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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불어오는 새 바람, "우린 계속 하겠습니다"

[ <바람의 언덕>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 13] 목포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

20.06.26 09:31최종업데이트20.06.2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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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개봉한 독립영화 <바람의 언덕>은 올 초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라는 다소 생소한 상영방식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전국의 관객들과 만나 왔습니다. 전국 각 지역의 영화 커뮤니티와 독립예술영화 극장 등에서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아주 특별한 여정' 이어갔습니다. 그 여정의 기록을 개별 커뮤니티 혹은 개인의 소개와 극장 소개가 포함된 연재를 통해 전합니다. 그 열세 번째는 목포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에서 보내온 편지입니다. [편집자말]

시네마라운지MM 재개관 첫 상영작 <바람의 언덕> ⓒ 시네마라운지MM


목포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에게 묻다

2018년 3월, 전남 최초의 독립영화관이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개관했다. 그동안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를 개최하면서 공간과 지속 가능한 영화 상영에 대한 고민이 모아진 결과이기도 하다. 지역 시민사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줬다. 사람들의 마음들이 하나 둘 모아진 이 소중한 공간은 지역에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렇게 시작됐다.

다양한 기획전을 준비하고, 사람들에게 영화를 소개하고,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들을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과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이 공간은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들을 채워나갔다.
 

세월호시민영화학교를 진행 중인 시네마라운지MM ⓒ 시네마라운지MM

 
웃고 웃으며 함께 보내왔던 이 시간들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맞닥뜨렸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건물주는 우리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건물을 팔고자 했다. 결국 우리는 2년 만에 새로운 공간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도 지인의 도움으로, 우리는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을 준비하게 됐다.

<바람의 언덕>과 함께한 목포 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의 새로운 시작

지난해 11월, 새로운 곳으로 터전을 옮긴 지 약 5개월 만에 시네마라운지MM은 다시 문을 열고 관객을 맞이했다. 목포 독립영화관을 지지하고 후원해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좋은 곳으로 이전하게 됐지만, 오래된 건물을 영화 관람에 최적화 된 장소로 바꾸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새 극장은 기존 위치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일제 강점기인 1930년 세워진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 자리다. 독립영화를 기다릴 관객을 상상하며, 지난 겨우내 우리 민족의 아픔이 담긴 예전 조선미곡주식회사를 새 공간으로 만들어 나갔다. 원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붉은 벽돌이 다시 보이게 시멘트를 부수고 바닥을 정리하고 천장과 창문을 최대한 어울리게 고쳐 나갔다. 예산이 넉넉지 않아 어려웠지만, 그래도 새로운 공간에서 관객들을 만난다는 설렘은 그 힘든 과정들조차 잊게 만들었다.
 

옛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를 영화관으로 변모시키는 과정 ⓒ 시네마라운지MM

 
공식 재개관일은 지난 3월 8일. 시네마라운지MM이 처음 목포에서 시작한 그 날짜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 후인 4월 18일에 재개관하게 됐다. 관객과의 만남은 늦어졌지만, 그로인해 조금 더 집중해서 공간을 꾸미고 프로그램 내용을 튼실하게 만들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티켓을 새롭게 만들고 커뮤니티 공간을 채워나가며, 우리는 보다 아름다운 영화관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펼치고 있었던 시기라 특별한 재개관 행사를 마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독립영화와 시네마라운지MM을 기다려주셨던 많은 분들이 찾아왔고, 우리가 꾸린 공간을 많이 칭찬하고 격려해줬다.

재개관 첫 상영작은 박석영 감독의 <바람의 언덕>으로 선택했다. 일명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로 이미 3월에 목포시민들과 만남을 예정했으나, 역시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재개관에 맞춰 상영하게 됐다.

지난해 박석영 감독과는 이 여정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전국의 커뮤니티 시네마 공간에 대한 이야기와 이 공간들이 현실적으로 어떤 어려움 속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버텨나가고 있는지 깊이 있게 대화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마도 그런 과정 속에서 박석영 감독의 고민이 이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에 잘 드러나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더욱 고맙다.
 

시네마라운지MM 관객들과 함께 한 <바람의 언덕>팀 ⓒ 시네마라운지MM

 
영화 상영 후 박석영 감독, 정은경, 장선, 김태희 배우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함께 했다. 기존 목포 상업영화관에서는 보기 힘든 진지한 대화에, 감독과 배우는 물론 관객 역시 만족한 시간이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으나 관객 한 명도 빠져나가지 않고 재개관의 유일한 행사를 빛내주었다. 그날 관객과의 대화의 모더레이터로서 관객석을 바라본 박혜선 대표는 "5개월 만에 꽉 찬 관객들을 마주하니 뭔가 모를 벅차오르는 감정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을 못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남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은 전남지역 최초의 독립영화관으로, 독립영화관이 대도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도시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남 서남권 지역은 미디어센터를 비롯해 영화 및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시설 전무하다. 그 가운데 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은 영화/영상 교육 및 독립영화제, 영화/미디어 기반 지역 축제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그 내실과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시네마라운지MM은 현재 목포 문화예술의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상업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을 즐기는 목포 및 인근 지역민들이 조금씩 늘고 있고, 근대역사문화를 간직한 목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네마라운지MM의 '독립공간' 행사. ⓒ 시네마라운지MM

 
향후 시네마라운지MM은 더 많은 관객이 독립영화와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독립영화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등 영화관의 방향성을 유지 하면서 더 많은 문화를 만들고 향유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독립영화관들은 영화진흥위원회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스스로 자립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특히 지방 소도시에서 독립영화관의 지속적인 생존은 여전히 힘에 부치고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전과 함께 선택한 방법이 시민극장주 모집이었다. 독립영화관이 어떠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만들고 운영해 나가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 시민극장주를 지속적으로 모집을 하고 있으니, 관객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기를 바라본다.

