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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군 몰래 지원한 미국 정부... 무엇이 진실인가

[리뷰] 영화 <마지막 게임> 진실이라는 허울 좋은 늪

20.03.03 13:59최종업데이트20.03.0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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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 게임> 포스터 ⓒ 넷플릭스

 
진실을 향한 길은 언제가 쉽지 않다. 불의가 가득한 세상에서 그 잘못된 무언가를 찾아내서 세상 사람들에게 고발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용기가 있으려면 일종의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한 조직에 속해있으면서 그 조직의 올바른 길을 위해 숨겨진 음모나 부패를 찾아내는 것은 아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 전체가 흔들리고 그 선을 넘어 가족 전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일이다. 

특히나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취재를 한다. 세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하는 아주 간단하게 보이는 그 일은 사실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보다 진실은 아주 깊이 묻혀있고, 그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파악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은 단번에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정보와 사실들을 전하지만 그중 일부는 권력이나 국가의 부패나 음모를 포함한다. 국가, 정치인, 범죄 세력 등이 얽혀있는 그 관계들 속에서 은밀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밝혀낸다는 건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없다면 매달리기 힘든 일일 것이다. 

분쟁 지역 취재기자 엘레나의 이야기

영화 <마지막 게임>은 분쟁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취재해왔던 기자 엘레나 맥마혼(앤 해서웨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동료인 알마 게레로(로지 페레즈)와 함께 분쟁지역을 취재하다 여러 군사적 위협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온다. 엘레나는 기자로서 진실을 위해서라면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국방부 장관의 기자회견이나, 정치적 행사에서도 그는 대담하게 분쟁 지역에 관련하여 미국이 은밀히 하고 있는 비밀거래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그의 질문에 대충 얼버무리고 그 자리를 피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엘레나의 질문이 얼마나 그들을 곤혹스럽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마지막 게임> 장면 ⓒ 넷플릭스

 
영화는 1980년 미국 레이건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냉전이 계속되었던 시기이고 미국과 소련이 경쟁을 하던 때였다. 직접 전쟁을 벌일 수 없으니, 남미나 아랍국가에서 대리전쟁을 벌였는데, 남미에서 공산주의 국가가 나타나면, 그에 반하는 세력들을 지원함으로써 내전을 만드는 형태로 약소국들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특히 영화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레이건과 참모들이 사실상 미국 의회가 법률로 금지한 콘트라 세력(반혁명세력)에 대한 군사 지원을 비밀스러운 방법을 동원해 자행했던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다.

실체적 진실을 쫒는 엘레나의 집념

그 은밀한 움직임을 포착해 몇 년 동안 취재해왔던 엘레나는 여전히 그 일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길 원하지만 정부 고위층의 방해로 벽에 부딪힌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온갖 분쟁지역을 취재하던 그의 얼굴은 그 취재가 진행이 중단되고 나서는 화려하게 꾸민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그렇게 격식을 차린 옷차림과 화장을 했음에도 국무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선 그의 진실을 향한 매서움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 기세에 눌려 고위층은 그 자리를 얼버무리고 벗어난다. 

엘레나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윌렘 대포)의 부탁으로 불법 무기거래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 거래가 자신이 그동안 취재해 왔던 정부와 테러리스트 간 불법 거래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아버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나서지만, 일이 진행되면서 그의 눈빛은 서서히 기자가 가진 그것으로 바뀌어간다. 하지만 그가 점점 진실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그의 한쪽 얼굴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진실에 가까워졌다는 두근거림과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불안감은 배우 앤 해서웨이의 묵직한 연기로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된다. 
 

영화 <마지막 게임> 장면 ⓒ 넷플릭스

 
초반 아주 전문적인 기자의 모습을 보여줬던 엘레나는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두려움과 절망이 더 커져간다. 아마도 어두운 진실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져갈 것이다. 그 상대가 힘 있는 권력의 누군가라면 기자의 사명감으로도 그 두려움을 견뎌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엘레나도 결국 그 두려움 속에 갇혀버리고 만다. 

좋은 얼굴과 추악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레이건 정부의 실체

실제 여러 나라에서 많은 기자들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몇몇 기자들은 소리 소문 없이 실종되기도 한다. 그들이 어디로 갔고, 어떤 결말을 처하게 되었는지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저 권력에 맞서다 죽음을 맞이했다는 음모론적 해석만이 가능해진다. 그 체제가 어떤 체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신들의 정치적인 야욕을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정치집단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에 희생당하는 건 언제나 시스템 끝에 있는 국민들이다. 그 사이에서 실체적 진실을 알리려 노력하는 기자들은 여전히 두려움 속에서 뛰는 중이다. 

영화에는 엘레나에게 도움을 주는 트릿 모리슨(벤 애플렉)이 나온다. 정부 고위층과 연결되어 있는 그는 엘레나의 안전을 보장하지만 실제로 그는 정부의 테러리스트 지원에 관여되어 있는 인물이다. 그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정부가 행하는 테러리스트 지원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일부 수행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의 그 모호한 태도는 정확히 레이건 정부의 행위를 대변한다. 앞으로는 손을 내밀어 구원의 손길을 내밀면서 뒤로는 그 상대방의 뒤통수를 노리는 세력을 지원하여 원하는 바를 얻어낸다. 믿음직스러운 외모지만 뺀질거리는 그의 표정은 그 당시 레이건 정부의 얼굴을 그대로 대변한다. 
 

영화 <마지막 게임> 장면 ⓒ 넷플릭스

 
영화 <마지막 게임>은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원작 소설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려 노력한 것 같지만 이야기 자체를 완전히 따라가기 쉽지 않다. 중간중간 설명 없이 상황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보고 있는 내내 어떤 상황인지 명확히 이해되지 않고, 등장인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체도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실제 역사적 사실 속에 허구의 인물들을 넣어 이야기를 만들면서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채 작품이 만들어진 느낌이다. 만약 레이건 시대를 대표하는 얼굴을 영화로 보여주려고 했다면 어쩌면 반 정도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얼굴인지 보고 나서도 알 수가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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