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아내 잃은 남자, 갑자기 딸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

[리뷰] 영화 <클로젯> 익숙함 속의 낯섦, 한국적인 소재로 풀어낸 공포

20.02.04 10:21최종업데이트20.02.04 10:21
원고료로 응원

영화 <클로젯>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최근 <검은 사제들>, <곤지암>,<사바하>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 영화계 오컬트, 공포 영화 붐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공포 영화 시즌이 여름이란 공식은 깨진지 오래다. 시기만 잘 맞으면 공포나 호러, 오컬트 같은 장르 영화도 충분한 흥행작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공포영화는 저예산이라는 개념도 탈피하고 있다. 장르적 설정을 가미해 미술적 요소와 CG로 무장한 영화들도 등장했다. 이렇듯 영화의 독창성과 특별한 소재, 입소문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영화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끔 불 꺼진 방에서 반쯤 열린 장롱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기이함을 느껴 본 적 있는가? 김광빈 감독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공포를 심연의 공간으로 재현했다.
 

영화 <클로젯>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홀로 딸 이나(허율)와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온 상원(하정우)은 소원해진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벌어진 틈을 좁히기엔 어렵기만 하다. 상원은 한정판 인형을 들이대며 점수를 따려 하지만 인형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무룩한 반응을 보이는 이나가 걱정이다.

상원은 이나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잘 모를 뿐더러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2층 이나 방과 동떨어진 상원의 작업실만 봐도 그렇다. 하루빨리 일에 복귀하기 위해 이나를 봐줄 곳을 알아보고 있던 중 상황은 급속도로 험악하게 변한다.

자꾸만 불쾌한 꿈을 꾸거나 갑자기 이나가 돌변해 이상한 행동과 말을 하기 시작한다. 찜찜하긴하나 최근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라 생각하고 넘어가려 한다. 그러나 이나는 상원이 일을 간 사이 집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과연 이나는 어디로 간 걸까?
 

영화 <클로젯>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한편, 10년간 사라진 아이들을 쫓던 퇴마사 경훈(김남길)이 찾아오고 믿기 힘든 이야기를 꺼낸다. 이나는 벽장 속에 빨려 들어갔고 이를 위해서는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벽장 속의 세계는 전혀 다른 이계(異系)다. 한을 품은 악귀는 벽장을 경계로 자신과 주파수가 맞는 사람을 데리고 가 '어둑시니'가 된다.

'어둑시니'란 사람의 불안을 먹고 사는 한국 민담 속 요괴다. 어둠을 상징하며 어둠 속에서 산다.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점점 커지며 위협하지만 관심을 끄면 점점 작아져 소멸된다. 어둑시니는 어둠 그 자체거나 어둠에 관한 공포심으로 볼 수도 있다. 마음의 겁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실체 없는 허상이다. 때문에 <클로젯>의 등장인물은 서로 힘을 합쳐야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
 

영화 <클로젯>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상원은 사고로 아내를 잃자, 아이와 어떻게 소통할지 난감해 하는 아버지다. 그는 일을 핑계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이는 아이의 방에 쌓여 있는 수많은 인형으로 대변된다. 죄책감을 선물로 무마하려는 어른들의 얄팍한 마음이다.

이나는 엄마를 잃고 아빠마저 소홀한 탓에 마음 한켠을 외로움으로 채워나갔다. 아이들이 바라는 바는 크지 않다. 그저 부모의 관심과 사랑으로 하루하루 커갈 뿐이다.

사실 퇴마사 경훈 또한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었다. 어른의 부재나 무관심이 준 상처는 성년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고 어둠 속에서 부유한다. <클로젯>은 이 애잔한 부분에 주목했다.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닌 까닭이다.

이처럼 영화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다. 가족 관계가 틀어지면서 생기는 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심이 만든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어둠의 손길은 가족뿐만 아닌 사회의 균열을 초래한다. 실체가 없는 무엇을 실체로 만들어가는 두려움은 인간 내부에 있었다.
 

영화 <클로젯>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클로젯>은 벽장 속의 기묘한 공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영화 <장화, 홍련> 같은 미술적인 장치와 영화 <미쓰백>의 도움이 절실한 아이들을 품은 서늘함에 주력한다. 서양에서는 자주 쓰는 벽장이란 소재를 동양적인 요소와 결합해 낯설지만 익숙함을 엮어냈다.

어릴 적 느낀 막연한 무서움의 근원을 찾아가는 영화 <인시디어스>와 벽장을 경계로 나뉜다는 설정이 비슷한 요소를 보이나.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해 가정의 아픔을 끌어냈다. 일을 핑계로 자식을 방치한 부모들의 뒷덜미를 따갑게 만드는 교훈적인 메시지도 품고 있다. 아동학대는 폭력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아이를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 또한 아동학대의 또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개봉은 오는 5일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