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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고 잊힌 여성들의 삶... 이 영화가 전한 충격

[리뷰] <인비저블 라이프>가 전한 여성의 현실

20.06.28 17:15최종업데이트20.06.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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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비저블 라이프>(2019) ⓒ (주)피터팬픽쳐스

 
지난해 열린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한 <인비저블 라이프>(2019)는 가부장인 아버지 때문에 생이별을 해야했던 1950년대 브라질 여성들의 애끓는 자매애를 다룬다.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 아래 차별받고 억압받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이미 여러 편 있었지만, <인비저블 라이프>가 많은 영화 관계자, 애호가들의 인상에 깊이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살아야했던 여성들의 삶을 감각적으로 가시화시킨 서사와 연출법에 있다. 

극 중 귀다(줄리아 스토클러 분)와 에우리디스(캐롤 두아트레 분)이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화양연화를 꼽자면, 두 자매가 함께했던 시절이었다. 보수적인 아버지가 귀다와 에우리디스의 많은 것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유와 꿈을 갈망하며 발랄하게 살아가던 자매는 남자를 만나는 순간, 자신들이 꿈꾸고 바라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부서지는 악몽을 경험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현실

 

영화 <인비저블 라이프>(2019) ⓒ (주)피터팬픽쳐스

 
차라리 꿈이면 바로 깨어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남자를 경험한 이후 귀다와 에우리디스에게 닥친 상황은 깨어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수많은 여성들이 팔자려니 하고 묵묵히 감내해야했던 인고의 시간이었다. 

남성 감독의 시선에서 자신의 어머니 뻘 여성들의 젊은 날을 되짚어보는 <인비저블 라이프>는 귀다와 에우리디스가 미약하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었던 순간까지만 보여 준다. 이후 그녀들의 삶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우리 주변에서 숱하고 지워지고 잊혀졌던 여성들로 추측하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얼핏 보면 귀다와 에우리디스의 삶 모두 비극에 가깝다. 미혼모가 된 후 가족에게 버림받고 힘겹게 자신의 삶을 꾸려야했던 귀다와 원치않는 결혼과 임신으로 완전히 꿈이 꺾여버린 에우리디스는 큰 틀에서 보면 지금까지 숱하게 보고 듣고 경험한 여성 억압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슬프게도 두 여성이 처한 고통과 상처는 모두 남성들에게 기인한다. 남성들에게만 자기결정권이 주어지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끊임없이 남성들이 시키는대로 따르고 움직일 것을 강요받는다. 여기서 일찌감치 사랑과 자유를 찾아 집을 나간 귀다와 아버지의 뜻대로 또다른 가부장에게 선택되고 종속된 에우리디스가 엇갈리기 시작하는데,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두 여성의 삶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순간이다. 

미혼모가 된 후 아버지에게 매몰차게 내쫓기고 혼자 아이를 낳은 귀다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성을 돕는 필로메나를 알게 되고, 그녀의 주선으로 일자리를 얻어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반면 결혼 이후에도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에우리디스는 경제권은 물론 가정 내 모든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남편에 의해서 번번히 그 꿈을 좌절 당한다. 심지어 에우리디스의 꿈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주변인들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응원과 지지의 힘
 

영화 <인비저블 라이프>(2019) ⓒ (주)피터팬픽쳐스

 
넉넉하지 않지만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와 무슨 일을 하던 남편 혹은 아버지의 동의가 필요한 사회에서 살아야하는 여성들의 삶은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미혼모로서 살게된 귀다가 애초 원하던 삶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또다른 여성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서로서로 돕고사는 여성들의 연대는 남성 없이도 충분히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반면, 가부장 사회 속에서 어떻게든 자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했지만 결국은 실패로 끝난 에우리디스는 모든 것이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여성이 주체적으로 꿈을 펼치고 오롯이 '나'로 살 수 있는 가에 대한 질문을 남게 한다. 분명 과거에 비해 여성 인권이 많이 높아졌다고 한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많은 여성들의 존재가 지워지고 잊혀졌던 시간 앞에서 여성이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여성들의 꿈과 선택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다.

지금까지 잊히고 사라진 수많은 여성들의 삶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인비저블 라이프>처럼 더 많은 여성 서사가 필요하고 존재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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