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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감독의 묘책

[안치용의 영화적 사유] 영화 <킹덤>

20.04.28 17:30최종업데이트20.04.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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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덤>은 여러모로 현대적인 맥락에 위치한 대중예술작품이다. 만일 '현대적인'을 영어로 번역한다면, 그때는 '포스트모던'이란 단어가 더 적합하다. '포스트'를 뺀 '모던'의 진부함으로는 영화의 맥락을 설명하기 힘들다.
 
일본어로 된 원작만화
 

영화 <킹덤> 관련 이미지. ⓒ 와이드 릴리즈(주)

 
영화 <킹덤>의 원작은 만화다. 그것도 일본만화. 과거에는 영화의 원작이 소설인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원작이 만화인 사례 또한 늘어나고 있다. 글자를 보면서 독자가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각자 떠올리는 소설과 달리 만화는 글자와 이미지를 함께 보며 추가적인 이미지와 메시지를 떠올리게 된다. 원작이 인기를 끈 만화일수록 주인공의 생김새를 비롯하여 많은 것들이 독자에게 고착돼 있다. 영화나 만화나, 간단히 말해 동일하게 이미지를 다루는 대중예술이며, 관객이나 독자나 사실상 많이 겹치는 집단이라고 할 때 만화원작을 영화화하는 제작진은 유불리를 모두 갖는다.

누계 6400만 부 발행된 전 세계적인 히트작 만화 <킹덤>을 영화로 만들기로 하면서 제작진이 놓인 입장이 그랬다는 얘기다. 만화 <킹덤>은 2006년 1권을 출간한 이후 누계로 전세계에서 6400만 부가 판매되었다. 원작 만화 <킹덤>은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젊은 황제 '영정'과 노예 신분인 소년 '신'이 만나 세상을 평정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57권까지 출간되었다. 현재도 연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게임,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기에 실사화 제작은 시간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원작자 하라 야스히사가 직접 각본을, <아이 엠 어 히어로> 등 많은 만화를 영화화한 사토 신스케가 감독을 맡아 3년의 준비 끝에 촬영에 들어갔다. 영화 <킹덤>이 다룬 내용은 만화 원작의 1~5권까지이다.

만화 원작을 영화로 만들 때의 영화문법은 조금 더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마블원작의 영화화와 비교하며 아마도 적잖은 얘깃거리가 나오지 싶다. 여기서는 <킹덤>이란 동명의 만화원작을 영화로 만들 때 불가피하게 만화적 전형성을 통한 세상읽기의 가능성을 영화로 모색하게 된다는 점만 지적하고자 한다. 만화의 세계와 만화의 세계에서 구현된 세계관을 실사 영화로 옮길 때 어느 정도의 변용과 적정화가 필요한지를 결정하고 스크린에 담아내는 것 자체가 포스트모던한 맥락을 지닌다고 하겠다.

또 하나 이색적인 상황은 극중 언어가 일본어라는 점이다. 처음에 일본독자를 겨냥한 일본만화로 만들어졌을 땐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다룬다고 하여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 또한 한국어나 중국어로 번역되어 그쪽 독자들이 읽는다고 하여도 그림과 (번역된) 해당 언어만이 노출되기에 이것 또한 크게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영화로 만들 때이다. 스크린에서는 아직까지는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수입국에 따라 자국 언어를 자막으로 처리하여 감상하게 된다. 영화 <킹덤>에서는 출연자들이 일본어를 쓴다. 한데 주인공인 '신'과 '정'은 중국 진나라의 천하통일을 함께 도모하는 인물인 만큼 지금과 같은 중국어가 아닐지는 몰라도 큰 범위에서 분명 중국어를 썼을 것이다.

중국 역사의 중요한 사건을 일본배우들이 일본어로 연기하고,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자막으로 보게 된다. 세종대왕 시대의 어떤 이야기를 일본에서 만화로 만들고 그 만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서 국내에 수입됐는데, 세종대왕 등 등장인물이 다 일본어를 쓰고 한국관객은 한글자막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는 풍경을 떠올려보면 된다.