"우리는 계속 하겠습니다"
 

제6회 목포 국도1호선독립영화제 홍보물. ⓒ 시네마라운지MM


지난겨울, 공사를 시작도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을 때 '특별 상영전'으로 부산 국도예술관의 이야기를 담은 <라스트 씬>을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그 당시 "관객이 영화관의 자존심이다"라던 정진아 국도예술관 프로그래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관을 만드는 것은 몇몇 영화인이 아니라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이다. 그만큼 관객들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이다.

시네마라운지MM은 관객이 이 공간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원하고 또 준비해 나가고 있다. 이곳 만호동 주민들이 조금이나마 문화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매달 무료상영회를 진행하고 있고 주민프로그램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쩌면 우리가 지향하고 추구하고자 했던 시민 주도, 관객 주도 독립영화관이란 의미의 작은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여섯 명의 활동가들, 이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관객들이 찾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소중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시네마라운지MM을 응원합니다."

관객들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이런 응원의 글들은 한 번 씩 지칠 때마다 큰 힘이 된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관객을 기다리며 "우리는 계속 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글쓴이_시네마라운지MM

우리는 앞으로도 멋진 공간이 될 것이다
 

만호동 주민무료 상영회 현장. ⓒ 시네마라운지MM


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이 생겼을 때, 같이 축하하고 기뻐하면서 힘겹지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모습과 함께 하고 싶어서 머무르게 됐다. 영상에 관심이 많고 영화가 좋았다. 처음에 독립영화가 뭔지도 몰랐고 어려운 영화도 많았다.

큰 수입을 벌 수 있는 공간이 아니고 개인이 유지하기 힘든 시스템이다 보니 난관도 많았다. 재정이 어려워 항상 살림은 빠듯하지만, 주위엔 항상 관심 있는 관객들이 계신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후원해 주시는 분들,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영화관은 영화를 보는 곳이지만, 여러 프로그램들을 나누는 공간이다. 지역주민들, 학생들,어르신들... 각양각색 사람들이 모여 얘기도 나누고 차도 마시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곳이 되기도 한다. 직접 영화를 제작하셨던 감독님과 배우를 초청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어서 영화에 대한 애정도 더 생겼다.

시네마라운지MM에서는 다른 일반 영화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영화들을 볼 수 있다. 많은 영화 감독들이 더 멋진 영화를 만들 수 있으려면 독립영화관들이 더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싶다. 시네마라운지MM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될 것이다.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해서도 어렵지만 앞으로도 계속 멋진 공간이 될 것이다.

글쓴이_활동가 오영아

새로 만나는 즐거움
 

시네마라운지MM 식구들. ⓒ 시네마라운지MM


전 직장에서 2년 동안 일했다. 1달 동안 쉬면서 이직할 곳을 찾다가 알게 된 이 곳. 처음 왔을 땐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날것의 상태였다. 곧 무너질 것 같이 오래된 건물은 아니었지만, 들어섰을 때 나던 오래된 건물 냄새가 아직도 기억난다.

이곳이 이제 내가 일할 곳이라니. 전남 최초 유일 독립영화예술공간이란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청년활동가라는 이름으로 5명이 함께하는 중이었다. 뭔가 이질적이면서도 신기한 느낌이었다.

이곳 청년활동가들은 책임감과 사명감도 있어보였지만, 일을 하며 느끼는 즐거움으로 활동하는 듯 했다. 나 또한 청년활동가로 함께 한지 석 달째, 이곳에서 활동하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만호동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이곳에서 자신들의 꿈을 지역민들과 나누고 함께하면서 뿌리를 차츰차츰 내리는 과정의 즐거움, 사람들의 삶을 직접 마주하면서 내 자신이 스스로 성장하는 즐거움. 과거 보다는 이곳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요즘.

이제는 그 즐거움이 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글쓴이_활동가 김지은

다시, '협동조합 시네마 MM'으로 시작합니다
 

영화 <이장> 관객과의 대화. ⓒ 시네마라운지MM

 
어쩌면 내 삶의 전부가 되어 버린 이곳에서 지난 2년 동안의 시간들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간다. 그러면서 내 개인의 고집과 생각들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다. 혼자 만들어 갈 수 없는 이 공간을, 아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지내기를 꿈꾼 이 공간에서 사람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책임질 수 없을 만큼 이렇게 멀리 와 버렸다.

하지만 이 짐들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함께 짊어지려고 한다. 그래서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 독립영화관은 협동조합 시네마MM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보다 더 넓고 보다 더 깊이 있게, 우리 목포에서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며, 세상의 부당함에 함께 목소리를 만들어 갈 것이다.

글쓴이_ 활동가 정성우
바람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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