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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았던 임신... 그 이후 벌어진 충격적인 일들

[리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십개월>(2020)

20.06.01 16:59최종업데이트20.06.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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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십개월>(2020) ⓒ 전주국제영화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십개월>(감독 남궁선)은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게 된 여성 앞에 놓인 각종 성차별과 가부장제의 모순을 통렬하게 비판한 흥미로운 영화다. 

일과 사랑, 성공, 삶의 여유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던 미래(최성은 분)에게 임신 사실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과거에 비해 임신, 출산을 한 여성에게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한들, 미래의 임신 이후 펼쳐지는 해프닝들은 예상대로다. 미래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임신 중이기 때문에 그녀와 재계약을 원하지 않는 회사, 가정을 꾸릴 능력이 되지 않으면서 결혼부터 종용하는 남자친구, 경제력을 미끼로 가부장제 질서를 따를 것을 강요하는 예비 시댁. 숨막히는 상황의 연속 속에서도 미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출산을 앞둔 여성에게 오직 엄마로서의 역할만 강조하는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억압이다. 

계획에 없던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자신이 소신껏 일군 텃밭을 하루 아침에 다 잃게 된 미래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까.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된 여성 캐릭터에게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대개 아이를 지우거나, 떠밀리다시피 결혼한 후 가부장제에 순응하고 혹은 남편과 시댁과의 잦은 갈등 후 어렵게 탈혼을 결심하기도 했다. 이러한 콘텐츠 속에서 여성의 삶은 패배와 파멸로 뒤섞여 있었고, 여성의 주체적 선택에 의한 행복한 미래는 아득해 보였다. 

<십개월>의 미래의 삶 또한 언뜻 보면 비극에 가까워 보인다. 배우자 없이 홀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곱지 않은 현실에서, 내키지 않는 결혼 대신 다른 길을 모색하는 주인공의 선택을 선뜻 지지하고 응원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영화 <십개월>이 당돌 하면서도 패기넘치게 다가오는 건,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을 과감히 돌파하는 묵직한 직구에 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십개월>(2020) ⓒ 전주국제영화제

 
터무니 없이 비싼 낙태 비용과 결혼을 종용하는 남친 사이에 갈팡질팡 하다가 아이를 지울 타이밍을 완전히 놓쳐버린 미래는 본인 자신과 아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공존의 방식을 나름 모색해 보지만 완벽한 실패로 끝난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가진 여성이 할 수 있는 건 엄마로서 본분에 충실히 하는 것뿐이다. 미래의 임신 소식을 듣게된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제 뱃속의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하지 않겠니"라면서 그간 교묘하게 숨겨 왔던 여성 차별을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아이를 가졌을 뿐인데, 임신 전에는 비교적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자유를 거의 박탈당한 미래의 삶은 최근 젊은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4B(비연애, 비섹스, 비혼, 비출산) 운동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사회에서 규정한 성별간 역할을 뛰어넘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 동시대 여성들은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체념하고 살아야했던 과거 여성들의 삶을 되물림하지 않으려 한다. 

아이를 임신한 여성으로서 수많은 압박과 차별을 받는 이야기는 마치 내가 경험한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는 어쩌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남궁선 감독 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고의 결과물 덕분이 아닐까.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십개월>(2020) ⓒ 전주국제영화제

 
10여 년 전만 해도 남궁선 감독은 배우 박정민의 단편 영화 <세상의 끝>(2007), 한류스타 김수현의 출연작이자 제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비정정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최악의 친구들>(2009)로 주목받는 충무로 신예 감독이었다. 그러나 출산 이후 한동안 경력단절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남궁선 감독은 첫번째 장편 영화 <십개월>을 통해 여전한 건재를 과시했다. 박정민, 김수현을 발굴한 매의 눈답게 최성은, 유이든 등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케하는 캐스팅 감각 또한 여전하다. 감독 남궁선의 차기 행보를 기대해볼 만한 이정표 같은 영화다.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게 된 여성의 시선에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가부장제의 모순을 꼬집으며, 가부장제 종속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여성의 당당한 선택을 지지하는 영화 <십개월>은 오는 6일까지 스트리밍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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