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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그가 낚은 것은 5년간의 간절함이었다

[TV 리뷰] tvN <삼시세끼 : 어촌편5>

20.06.29 12:10최종업데이트20.06.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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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방송된 <삼시세끼-어촌편5>의 한 장면 ⓒ tvN

 
내가 처음으로 그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영화 <왕의 남자>에서였다. 남사당패의 광대 중 한 명으로 출연했던 그의 극중 이름은, 첫인상도 몹시 강렬했던 '육갑'이었다. 그를 보고 든 생각은 '저 사람은 누구길래 저렇게 진짜 육갑이 같은 거지?'였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육갑이었을 것만 같은 외모와 몸짓, 말투와 표정으로 나를 깔깔 웃게 만들다 눈물 쏙 빼게 만드는 열연을 펼치던 천생 배우, 그는 '유해진'이었다.
 
나와 유해진과의 인연이라면, 몇 년 전 넓디넓은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스쳐 지나간 것이 전부이지만 단 초 몇 사이에, 그것도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던 내가 거울에 비친 듯 또렷이 보이는 반짝이 선글라스를 뚫고 나오던 그의 카리스마와 아우라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는 내가 생각하던 '육갑'이가 아닌 '셀럽'이었다.
 
그는 요즘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참바다씨'로 활동 중이다. <삼시세끼 어촌편5>는 죽굴도라는 섬에서 삼시세끼를 해먹는 유해진, 차승원, 손호준의 일상을 그리는 예능이다. 어찌 보면 참 심심하고 별거 없는 포맷인데 금요일 밤만 되면 무언가에 홀린 듯 리모콘을 찾아 '삼시세끼' 본방을 사수한다. 한 명은 끼니를 만들고, 한 명은 끼니에 쓰일 식재료를 구하거나 불을 지피고, 한 명은 백 가지의 잡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밍밍한 숭늉 같은 이 프로그램이 무슨 재미일까 싶지만, 세 사람의 찰떡 케미는 끊임없는 웃음을 던지고, 때로는 감동마저 느끼게 만든다.
 
차승원을 보면 끼니때마다 '뭐 먹나'를 고민하던 엄마가 보이고, 식구들 먹일 땟거리를 구하러 나가 힘든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는 유해진은 아빠를 닮아있다. 집안에서 소소한 것들을 챙기며 살뜰하게 차승원과 유해진을 도와주는 손호준은 어느새 철이 든 우리 자식들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물론 내가 저렇게 온 정성을 다해 엄마와 아빠를 도와준 적이 있었나, 의심은 들지만 말이다.
 
그는 비장했고,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다
 

지난 29일 방송된 <삼시세끼-어촌편5>의 한 장면 ⓒ tvN


<삼시세끼 어촌편> 원년멤버로 구성된 이번 시즌의 관전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과연 유해진은 돔을 낚을 수 있을 것인가'였다. 5년 전 만재도에서 부지런하고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능력이 살짝 부족한 탓에 낚시만 나갔다 하면 터덜터덜한 발걸음으로 매번 감감무소식을 전해오던 유해진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식재료를 구해오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던 그는, 어느 날은 '오늘은 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어떤 날은 '식재료도 못 구해오는 나는 무엇인가'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그는 우럭과 노래미를 낚는 낚시꾼이 되었지만, 돔을 잡겠다는 꿈을 위해 또 바다로 나갔다. 그는 비장했고,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다. 거친 바닷바람으로 싸대기를 백 대 맞으면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고, 그의 눈빛에선 간절함을 넘어 결연함마저 느껴졌다.
 
낚시 문외한인 내가 봐도 저 정도면 이건 용왕님이 '싫어요' 버튼이라도 누른 게 아닌가 싶었다. 그만큼 돔 낚시가 어려운 거겠지만, 저렇게 노력하는데 그렇게 안 잡히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제발 물색없는 돔이 한 마리 걸려주길 바라던 나의 바람과 달리, 만재도의 마지막 낚시에서도 돔을 낚지 못한 채 시즌은 마무리되었다. 그는 아쉬움과 착잡함, 정확히 무엇이었을지 모를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을 남긴 채 만재도를 떠났다. 하지만 그는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때가 아니었을 뿐이라고, 나에게만 들리는 혼잣말로 그에게 위로를 건넸다.
 
그 후 5년. 용왕님이 드디어 '좋아요' 버튼을 눌러준 덕인지, 비로소 운때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인지, 그는 몇 번의 도전 끝에 66cm 크기의 참돔을 낚아냈다. 5년의 시간을 기다린 끝에 그의 손으로 참돔을 낚아채던 그 순간, 마치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라도 배경음으로 깔아야 될 듯한 그 환희의 순간에, 나도 함께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른 것은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진심과 그를 응원하던 나의 마음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의 말처럼 그는 낚시와 인연이 없어 보였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여 없던 인연도 만들어낸 그의 노력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삼시세끼' 속 유해진 행동에 눈길 가는 까닭
 

<삼시세끼 : 어촌편5>의 한 장면 ⓒ tvN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유해진은 참돔을 낚은 거사 이후에도 여전히 통발을 던지고, 만선의 꿈을 꾸며 바다로 나갔다. 차승원도 늘 그랬듯 매 끼니를 만들고, 손호준은 바쁘게 움직이며 또 백 가지의 잡일을 하고 있다. 이런 게 인생인 건가. 참돔의 쾌거는 환희의 기쁨을 주었지만, 그렇다고 일상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또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게 우리의 인생과 같아서 이 프로그램에 나도 모르게 빠지게 되는 건가 싶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섣부르고 어리석은 일이다.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보여지는 게 이들의 전부는 아닐 거다. 그래도 선한 사람들이 모여 하루를 살아가는 슴슴한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 프로그램으로 참바다씨, 유해진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을 떠도는 그에 대한 미담과 선행들을 차치한다 하더라도, '삼시세끼'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이 꾸며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섬에서 만난 작은 생명들을 소중히 여기던 고운 마음도, 조금은 수고스럽지만 다른 이를 위해 한 발 먼저 움직이려는 분주한 마음도, 불을 지피느라 고생한 풍로 '강력ㅎF'가 선풍기에 밀려나자 마음이 편치 않다던 애틋한 마음도 진심이었을 거라 믿고 있다. 조금은 '아재'스럽지만 언제나 유쾌한 그의 유머와 호탕한 웃음에서 인간 유해진이 느껴졌던 것처럼 말이다.
 
다들 나 잘난 맛에 사는 요즘 같은 세상에, 유명인이라고 거들먹거리지 않고 겸손하고 소탈한, 그래서 더 인간적인 그를 보고 있자면 그래도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괜찮다'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조각미남은 아니지만 큰 매력을 지닌 그가 진심을 담아 걸어갈 다음 행보가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삼시세끼 어촌편5> 이제 끝나가는 거 같은데 아, 벌써 서운하네. 영화 <이장과 군수>라도 보면서 서운함이나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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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꿈을 꾸는, 철없는 어른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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