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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진단 시약 보도, 질본이 '팩트 체크' 나선 이유

[하성태의 사이드뷰] 정확한 팩트 체크 없는 기사, 불안만 부채질할 뿐

20.03.05 11:54최종업데이트20.03.0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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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보도된 SBS <"중국이 물량 다 가져갔다"...'진단 시약' 부족 우려>의 한 장면 ⓒ SBS

 
"코로나19 초기에는 로슈 이 시약이 우리나라에서 약 6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검사하시는 관계자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자들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현재는 약 35%까지 비율을 떨어뜨려서 국산화했습니다. 대단한 성과죠."

질병관리본부(질본) 유천권 감염병분석센터장이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자평이다.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진단 시약을 공급하는 외국 제약회사가 국내 공급을 중단했다는 SBS 보도(<"중국이 물량 다 가져갔다"...'진단 시약' 부족 우려>) 이후 중국에 대한 비판과 국민들의 불안이 증폭되면서 질본 측에서 '팩트' 체크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유 센터장은 "국산으로 거의 모든 진단 시약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다다르고 있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사태가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해당 시약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고, 또 해당 제약회사의 물량 공급이 끊긴 것도 아니라는 설명에 이은 부연이었다.

"직접적으로 사용된 진단 시약은, 이미 네 개의 종류가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처로부터 긴급 승인을 받아 시장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충분한 상황이고, 지금 말씀하신 유전자 채취에 필요한 로슈 진단 시약이 이슈였던 상황인데 국산 진단 시약이 로슈 진단 시약을 대체해 나가고 있는 긍정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치 지난해 여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이후 '노재팬' 불매 운동으로 인해 국산화에 주력했던 일부 업계의 성공 사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SBS 보도가 어땠길래 질본에서 이러한 '팩트체크'에 나선 것일까.

질본은 왜 팩트체크에 나섰나
 

지난달 29일 보도된 SBS <"중국이 물량 다 가져갔다"...'진단 시약' 부족 우려>의 한 장면 ⓒ SBS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렸는지를 확인할 때, 진단 시약이 필요합니다.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시약을 공급하는 외국 제약회사가 최근 우리나라에 공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으로 물량이 다 빠져나가면서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달 29일 해당 보도를 전한 앵커 멘트다. 불과 나흘 동안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급변한 게 아니라면, 4일 유 센터장이 확인한 실상과는 표현이나 내용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해당 보도의 기자 리포트를 좀 더 보자.
 
"현재 코로나19는 의심환자의 검체에서 유전 정보가 담긴 핵산을 추출한 뒤, 이를 증폭시켜 진단하는 2단계를 거칩니다. 이때 핵산 추출에 사용되는 시약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합니다. 그런데 추출 시약을 공급해왔던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가 최근 국내 공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문가위원은  '최근 중국이 로슈 측에 긴급 추가 물량을 요구하면서, 우리나라로 들어와야 할 진단 시약 물량이 며칠째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만간 병상뿐 아니라 진단 시약 부족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SBS는 익명의 전문가위원의 인터뷰를 근거로 "진단 시약 부족 사태"를 에둘러 '전망'한 것이다. 물론 SBS가 질본의 반론을 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어 SBS는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추출 시약을 서둘러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질본 핵심관계자의 짤막한 '워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SBS는 "(질본이) 이미 국내 기술력이 입증된 만큼 정확성과 안정성을 빠르게 검증할 계획"이라며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선 다국적 제약사에 대한 의존도가 클 경우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라고 부연했다.

뭔가 뒤틀려 보이지 않은가. "진단 시약 부족 사태"까지 경고한 것치고는 이후 기사의 전개가 다소 힘이 빠진다. 질본의 해명은 두루뭉술하고, 다국적 제약사에 대한 의존도를 지적한 부분은 일반론에 가까워 보인다. "진단 시약뿐 아니라 치료약도 국내 생산 비중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라는 결론 역시 두루뭉수리하고 일반론으로 보이긴 마찬가지고.