제작진은 영화의 충실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 로케이션을 진행했으며 가장 많을 때는 700명의 스태프와 1만 명의 엑스트라를 참여시켰다. 사실감과 생생한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지촬영을 진행했는데, 정작 등장인물이 쓰는 언어는 일본어였다.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일본 영화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세계인이 이 영화를 감상하기에 수용되는 영화적 현실이겠다.
 
허구의 사실성을 극대화한 까닭


말하자면 디테일의 사실감은 극대화하지만 전체적인 허구성은 만화와 영화에서 기본원칙으로 준수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일본어를 쓰는 시황제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받아들이는 관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만화와 게임의 연장선에 위치한 영상무협지를 일본에서 만들었을 뿐이다. 강력한 허구성을 배경으로 특별한 맥락에서 중요한 사실성만을 강조하는 문화현상의 현장으로 이해하면 될까.

사토 신스케 감독과 마츠하시 신조 프로듀서는 원작의 거대한 스케일을 스크린 속에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중국 로케이션을 결정했다. 촬영지로 선택된 곳은 상해에서 약 300km 떨어진 상산 촬영 스튜디오. 상산 촬영 스튜디오는 약 73만㎡의 거대한 넓이를 자랑하는 중국 최초의 영화 테마 파크이다. '중국의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이곳은 춘추전국시대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세트로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

<킹덤>은 상산 촬영 스튜디오에서 촬영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을 투입했고 클라이맥스 장면인 궁중 전투씬을 촬영하기 위해 700여 명의 스태프와 1만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하는 대규모 작업을 진행했다. 만화적 세계의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CG가 아닌 실제 사람들을 등장시킨 영화의 역설인 셈이다.

바닥의 포석을 춘추전국시대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형태로 재현하는 등 디테일을 사실적으로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허구의 사실성을 극대화한 까닭은 프로덕션 디자이너 사이토 이와오의 말에서 확인된다.

"디테일이 쌓일수록 영화의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 확신했고 철저히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영화 <킹덤> 관련이미지. ⓒ 와이드 릴리즈(주)

 
액션기술에서도 디테일에 신경썼다. 영웅을 꿈꾸는 소년 '신'은 리얼하고 강력한 빌런들과의 대결에서 날렵하고 힘이 넘치는 액션 기술을 선보인다. 영화 초반 '주흉'을 상대로 한 액션 시퀀스는 단순히 화려함보다는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힘이 느껴지는 액션으로 설계되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신'의 액션 기술은 빌런과의 대결이 거듭될수록 스펙터클하게 성장한다.

나 같은 사람이 느끼기는 힘들지만, 요시자와 료란 한 사람이 연기한 '표'와 '영정' 두 캐릭터는 서로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진 인물로 액션 기술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도록 완성되었다고 한다. 배울 곳 없이 스스로 검술을 연마한 '신'의 오랜 친구 '표'는 형태가 규정되지 않은 본능적인 액션을 선보이는 반면, 검술 교육을 받은 왕족 '영정'은 기교가 느껴지면서도 깔끔한 기술적 액션을 구사하도록 하였다는 것.

허구와 과장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도록 애쓴 영화 <킹덤>은 기본적으로 무협지이다. 무협지만으로 감상하는 방법과 무협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며 보는 방법 중 어느 쪽을 택할지는 관객의 마음이다. 또 하나 비교대상은 원작만화. 만화 1~5권을 보는 것과 영화를 보는 것 사이에서 어느 게 '극적'인지 판별할 수도 있다. 만화를 보면 5권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난점이 예상된다. 29일 개봉.
덧붙이는 글 안치용 기자는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겸 한국CSR연구소 소장이자 영화평론가입니다. 이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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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평론하고, 래디컬 정치를 사유한다. 활자에도 익숙해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이런저런 글을 쓴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소년/대학생들과 자주 접촉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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