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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대고모가 권하는 결혼, 필수가 아닌 이유는...

[리뷰] 영화 <작은 아씨들> 스스로 선택하는 삶의 방향

20.02.17 13:01최종업데이트20.02.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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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누구나 각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 그 방향은 각자 다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방향이 모여 꿈이 되고,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 사회는 조금씩 바뀌어 간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방향성은 같은 가족, 형제, 자매일지라도 모두 다르다.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놀이를 하며 자라도 각자가 처한 환경과 접하게 되는 정보에 따라 각자의 방향성은 달라진다. 부모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워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방향성을 밑바탕에 깔고 키워낸 그 아이들은 유년기를 보내며 각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나간다.

부모와 자녀들의 방향성과 세상을 보는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수십 년의 차이가 있기도 하고, 부모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세상이 가진 이념과 환경은 바뀌어 가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다르다. 결국 모든 것은 아이가 유년기 시절을 잘 보내고, 성인이 되어 독립해 나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유년기는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기억도 있지만 가족과 다투고 질투하거나 슬픈 기억도 있다. 그런 희로애락이 모여 한 사람의 방향성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낸 방향성은 그 자신의 것이다. 성별을 떠나 그 방향성은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각 가족 구성원들이 보는 방향성은 각기 다르다.

네 자매의 유년기와 현재를 통해 보는 그들의 삶에 대한 시선

영화 <작은 아씨들>은 네 자매의 유년기와 현재를 교차로 다룬다. 영화는 첫째 메그(엠마 왓슨), 둘째 조(시얼샤 로넌),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 중 둘 때 조의 시선을 따라가며 이들과 주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 자매들은 원하는 꿈이 있다. 메그는 배우, 조는 작가, 베스는 음악가, 에이미는 화가로 모두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그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는 그들이 가진 꿈을 향한 열정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가진 삶의 태도나 결혼관도 영향을 미친다.

영화의 중심인물로 다뤄지는 조는 계속 이야기를 써 나가지만 자신이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 의심한다. 현재 시점의 조는 옆 방에 거주하던 프리드리히(제임스 녹턴)가 조의 글을 읽고 한 비평에 상처를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마침 집으로부터 건강이 좋지 않은 베스가 더 악화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와 집으로 돌아가려는 결심을 더욱 굳히게 된다.

프리드리히가 조의 글에 대해 솔직한 비평을 하기 전까지 조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써왔다. 그것이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라 믿었고, 적당한 돈을 벌 수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글쓰기를 접고 다시 자신의 유년기 시절 집으로 돌아간다. 그건 다시 조금은 안락한 유년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무의식의 발현이기도 하다.

조와 그 자매들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데, 과거는 좀 더 밝고 화사해 보인다. 그 화면 안의 자매들은 무척 사랑스럽고 밝아 보인다. 우리가 유년기 시절의 순간들을 뒤돌아볼 때는 좋은 것들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자매들과 친구들과 즐겁게 보냈던 그 순간들은 밝은 화면처럼 좋은 기억들이다. 조와 자매들 모두 그 유년기의 기억을 추억하며 그리워한다.

각기 다른 결혼관,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나 자신
 

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 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옆집에 살던 로리(티모시 살라메)는 조의 절친이자 네 자매 모두와 절친이었다. 로리는 조에게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로리에게 조는 친한 친구로 느껴진다. 로리는 네 자매 모두와 연결되면서 네 자매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방향성을 더 굳히는데 크고 작은 역할을 한다. 메그가 결혼을 하고, 조가 글을 쓰고, 베스가 피아노를 치고, 에이미가 그림을 그리는데 영감을 준 로리 역시 네 자매와 함께 아름다운 유년시절을 보낸다.

영화 속에는 네 자매의 엄마(로라 던)가 등장하여 따뜻하고 현명한 어머니 상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엄마의 모습인 엄마는 전쟁터에 나가 있는 아빠를 대신에 가족을 보살핀다. 아이들을 보살피며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약간의 사회 활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가 집중하는 건 가정의 운영이다. 그 역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가족을 중심으로 사는 삶을 택했다.

또 다른 인물이 영화에 등장한다. 독신여성인 대고모(메릴 스트립)이다. 그는 네 자매에게 결혼을 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고모의 말에 네 자매는 되묻는다.

"고모는 결혼을 안 하셨잖아요!"
"나는 부자잖아."


대고모의 말은 결혼을 종용하는 말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능력이 있다면 결혼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뜻도 된다.

결혼은 과연 필수적인 것일까. 아주 오랜 과거라면 결혼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그 시절의 여성이라면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누구나 경제적인 능력이 된다면 독신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좋은 사람이 있다면 결혼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삶을 선택하는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권리를 선택하는 조, 그 진보적인 삶의 방향
 

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과거 네 자매의 엄마는 결혼을 택했다. 영화 속에는 나오지 않지만 과거 엄마가 무엇을 잘하고 하고 싶어 했는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어머니로서의 삶만이 영화에 보여진다. 하지만 네 자매는 각각 가고 싶은 방향이 있다. 그 방향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건 결혼에 대한 압박이다.

첫째 메그는 결혼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가정을 이루면서 자신의 꿈을 잠시 미루었다. 그건 첫째 본인이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막내 에이미는 자신이 원하는 꿈을 하면서도 결혼을 선택했다. 남편은 에이미의 방향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졌다. 그래서 에이미는 스스로 남편을 선택했고, 그를 자신이 바라보는 곳으로 이끌었다. 반면 조는 끝까지 꿈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결혼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마다하지는 않는다. 그가 결혼을 택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그 선택권은 여전히 조가 가지고 있다. 

매그의 선택은 전통적인 어머니들의 선택과 같은 종류로 보인다. 에이미는 어느 정도 중도적 선택으로 보이지만 조는 가장 진보적인 선택을 한다. 자신의 이야기로 글을 쓰고 그 판권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만의 학교를 만들어 집안 모든 사람들이 꿈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각 자매들의 선택에 옳고 그름이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들 각자의 방향성을 선택하는 것이 순수하게 그들 자신의 의지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학교 운영과 책에 대한 판권을 선택해 다른 가족을 돕는 조가 극 중에서는 가장 진보적인 어머니 상이지 여성상일지 모른다. 조는 가정이나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꿈을 타협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정을 위한 삶을 살 수 있고 다른 가족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여성은 무조건 집안일을 하고 남성은 무조건 돈을 벌어온다는 오래된 고정관념은 여전히 우리 삶 깊숙이 박혀있다. 각자의 방향성은 이제는 정해진 고정관념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다. 조가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판권을 선택하듯이 우리 모두는 나 자신의 삶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우리 자신의 몫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네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유년기 시절을 아름답게 담는다. 고전 원작 소설을 지금 시점에 맞도록 부드럽게 각색하면서 영화 보는 내내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네 자매를 연기한 모든 배우들이 뛰어나지만 특히 조를 연기한 시얼샤 로넌은 작가로서 느끼는 열정과 괴로움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또한 네 자매의 어머니를 연기한 로라 던은 전통적인 어머니지만 강인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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