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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겨눈 김재규... 그의 선택은 이후락-김형욱과 달랐다

[리뷰] 영화 <남산의 부장들> 한국 근현대사의 암울한 그늘 보여주다

20.02.10 11:25최종업데이트20.02.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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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산의 부장들>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 (주)젬스톤픽처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10.26 사태를 다룬다. 박정희의 심복 김재규가 자신이 오랫동안 믿고 따르던 대통령을 저격한 사건은 한국 사회를 소용돌이로 몰아 넣었고,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총을 들었다는 김재규의 변이 무색하게도 전두환을 주축으로 한 군사 쿠테타가 들어서며 한국은 다시 독재의 암흑기에 접어든다.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인 만큼, <남산의 부장들>은 김재규가 박정희, 차지철에게 총을 쏜 사건보다 총을 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초점을 맞춘다. 10.26 사태가 일어나기 40일 전, 박통(이성민 분)의 비리를 국제사회에 폭로한 박용각(곽도원 분)을 비밀리에 만난 김규평(이병헌 분)는 박용각에게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각하는 2인자를 살려두지 않아. 태양은 하나니까." 

박통의 든든한 지원 하에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 중앙정보부 말고도 각하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또다른 비밀조직이 있다는 소문을 접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은 일단 박용각이 아닌 박통을 믿기로 한다. 박통의 하야를 원하는 미국의 은밀한 압박에도 박통 곁을 지키길 원했던 김규평은 곽상천(이희준 분)과의 충성 경쟁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자신의 입지에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 (주)젬스톤픽처스

 
"임자 하고 싶은대로 해. 임자 곁엔 내가 있잖아." 

1960, 70년대 대한민국은 박정희 말 한 마디면 모든게 다 이뤄지는 독특한 국가체제였다.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 통치권자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국민들을 지배, 통솔하는 가부장 문화에 기반한 유신 정권에는 박통의 말이라면 하늘처럼 따르던 충복들이 있었고, 상사와 부하를 넘어선 주종 관계를 이룬다. 

박통의 지시라면 군말없이 따르던 중정 부장들은 자신들이 뭔 짓을 해도 각하가 지켜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박통 또한 역대 중정 부장들에게 위험한 임무를 맡길 당시 '나는 언제나 너의 편'이라는 믿음을 상기시키며 이들의 충성심을 북돋운다. 영화의 명대사로 회자되는 "임자 하고 싶은대로 해. 임자 곁엔 내가 있잖아"가 그것이다. 

하지만 박통은 자신을 위해 몹쓸 짓을 한 가신들을 지켜주지 않았고, 그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주인의 지시에 따랐을 뿐인데 토사구팽 당한 심복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두 가지뿐이다. 박통의 바람처럼 평생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살든가, 저항하든가. 전자는 이후락의 선택이었고, 후자는 영화 속 박용각의 실제 모델 김형욱이 대표적인 예이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동명 원작 책에 따르면 1972년 7.4 남북 공동 성명을 성공적인 이끈 공로로 박정희의 차기 후계자로 거론된 이후락은 이후 숙청의 압박에 시달린다. 충성다짐식으로 김대중 납치사건을 무모하게 진행하던 그는 중정부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후 국회의원에 출마하기도 했지만 비교적 조용히 살아온 이후락은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중정부장에서 물러난 이후 박정희의 비리를 폭로하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김형욱과 대비되는 행보이다.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반면, 영화 속 김규평으로 대변되는 김재규는 이후락, 김형욱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택한다. 은둔도 폭로도 아닌 저격. 영화에서 김규평은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그 판단의 기반은 그 자신이 대부분 박통을 위해서였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 (주)젬스톤픽처스

 
스스로를 위기의 박통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로 믿어 의심치 않던 김규평은 왜 박통을 총으로 쏠 수밖에 없었을까.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 이제라도 잘못된 상황을 자기 손으로 바로 잡겠다는 구국의 결의? 그 누구보다도 박통을 믿고 의지했던 김규평의 심경변화에 주목하는 <남산의 부장들>은 김규평의 선택에 대해 쉽게 단정 짓지 않는다. 다만, 김규평의 선택에 물음표를 던질 뿐. 

박통을 제 손으로 죽이고 나서야 비로소 박통이 아닌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게된 김규평의 마지막 판단에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김재규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폭압은 광주가 아닌 부산, 마산에서 먼저 벌어졌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10.26 사태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항거가 있었음에도 5.18과 같은 참상과 또다른 독재정권을 막지 못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각성하게 하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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