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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피겨 이준형 "김연아 선수 충고, 많은 도움 돼"

[패션 커넥티드] 한국 남자 피겨 역사 최초로 동계 올림픽 출전권 따내

20.04.13 14:21최종업데이트20.04.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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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피겨 역사 최초로 동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현역 선수이자 장차 안무가로서의 활동이 기대되는 이준형 선수와 나눈 인터뷰는 피겨계에 사라졌던 ‘감동’을 다시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했다. ⓒ 김희주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전설적인 선수가 된 김연아의 프로그램에는 다른 선수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특별한 '감동'이 있었다. 현재 피겨 선수들이 뛰는 점프의 난이도는 이전과 비할 수 없이 높아졌지만 '피겨 스케이팅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유는 아마도 그러한 '감동'이 존재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한국 남자 피겨 역사 최초로 동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현역 선수이자 장차 안무가로서의 활동이 기대되는 이준형 선수와 지난 2일에 나눈 인터뷰를 통해 피겨계에 사라졌던 그 '감동'을 다시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했다. 다음은 이준형 선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피겨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어머니가 피겨 스케이팅 코치이셔서 어머니 따라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스케이팅이) 너무 좋아져서 선수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점프를 포함한 여러 기술들을 익히는 게 여간 쉽지 않아 보이는데 피겨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하는가?
"하나의 기술을 예를 들어 보면 빠르면 몇 개월, 길게 잡으면 몇 년까지도 걸린다. 하나를 습득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처음에 기술을 배울 때는 무섭기도 하고 잘 안되니까 심리적으로 조금 조급해진다. 그런데 결국에는 또 되니까 그런 부분이 재미있다. 

보통 하루에 6시간에서 8시간을 링크장에서 보낸다. 하루 4시간은 꼭 스케이팅을 타고, 그 외의 시간에는 지상 훈련을 하거나 밖에서 무용 수업을 받는다. 하루의 반은 훈련하는 데 시간을 쓴다. 시즌 때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기술 위주로 해서 음악이랑 같이 프로그램 연습을 하고, 비시즌 때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훈련과 훈련의 강도를 높여서 지구력을 끌어올린다."

- 본인 스케이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스케이팅을) 사랑하면서 탄다는 것이다.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굉장히 즐기면서 탄다. 선수들을 보면 본인이 좋아서 시작을 했지만 계속해서 좋아하면서 타는 사람은 많이 없더라."

- 남자 싱글 최초 타이틀이 많더라. 개척해 나갔던 입장에서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하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후배들을 위한 길을 만들었다는 것이 뿌듯하다. 뭔가 더 최초의 타이틀을 노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기대하고 있다."

- 평창올림픽 티켓을 땄던 2017 네벨혼 트로피 대회를 잊지 못할 것 같은데.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선발전에서 1등을 해서 네벨혼에 가게 되었는데 올림픽이 걸린 마지막 기회이니만큼 티켓을 꼭 따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부담도 엄청 컸지만 연습 때부터 잘 돼서 해낼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연습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 지금까지 했던 프로그램 중에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올림픽 시즌에 썼던 이터널리와 보헤미안 랩소디가 아직까지도 가장 좋은 것 같다. 많은 것들을 얻었던 프로그램이다. 경기를 진행할 때 가졌던 느낌들도 좋았고, 그 프로그램들로 인해서 내가 한층 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 같은 소속사인 김연아 선수에게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평소에 어떤 얘기들을 해주는지?
"항상 경기가 끝나고 나면 수고했다고 문자를 보내주시고, 평소에도 안무적인 부분들을 많이 봐주신다. 나름대로 안무에 있어서는 다른 선수들보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안무에 대해 너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많이 깨주셨다. 그런 충고들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긴장하는 것과 집중하는 것은 다르다"
 

이준형 선수는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한국에 이런 선수가 있었다’라고 기억되는 선수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올댓스포츠



- 피겨 선수로서 가져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집중력이 좋아야 되는 것 같다. 경기 때 한순간에 잡생각을 하면 바로 무너지더라. 아무리 긴장을 하더라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어야 잘 되는 것 같다. 긴장을 하는 것과 집중을 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긴장을 하게 되면 각성 수치가 올라가서 몸은 더 좋아지지만 그 순간에도 집중력을 잃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될 수가 있다. 피겨는 심리적인 부분이 제일 크다. 그 (심리적인) 부분이 정말 중요한 종목이다."

- 어릴 때부터 꿈이 안무가라고 했던 인터뷰가 기억난다. 그 꿈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지금도 조금씩 시즌 프로그램과 갈라 프로그램 안무를 짜 보고 있고, 어린 선수들의 안무를 도와주고 있다. (안무를 짜는 것이) 확실히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 내가 안무를 짠 프로그램으로 경기해 보는 것이 꿈이었는데 꿈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안무는 연구하는 재미가 있다. 동작을 위해 여러 가지 모티프를 찾아보고 하면서 재미를 많이 느낀다."

- 올림픽 티켓을 땄던 네벨혼 트로피 대회 프리 프로그램이 데이비드 윌슨의 안무라고 들었다.
"처음에 보헤미안 랩소디를 쓰기보다는 퀸의 메들리 형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데이비드 윌슨이 '아직까지 그렇게 했던 선수는 없는 것 같다'며 아예 보헤미안 랩소디만 써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나중에 본인도 '만족스러운 안무가 나왔다'고 말하더라. (웃음)"

- 어떤 안무가 좋은 안무라고 생각하는가?
"밀당이 있는 안무이다. 너무 약하게 가도 안 되고 너무 세게 가도 안 되고, 적당히 밀고 당겨야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무를 짤 때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리고 음악과 매치가 잘 되고 음악이 가지고 있는 박자에 잘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음악과 안무가) 따로 놀면 확실히 보는 관중 분들이 별로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 것 같다."

- 피겨 선수들은 경기를 할 때 음악을 느끼면서 경기할 수가 없다더라.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듣고 가는 편인데 기술에 집중을 하다 보면 음악을 못 느낄 수밖에 없다. 기술의 난이도가 올라가고 점프가 많이 배치가 되어 있는 부분에는 아무래도 안무에 신경을 좀 덜 쓰게 되더라. 체력 분배도 잘 해야 되고, 요즘은 전략적으로 해야 되는 부분이 많아졌다. 그래도 피겨 스케이팅의 본질이 뭔지 잊지 않으려고 한다."

- 피겨 스케이팅이 어떤 운동이라고 생각하는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운동이라고만 하기에는 예술적인 부분이 아주 많이 섞여 있는 스포츠다. 이런 종목이 없는 것 같다. 혼자서 경기를 한다는 점도 그렇고, 음악과 함께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하는 것도 그렇고 굉장히 예술적인 종목이 아닌가 싶다."

-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말한다면.
"다음 올림픽에는 선수로서 꼭 나가고 싶다. '한국에 이런 선수가 있었다'라고 기억되는 선수가 되었으면 한다. 또 안무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 안무가마다 스타일이 다 있는데, '이준형이 짠 안무이다'라고 기억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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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가 너무 좋아서, 뭐라도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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