전력 질주를 하는 방식이라면,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는 꾸준한 근력으로 버티고 오래 달리는 구조였다. 우리는 기꺼이 그 과정에 '서포터'가 되기로 했다.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는 대부분 매주 토요일 진행됐다. 처음 우리는 감독님이 만난 커뮤니티 단체들을 리스트 업하고 대략적인 일정을 함께 정리했다. 이들을 위한 굿즈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제안에 영화를 오래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러스트 마그넷을 기획해 제작했다.

그리고 일정을 받으면 스케줄을 보기 좋게 구성하고, 디자이너는 단체마다 색과 문구를 바꾸며 10개가 넘는 지역 커뮤니티의 전단과 공고문을 제작했다. 후반부 몇몇 서울 지역은 직접 담당자들과 통화하며 일정을 조율하고 콘셉트는 함께 만들어갔다. 아주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계속 지속되는 일이었다.

이 작은 지역에서 관객들이 과연 찾아올까? 싶었지만 감독님이 보내주신 행사 후기 사진 속 관객들이 다함께 활짝 웃고 있었다. 텅 빈 극장에서 홀로 돌아가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어떤 살아있는 실체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혼자 외치고 싶던 그 한 마디, "이래도 안 볼 거야?"

그리고 우리는 작지만 일반 관객을 만나고 싶은 바람을 담아 개봉도 준비했다. 정식 극장 개봉은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우리는 또 다시 출발선에 서야 했다.

마케팅에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1) 엄마와 딸의 관계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 2) 배우들을 확실하게 알리는 것. 연기력은 물론이고 매력이 넘치고, 가능성이 충만한 멋진 여성 배우들을 소개하는 일은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엄마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이고 싶었던 영분과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을 딸 한희가 마주하는 순간을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영화 <바람의 언덕>의 포스터 촬영 현장. ⓒ 영화사삼순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지만, 특히나 독립영화가 관객에게 공평하게 가닿을 수 있는 부분은 '포스터'가 전부다. 영화의 계절이 한겨울인데 반해 <바람의 언덕>의 개봉은 너무나 따뜻한 봄날이었고, 영화 또한 포근하고 따뜻한 정서의 영화였다. 포스터로 차별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감독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독립영화로 쉽지 않은 포스터 촬영을 결정했다.

'아워스' 연다솔 디자이너의 지휘 아래 멋진 조명 팀과 포토그래퍼님, 그리고 '아워스' 조성경 팀장의 옷장에서 운명처럼 건져 올라온 영분과 한희의 의상까지. 우리는 때로는 매니저가 되고, 때로는 코디네이터가 되어 완벽하진 않았지만 가능한 최선의 준비로 포스터 촬영을 진행했다.

현실에서 엄마와 딸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어쩌면 서로를 안아주고 싶지 않았을까? 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안아보고 싶었어" 라는 카피와 함께 엄마와 딸이 함께 안고 있는 사진을 메인 포스터로 정했다.
  
나는 자주 이 포스터를 바라본다. 볼 때마다 이들의 옅은 미소를 자꾸 따라 하게 된다. <바람의 언덕>에서 만난 엄마와 딸은 서로의 삶을 인정하고, 각자의 삶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 이들 곁에 함께 할 것이라는 단단하고 든든한 상상을 혼자 해보곤 한다. 관객들도 이 포스터를 보고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겠다.

또 우리는 특별한 영상을 만들었다. 영화의 여운이 오래 남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는 두 사람(영분 역의 정은경 배우와 한희 역의 장선 배우)의 담백한 노래였다. 둘의 기교 없이 맑고 솔직한 목소리는 마치 <바람의 언덕>이 어떤 영화인지 명확하게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배우들에게 촬영을 요청했고, 선뜻 응해준 두 사람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이렇게 멋있는 우리 배우들이 멋지게 노래 부르는 영화거든? 이라고 혼자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데, 이래도 안 볼 거야? 라고.
 

▲ 바람의 언덕 정은경, 장선 배우 가수 보엠의 <항해>를 라이브로 부르는 정은경, 장선 배우 ⓒ 영화사삼순


어렵다, 모르겠다, 그래도 다 잡는다

 

영화 <바람의 언덕> 포스터 촬영 현장에서 작업 중인 아워스 식구들. ⓒ 영화사삼순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부터 개봉까지, <바람의 언덕>의 여정은 그 어느 작품보다 길었다. 결과적으로 관객 수는 약 2000명으로 집계됐지만, 숫자로 다 기록되지 않는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를 통해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직접 눈을 마주쳤다. 스코어만 봤을 때는, 개봉을 책임지는 담당자로서 일종의 죄송함과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적어도 관객에게 외면당하거나 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후회 없이 달렸기에 전혀 아쉽지 않다는 감독님과 배우들의 맑은 얼굴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아마도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를 통해 만난 관객들 또한 그 날의 시간을 오래오래 선물처럼 기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관객의 마음을 여는 게 언제나 가장 어렵다. 잘 모르겠다. 그리고 매번 다잡는다. 나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영화와 그 영화의 개봉이) 평생 하고 싶었던 마음 속 깊은 이야기였을 것이고, 인생이 걸린,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그리고, 그 너무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마케터가 되지 말자고. 관객의 귀한 시간이 부디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현명한 가이드를 소개하는 마케터가 되자고.

<바람의 언덕>의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는 마케터로서의 초심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 작품이자 외로운 이들이 모여 부끄럽지만 서로의 얼굴들을 마주하게 한 잊을 수 없는 '아워스'의 첫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 <바람의 언덕>의 스태프들과 함께. ⓒ 영화사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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