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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PD의 유재석 활용법, 어설픈 밑반찬에 담긴 진짜 마음

[리뷰]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재미-감동도 잡은 기획

20.05.03 16:42최종업데이트20.05.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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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각 방송국들의 풍경도 많이 변했다. 특히 많은 방청객을 초대해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직격타를 맞았다. 실제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SBS  <인기가요> MBC <음악중심> 등 음악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KBS 2TV <개그콘서트>나 tvN <코미디 빅리그>같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도 무관객으로 녹화를 진행하고 있다. 완성도는 물론이고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태호 PD와 유재석의 만남으로 연일 화제가 되며 MBC의 간판 예능으로 떠오르고 있는 <놀면 뭐하니?>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트로트 가수 유산슬과 라면집 사장 '라섹', 하프 연주가 '유르페우스'로 변신하며 놀라운 확장력을 보여준 유재석은 다음 프로젝트로 얼리아답터 라이프를 체험하는 '스마트유'로 변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결정으로 인해 <놀면 뭐하니?>도 제작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매주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해야 하는 <놀면 뭐하니?>의 특성상 '코로나 19'는 프로그램 제작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지만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이번에도 위기 극복을 위한 '플랜B'를 찾아냈다. 송가인과의 듀엣곡 녹음과 박명수와의 재회가 <무한도전> 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닭터유 특집, 그리고 '부캐의 세계'라는 독특한 특집을 기획하기도 했다. 그리고 2일 방송에서는 '죽밥 유선생' 특집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또 한 번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코로나 19' 사태 속 의미와 재미를 모두 잡았던 '방구석 콘서트' 특집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코로나 19'가 확산된 이후 가장 먼저 기획한 <놀면 뭐하니?>의 '플랜B 프로젝트'는 취소가 이어진 공연계에 활기를 주고 공연장을 가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한 '방구석 콘서트'였다. 사실 관객이 없기 때문에 큰 공연장을 대관할 필요는 전혀 없었지만 <놀면 뭐하니>에서는 모든 뮤지션들이 서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이자 대한민국 공연의 중심으로 불리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대관해 공연의 스케일을 키웠다.

'방구석 콘서트'는 급하게 준비한 프로젝트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히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지코와 장범준, 송가인, 유산슬이 있었고 라이브 무대에 강한 이승환과 혁오 밴드, 잔나비도 가세했다. 여기에 뛰어난 음악성으로 명성이 높은 선우정아와 새소년, 공연의 다양성을 더하기 위해 뮤지컬 <맘마미아>와 <빨래> 팀도 출연했다. 힙합크루 AOMG와 판소리 공연가 이자람의 출연도 놀라웠다.

MC였던 김광민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 '방구석 콘서트'는 크지 않은 체구와 폭발적인 고음 없이도 언제나 꽉찬 무대를 선보이는 장범준이 뒤를 이었다. 최신 히트곡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로 시작한 장범준의 공연은 '벚꽃엔딩'과 '노래방에서'같은 히트 넘버로 이어졌다.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에서는 유재석이 샘 역에 깜짝 캐스팅돼 실수 없이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은 '코로나 19'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해 '슈퍼 히어로'를 열창했고 새소년과 선우정아의 유니크한 합동 공연도 4명의 MC들을 감탄하게 했다. 밴드 잔나비에 이어 무대에 오른 가수는 작년 TV조선 <내일은 미스 트롯> 우승자 송가인이었다. 3곡의 트로트 메들리에 이어 유산슬과의 듀엣곡 '이별의 버스정류장'을 부른 송가인은 신곡 '화류춘몽'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방구석 콘서트'는 혁오밴드와 뮤지컬 <빨래> 팀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공연 실황만 4주에 걸쳐 방송된 장기 프로젝트의 막을 내렸다. 물론 마지막 2주는 '닭터유' 특집과 분량이 상당부분 겹쳤기 때문에 '방구석 콘서트'가 차지하는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방구석에서 들을 수 있는 고품격 라이브 공연은 코로나 19로 외출조차 쉽지 않았던 시청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선물이 됐다.

'방구석 콘서트'에서 조용했던 김광민과 쌈디가 주인공 된 '죽밥 유선생'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놀면 뭐하니?>는 2일 방송에서 (언제나 그렇듯) 미리 알리지 않고 유재석에게 반찬을 만들게 한 후 이를 인터넷 생중계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개하는 '죽밥 유선생' 특집으로 진행됐다. 유재석은 시청자들과의 소통 끝에 철저히 본인 마음대로 '밑반찬 3종 세트'로 불리는 콩자반과 진미채, 장조림을 만들었다(하지만 유재석은 진미채를 만드는 데 1시간 이상을 소모해 버렸고 콩자반까지만 급하게 완성하고 장조림은 아예 시작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죽밥 유선생'에서 요리는 워밍업에 불과했고 유재석이 지인의 집에 방문해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진짜였다. <놀면 뭐하니?> '죽밥 유선생' 특집에서는 한 달 전에 있었던 '방구석 콘서트'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출연자들을 찾아갔다. 유재석, 유희열, 이적과 함께 MC로 활약했지만 거의 나설 일이 없었던 피아니스트 김광민, 그리고 같이 출연한 GRAY와 우원재, 코드쿤스트와 스포트라이트를 나눠야 했던 래퍼 사이먼 도미닉(이하 쌈디)이었다.

첫 출연 당시에도 교수라는 직책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취미(?)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김광민은 이날도 집에 고가의 프라 모델과 미니카들을 전시해 유재석을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리미티드 LP와 오래된 가구, 오래된 전자제품 등을 보여주며 상당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물론 롤링스톤즈의 < Sticky Fingers > 영국 오리지널 앨범 정도를 제외하면 김광민의 물건들은 그가 원하는 만큼의 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다.

쌈디는 힙합 뮤지션의 화려한 생활과 정오에 일어나 한나절이 지난 다음날 새벽 2시가 돼서야 첫 끼를 먹는 자취하는 청년의 불규칙한 생활을 대비하며 보여줬다. 유재석은 혼자 살면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쌈디를 보며 안타까워했고 쌈디에게 (마법의 가루로 맛을 낸) 부대찌개를 대접했다. 쌈디는 힙합 뮤지션이 아닌 10년의 인연을 가진 유재석의 친한 동생으로서 유재석이 차려 준 밥을 맛있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사실 시청률이나 방송분량을 생각했다면 식사를 대접하는 출연자로 더 유명하고 방송경력이 풍부한 예능인을 섭외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유재석이 누구와 만나도 충분한 재미와 분량을 뽑아내는 최고의 MC임을 알고 있었고 '방구석 콘서트'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독거남' 김광민과 쌈디를 유재석이 찾아가는 지인으로 선택했다. 그렇게 유재석과 김광민, 그리고 쌈디는 '죽밥 유선생'을 더욱 유익하고 흥미로운 특집으로 만들 수 있었다.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놀면 뭐하니 유재석 김태호PD 김광민 사이먼 도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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