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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동상'에 대한, 봉준호의 시원했던 한마디

[현장] <기생충> 주역들 귀국 기자간담회... "죽은 다음 기념해 달라"

20.02.19 14:33최종업데이트20.02.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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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 봉준호, 감사합니다! 배우 봉준호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등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했다. ⓒ 이정민

 
'봉준호 박물관, 봉준호 동상, 그리고 생가 보존'.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봉준호 감독 관련 공약을 쏟아 내고 있는 가운데, 봉 감독이 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봉 감독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간담회에서 자신과 관련한 각종 정치 공약에 "그런 건 저희가 죽은 후에 해달라"라고 밝혔다.

한국영화역사상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본상 수상(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과 함께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는 등 새로운 역사를 썼기에 정치권 역시 이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국내에서 그런 움직임이 일고 있을 때 <기생충>팀은 미국 LA에서 오스카 캠페인(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영화를 홍보하는 일정) 중이라 직접 봉준호 감독의 생각을 들을 수 없던 차에 이날 현장에서 관련 질문이 나온 것이다. 

앞서 대구 지역에 연고가 있는 강효상 미래통합당 의원은 "봉준호 감독 이웃 동네에서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다"며 봉준호 영화 박물관을 세우겠다고 공언했고, 배영식 미래통합당 예비후보 역시 "대구 남구에 봉준호 영화 거리와 동상을 세우고 생가터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집권 여당 시절 봉준호 감독 등 여러 문화예술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선 반성 없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에 일각에선 "기생충에 기생하지 말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취재진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동상을 세운다, 생가를 보존한다는 그런 소식을 뉴스를 통해 보긴 봤다"며 "그런 건 우리가 죽은 후에 해달라. 그냥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기사를 넘겼다. 딱히 그 외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17일 영화계 인사들이 제안한 일명 '포스트 봉준호법'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임권택 감독, 정지영 감독, 방은진 감독, 배우 정우성, 조진웅 등 59명의 1차 서명인이 제안한 이 법안은 '(대기업 3사의) 97% 독과점의 장벽에 갇힌 한국영화 산업의 현실을 돌아본다. 제2, 제3의 봉준호는 나올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짐과 동시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대기업의 영화 배급업과 상영업 겸업 제한', '특정영화의 스크린독과점 금지',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가 그것이다.
 

▲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 영원히 남을 기념촬영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과 출연배우, 제작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등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했다. ⓒ 이정민

 
 

▲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 송강호-봉준호, 찰떡궁합! 배우 송강호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오른쪽은 봉준호 감독.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등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했다. ⓒ 이정민

 
지금의 시스템에서 봉준호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1999)를 들고 나왔다면 상업영화로 데뷔하지 못했을 거란 말이 나오고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해외에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운을 떼며 말을 이었다.

"한국영화산업 특유의 활기가 있다. 여러 좋은 작품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고, 반면에 우려되는 점을 묻는 식이었는데 그때 <플란다스의 개> 얘길 많이 한다. 요즘 감독들이 그 영화와 <기생충> 같은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과연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까? 제가 1999년에 데뷔했는데 근 22년간 젊은 감독이 뭔가 모험적 시도를 하기에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들이 산업에 흡수되기보다는 뭔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가 평행선을 이루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제가 <플란다스의 개>와 <살인의 추억>을 찍을 땐 독립영화와 메인스트림의 상호 침투, 좋은 의미에서의 다이내믹한 충돌이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 1980, 90년대 붐을 이뤘던 홍콩영화가 이후 어떻게 쇠퇴해갔는지 그 기억을 분명히 갖고 있다. 그런 길을 걷지 않으려면 한국영화산업이 모험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산업이 그걸 더 껴안고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에 나오고 있는 훌륭한 독립영화를 하나하나 짚어보면 많은 재능이 꽃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산업과의 좋은 충돌이 있을 것이다."

 
한편 이날 현장엔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작업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 스태프들도 함께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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