해당 보도 직후 반응은 뜨거웠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만 7000개에 육박하는 댓글이 달렸다. 질본을 응원하고 SBS 보도의 문제성을 지적하는 한편 코로나 사태의 중국'발'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SBS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보도는 29일 전체 보도 중 세 번째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일 SBS는 온라인판으로 <진단 시약 부족 SBS 보도에 대한 로슈와 보건당국의 입장>이란 기사를 게재했다.

반론과 팩트 체크 건너 뛴 SBS 보도
 

지난달 29일 보도된 SBS <"중국이 물량 다 가져갔다"...'진단 시약' 부족 우려>의 한 장면 ⓒ SBS


"최근 COVID-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핵산 추출 시약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한국로슈진단은 현재까지 국내에 관련 시약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왔으며 앞으로도 국내 시약 공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로슈진단 본사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COVID19 대응을 위해, 시약 공급을 최우선에 두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로슈진단은 현재 로슈진단 본사와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핵산 추출 시약의 원활한 국내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의 COVID19 대응을 위해 정부 및 관련 기관에 최대한 적극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2일 해당 기사에서 SBS가 전한 로슈진단 본사의 입장이다. 아울러 SBS는 "현재 진단키트에는 일단 문제는 전혀 없다. 다만 진단키트가 아니라 그 핵산을 추출하는 시약이 특정한 글로벌 제약사에서 공급이 되고 있는데 그 제약사가 로슈(로슈진단)사이며 자동화 시약의 공급에 차질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의 해명도 곁들였다.

다음날인 3일 권준욱 부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키트에 사용되는 일부 시약과 관련해서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에서 충분히 물량공급이 가능하다는 통보가 왔다"며 "물량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했음에도 상당히 많은 양의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이라며 "검사의 양과 질을 평가하고 모니터링 하는데 역점을 두는 동시에 검사체계 전반이 문제없이 가동되도록 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자, 상황을 정리해 보자. 앞서 언급한 대로 SBS 보도 직후 나흘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 아니라면, 또 질본과 로슈진단 측의 설명을 사실이라 전제한다면, SBS가 경고한 "진단 시약 부족 사태" 자체는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SBS가 제목으로 뽑아 불안과 '중국 혐오'를 부추긴 '중국발' 부족사태 역시 부화뇌동에 가까웠고.

세계적인 마스크 부족사태는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와 이기주의'라는 일반적 이미지를 근거나 반론 없이 그대로 보도한 것이 역시 문제로 꼽을 만 하다. 애초 SBS의 지난달 29일 최초보도는 이후 2일자 기사의 반론이나 해명이 포함돼 있어야 납득 가능한 기사였다.

하지만 SBS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시키거나 사실 확인, 반론을 거른 채 그대로 보도했다. 반면 2일자 기사는 메인뉴스에서 보도하지 않고 온라인의 텍스트 기사로 처리했을 뿐이었다. SBS가 <8뉴스>를 통해 보도한 <"중국이 물량 다 가져갔다"..'진단 시약' 부족 우려> 기사는 결과적으로 '오보 아닌 오보' 혹은 '의도적 과잉 보도'가 된 셈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방송과 언론의 보도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신천지'발 확산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5일 16번, 18번 환자가 나란히 입원한 광주광역시의 한 병원 현장을 전한 SBS <8뉴스>의 <"무서워 죽겠어요"…광주 21세기병원 통제 현장> 리포트도 그 중 하나였다(관련 기사 : "무서워 죽겠어요"... 누가 공포·불안을 조장하는가).

뒤늦게 질본과 로슈본사의 반론을 온라인판 기사로 덧댄 SBS의 <"중국이 물량 다 가져갔다"... '진단 시약' 부족 우려> 기사는 팩트 체크는 물론이요, 그 의도까지 의심스러운 부실한 기사가 아닐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증폭되는 국민 불안을 부채질하는, 제목과 그림으로 그 불안감을 조장하던 한 달 전 보도보다 오히려 퇴보한. SBS는 한 달 전보다 더 심각해진 이 국가 재난 사태를 앞에 두고 과연 무엇을 위해, 또 무슨 자신감으로 이러한 함량 미달 기사를 자신 있게 보도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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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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