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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슈가가 '32분간' 고백한 '4년의 시간'

[비바 라 비다] 슈가의 믹스테이프 < D-2 >... 내밀한 자아 드러내다

20.05.28 10:43최종업데이트20.05.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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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슈가가 발표한 믹스테이프 < D-2 >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지난 22일, 방탄소년단의 래퍼 슈가(민윤기·28)가 믹스테이프 < D-2 > 를 발표했다. 이 믹스테이프는 발표와 동시에 전 세계 80개 국가 및 지역의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최근의 슈가는 수년째 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올해 2월 방탄소년단의 정규 앨범 < MAP OF THE SOUL 7 >을 발표하면서, 얼마 전 아이유의 노래 '에잇'을 프로듀싱하는 등, 프로듀서로서도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 왔다.

이번 믹스테이프에서 슈가는 '어거스트 디'라는 이름으로 활약했다. '어거스트 디(Agust D)'는 슈가가 2016년에 발표했던 첫 믹스테이프 이름이자, 동시에 슈가가 사용하는 래퍼로서의 또 다른 자아다. 이번 믹스테이프의 수록곡들은 방탄소년단의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슈가는 이 앨범에 '4년간의 자신'을 담았다고 고백했다.

슈가, 민윤기, 어거스트 디
 
믹스테이프의 문을 여는 곡은 '저 달(Moonlight)'이다. 슈가는 남산동의 지하에 살 때나, '펜트하우스'에 사는 지금이나 저 달빛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그를 둘러싼 수많은 상황들이 바뀌었고,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되었지만, 또 다른 고뇌가 생겼다. 그는 스스로를 '천재'라고 말하다가도, 이내 자신의 능력 자체에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믹스테이프의 타이틀곡 격인 '대취타(Daechwita)'는 이번 믹스테이프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일 것이다. 대취타는 왕의 행차, 군대의 행진 등을 장식하던 곡들을 말한다. 그래서일까, 슈가는 이 곡에서 자신을 '왕', '범'과 같은 단어로 묘사한다. 대취타에서 사용되는 태평소, 꽹과리 등의 악기를 트랩 사운드와 섞으면서 '한국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다. 역동적인 비트와 타격감 있는 랩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사극 촬영지로 유명한 대장금 테마파크에서 찍은 뮤직비디오 역시 한국적인 이미지로 일관한다. 영화 <킹덤> <광해> 등을 연상케 하는 이 영상에서 슈가는 공격적인 이미지로 연기한다(방탄소년단의 멤버인 진과 정국의 특별 출연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내 통장에 영 열 개들은  청춘을 담보로 한 돈 
I got a big house, big car, big ring 
뭐든지 가져와 봐 줄게 내 black card"
- '어떻게 생각해' 중


'어떻게 생각해'에서는 자신의 성공을 한껏 과시하는 한편, 아이돌 음악을 무시하는 이들에 대해 조소를 보낸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피처링한 '이상하지 않은가'에서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세상에서 가장 추한 꽃'으로 묘사하면서, 사회적 의제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공유하기도 했다. 욕설 등 직설적인 표현이 더욱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도 방탄소년단의 앨범과 이 작품을 차별짓는 지점 중 하나다.

앨범의 중반쯤 되었을 때, 슈가는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분위기 전환 싱어송라이터 MAX(맥스 슈나이더)가 피처링한 'Burn It', 믹스테이프의 후반부에서는 서정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클라우드 랩 스타일을 받아들인 '혼술(Honsool)'을 지나,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Interlude : Set Me Free'가 그렇다. 방탄소년단의 앨범이 그랬듯, 클라우드 랩과 얼터너티브 록, 트랩,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를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밴드 넬의 보컬 김종완이 참여한 얼터너티브 록 넘버 '어땠을까'는 믹스테이프 앨범의 문을 닫는 데에 있어 매우 적합한 선택이다. '어땠을까'는 어떤 곡보다 자전적인 서사가 두드러지는, 감성적인 곡이다. 슈가는 이 노래에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옛 친구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슈가는 일탈 행위(약물 복용)에서 빠져나오지 못 한 친구와 인연을 끊을 수밖에 없지만,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부채 의식은 여전히 그에게 남아 있다. '함께 세상을 씹어먹자'고 말하던 두 친구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는 안타까움이다. 방탄소년단의 '봄날(2017)'에서도 쓰였던 가사는 이런 의미에서 되풀이된 것이다. 가창자와 가까이 앉아 그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하다.
 
"니가 변한 건지 아니면 내가 변한 건지
흐르는 시간조차 미워 우리가 변한 거지 뭐"
- '어땠을까' 중

 
슈가는 < MAP OF THE SOUL : 7 >의 'Interlude : Shadow'에서 '나의 도약은 추락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고 말한다. 이 트랙에서 보여주었던 정서는 < D-2 >에서 한층 더 확장되었다. 방탄소년단은 어떤 케이팝 스타도 가 보지 못한 영역을 개척했다. 슈가는 자신의 이 화려한 나날을 과시하면서도, 무대 뒤 인간의 밀도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어거스트 디'의 자아를 택했다. 32분은 슈가의 세계를 만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슈가 BTS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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