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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 조종사'로 여성 내세운 이 감독이 말하고자 한 것

[신작 영화 리뷰] <에어로너츠>, 만미터 상공 올라간 열기구 이야기

20.06.11 15:51최종업데이트20.06.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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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에어로너츠> 포스터. ⓒ 시나몬(주)홈초이스

 
작년, 제시 바클리를 내세워 시골 소녀의 컨트리 가수 성공기와 더불어 여성의 끈끈한 목소리, 연대를 담아 좋은 모습을 보인 영화 <와일드 로즈>로 이름을 알린 톰 하퍼 감독. <킹스 스피치>, <레미제라블>, <대니쉬 걸>의 톰 후퍼 감독과 이름이 비슷해 아직도 헷갈린다. 영화의 느낌적인 느낌이 비슷하기라도 한 걸까. 여하튼, 계속 눈에 띄는 톰 하퍼 감독의 앞날을 기대한다. 

그의 작품이 다시 한 번 우리를 찾아왔다. <에어로너츠>라는 제목의 영화로, 영국 현지에선 작년에 개봉했다. 우리나라에선 4월에 개봉할 예정이었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되어 6월에 개봉할 수 있었다. 이제라도 개봉할 수 있었던 건, 이 영화가 주는 명명백백한 메시지와 기막힌 비주얼이 어느 정도는 먹힐 가능성이 있다는 방증이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열기구 조종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여성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펠리시티 존스'가 극의 중심을 잡아 활약한다는 사실 하나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톰 하퍼 감독의 전작이 주는 믿음과 펠리시티 존스의 전작들이 주는 믿음이 서로 하모니를 이룬다고 하겠다. 여기에 에디 레드메인이 합세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명품 커플이 재연되었다. 

10000m 상공으로 올라간 열기구 이야기
 

영화 <에어로너츠> 스틸 이미지 ⓒ 씨나몬(주)홈초이스

 
1862년 런던, 천문학자이자 기상학자 제임스는 열기구 조종사 어밀리아와 함께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솟아오른다. 1만 명이 넘는 구경꾼들이 몰렸는데, 눈앞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이들의 모습을 구경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기상 예측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제임스는, 어밀리아에게 열기구 조종을 부탁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부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미친놈 취급을 당했다.

천신만고 끝에 기상 예측을 위한 열기구 탑승에 성공한 제임스 그리고 어밀리아. 기존의 최고 기록을 깨고 8000m 이상의 상공에 오른다. 기상 악화로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기온이 급하강하고 산소가 부족해지는 등 진짜 고비가 찾아온다. 과학적 호기심으로 고집을 부리는 제임스와 이에 굴복한 어밀리아는 급기야 11000m 상공으로 올라간다. 

계속 올라가다간 죽을 수밖에 없는 그들. 열기구 탑승이 처음인 제임스는 곧 정신을 잃고 어밀리아만 홀로 남아 어떻게든 열기구를 지상으로 내리려 한다. 산소는 없고 온몸이 꽁꽁 얼어버리는 극한의 환경을 극복하고 그는 살아 돌아가야만 한다. 그녀에겐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어떻게 열기구를 내릴 것인가?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극단적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

영화는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가 확실한 대조를 이룬다. 상승할 때의 기대감과 설렘은 난기류를 만나 현실로 돌아온다. 구름 위까지 상승했을 때는 눈 앞에 펼쳐진 믿기 힘든 장관을 보고 한없이 감탄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보다 더 올라갔을 때다. 

극단은 양날의 칼이다. 한계를 넘어 또 다른 세계를 만나 자신을 다른 차원으로 끌고 갈 수 있지만, 때에 따라선 살 수 없을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제임스가 보여준 측면은, 극단의 부정적 모습들이다. 올라갈 만큼 올라갔을 때 내려올 줄 알아야 하는데, 이성이 끝없이 계속 올라가려는 본능에 지고 말았다.

다행히 어밀리아 덕분에 죽지 않고 내려올 수 있는 타이밍을 간신히 얻어냈다. 하지만, 하강은 상승만큼 쉽지 않다. 상승은 '얼마나' 올라가는 게 중요할 테지만, 하강은 '어떻게' 내려가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내려가는 것에는 세심하고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남자 제임스에겐 없고 여자 어밀리아에겐 있는 기술이다. 제임스는 정신을 잃었고, 어밀리아 혼자의 힘으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죽음의 여정' 과실 따 먹은 제임스
 

영화 <에어로너츠> 스틸 이미지 ⓒ 씨나몬(주)홈초이스

 
어밀리아 혼자의 힘으로, 죽어가는 제임스를 챙기면서 역시 당장 정신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본인을 다독이며 열기구를 하강시키려 한다. 그 모습 자체를 통해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감독이 전작에서 여성의 끈끈한 목소리와 연대를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에선 여성의 끈끈한 인내와 기술과 힘을 보여주려 한다. 추상적이지 않은, 구체적이고 강인하기까지 한 힘을 말이다. 

하지만, 이 '죽음의 여정'의 과실은 어밀리아 아닌 제임스가 따먹었다. 모두 믿지 않고 또 기피했던 '기상 예측'의 가능성을 설파하고 상공 11000m 이상까지 올라갔던 제임스가 내려와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밀리아는 조력자일 뿐이었다. 

실제 11000m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을 담아냈다고 알려진 영화 속 광활한 이미지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촬영 이미지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영화의 재미는 배가 된다.

더불어 제임스가 아닌 어밀리아를 눈여겨 볼 것을 권한다. 둘의 과거가 중간중간 나오는데, 식상하기까지 한 제임스의 생각과 활동보다 어밀리아의 그것을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150여 년의 시대를 관통하는 관점의 전환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와 <프리즘>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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