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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거리의 만찬' 시즌2 진행자 교체 반대한다

여성들의 연대 돋보인 <거리의 만찬>... 정체성 바뀔까 우려돼

20.02.05 17:47최종업데이트20.02.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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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종영한 KBS2 <거리의 만찬> 시즌1 포스터 ⓒ KBS

 
지난달 19일 시즌1을 마친 KBS2 <거리의 만찬>은 기존 남성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단순히 이슈 현장을 알리는 수준을 넘어 현장 사람들과의 연대감이 돋보인 요즘 보기 드문 시사 프로그램이었다. 

서울시 강서구 특수학교 건립을 위해 투쟁한 발달장애인 학부모들이 출연한 1회를 시작으로 낙태, 성소수자, 청소년 인권, 맘카페,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사고, 스쿨미투 등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이슈들을 박미선, 양희은, 이지혜로 대표되는 여성의 시선에서 다루고자 했던 <거리의 만찬>은 표면적인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과 지지가 끊이지 않았던 방송이었다. 

시사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던 <거리의 만찬>이기에 오는 16일 새로이 시작되는 <거리의 만찬> 시즌2 또한 여성주의 시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방송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최근 알려진 <거리의 만찬>시즌2 진행자 교체 소식은 여성 진행자들의 이슈 현장 토크가 돋보였던 <거리의 만찬>의 정체성까지 뒤바꾸는 의외의 결정이었다. 

"부족한 제가 KBS 2TV '거리의 만찬(매주 일요일 밤 11시)에서 신현준 배우와 진행을 맡게 됐습니다. 2월 16일 첫 방송입니다. 목소리 작은 이웃의 든든한 스피커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사 평론가 김용민이 배우 신현준과 <거리의 만찬> 새 진행자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SNS을 중심으로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김용민이 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전 국방장관에 대한 폭력적 발언을 비롯한 반 페미니즘 성향 등을 지적하며 과연 그가 시즌1 사회자들이 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잘 기울일 수 있을지, 그들을 잘 보듬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진행자 교체
 

지난 19일 종영한 KBS2 <거리의 만찬> 시즌1 ⓒ KBS


김용민의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남성 중심 시사 프로그램만 즐비하던 한국 방송계에서 정말 보기 드물게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인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구태여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설령 시청률과 시즌1에서 다루지 못한 다양한 주제, 이슈 개발을 위해 출연진 일부를 교체한다 하더라도 MC 전원, 진행자 성별까지 완전히 교체한 KBS 측의 판단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만약에 <거리의 만찬> 외에도 여성 진행자가 여성의 시선으로 이슈를 전달하고 진단하는 시사 프로그램이 더러 있었다면, 진행자 성별 교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발이 이토록 크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중파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여성 진행자들이 전면에 나서 방송을 이끄는 경우는 <거리의 만찬>이 거의 최초였고 유일했기에 그 허탈함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성 세 명이 모여서 사회를 본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우리만큼 (<거리의 만찬> 진행을) 잘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바뀝니다." (<거리의 만찬> 시즌1 종영 당시 MC들의 멘트) 

지난 19일 방영한 <거리의 만찬> 시즌1 마지막회에서 '여성의 삶'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던 MC들과 출연자들은 딸을 비롯한 후배 여성들 만큼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꿈이 방해받지 않길 소망하며 끝까지 여성들의 삶을 응원하는 모습으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그녀들의 바람처럼 여성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려면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함께 발 맞추어 나가고자 하는 <거리의 만찬>과 같은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박미선, 양희은, 이지혜로 대변되는 다양한 세대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의 고군분투가 돋보였던 <거리의 만찬> MC 교체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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