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방영한 MBC 뮤직토크쇼 <배철수 잼>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 ⓒ MBC
"쫄면 안돼요. 무조건 맞아도 올라가야 돼요."
지난 24일 방영된 MBC 뮤직 토크쇼 <배철수 잼>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은 한국인 학생이 많지 않아 녹록지 않았던 자신의 학창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맞대응! 버터야 산다!'
1991년 재미교포 출신 가수로 데뷔한 양준일은 한국, 미국 모두에게서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미국에서 사업을 크게 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숱한 인종차별에 시달려야 했던 양준일은 정작 한국에서는 시대를 한참 앞서간다는 이유로 외면받아야 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고 이제는 시대를 앞서갔던 천재 아티스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양준일의 감회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가수 활동이 좌절된 후, 양준일은 정말 열심히 살았다. V2라는 새로운 예명으로 가요계 복귀를 시도한 적도 있었고 영어학원 강사, 식당 서빙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한국 연예계와 완전히 멀어졌다고 생각하던 찰나, 온라인 탑골공원 동영상 열풍으로 강제 소환(?)된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 그 자체이다.
<배철수 잼>에서 최초로 공개된 그의 어린시절은 태생부터 남달랐다. 전쟁통에서 사랑을 꽃피웠던 부모님 덕분에 베트남에서 태어난 양준일은 10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 곳에서 그의 운명과도 같은 춤과 음악을 접했다. 어릴 때부터 가수를 꿈꾼 것은 아니었지만, 할리우드 1세대 한인배우 오순택과의 만남은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어 주었다.
"준일이는 연예인이 돼야 해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양준일의 가능성을 힘주어 말하는 오순택 선생님 덕분에 자연스레 가수를 꿈꾸게 된 양준일은 그 뒤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잊혀진 계절'을 히트시킨 이범희 작곡가를 만나 그토록 원하던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잘 익어가는 것'이 목표인 중년 남성, 양준일
▲ 지난 24일 방영한 MBC 뮤직토크쇼 <배철수 잼>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 ⓒ MBC
▲ 지난 24일 방영한 MBC 뮤직토크쇼 <배철수 잼>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 ⓒ MBC
방송 분량상 그의 성장과정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겠지만, <배철수 잼>에 나온 단면적인 에피소드만 들어도 양준일의 데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강수지, 이현우 등 미국에서 살던 가수들이 앞다투어 데뷔하던 시절이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유분방함이 가득하던 양준일은 당시 한국 방송계가 원하던 재미교포 연예인상이 아니었다. 설상가상 '리베카' 'Dance with me 아가씨'로 대표되는 양준일의 초창기 노래들은 90년대 초반 한국 대중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코드와 감성으로 가득해 보인다.
"제가 '잘 익어가자~!'라는 단어를 쓰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잘 익어가도 어느 시점에서는 썩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익어가자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어릴 때 '버텨야 산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다던 양준일은 어느 순간 '잘 익어가는 것'이 목표인 중년 남성이 되어 있었다. 지금에야 시대를 앞서간 천재로 각광받고 있지만, 활동 당시 온갖 편견과 박해에 시달려야 했던 양준일에게선 시대를 초월한 강인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세상이 그를 힘들게 할지라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철학.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른 외형 탓에 잦은 시비와 싸움에 휘말렸던 양준일은 일찍이 자신만의 생존의 비법을 터득할 수밖에 없었고, 그 깨달음은 오랜 세월 자신을 향한 질타와 편견에 맞서는 주된 자양분이 되었다.
대신에 그는 마이클 잭슨, 존 트라볼타 등 당대 최고의 춤꾼들의 춤선을 연구하며 실력을 쌓았고, 덕분에 세월이 지날 수록 빛나는 양준일만의 스타일을 가지게 되었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잘 익어가고 있는 양준일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 지난 24일 방영한 MBC 뮤직토크쇼 <배철수 잼>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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