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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연구소란 '괴물', 유튜브가 키운 게 아니다

[하성태의 사이드뷰] 강용석 변호사의 10년, 그리고 언론들의 패착

20.01.23 08:52최종업데이트20.01.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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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의 과거를 묻는 분들이 많은데 지금 이야기하긴 좀 그렇다. (장씨는) 벌집을 건드린 것이라고 알고 있으면 된다."

최근 강용석 변호사가 본인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방송에서 한 협박성 발언이다. 강 변호사는 가수 김건모에게 부인 장아무개씨를 소개해준 사람 중 한 명이 본인의 아내라는 의혹이 불거지자 이 같은 발언을 내뱉은 것으로 풀이된다.

폭로와 협박 사이, 그 와중에 취하는 금전적 이익과 보수/극우 유튜브 사용자들의 관심.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자 법무법인 넥스트로 강용석 대표 변호사가 구독자 55만 명을 넘긴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뒤따라온 잡음도 마찬가지다.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이진호의 기자싱카>는 강 변호사의 부인과 가수 이현우의 아내 등이 김건모와 장씨의 만남을 주선하는 대가로 수천만원대의 명품 가방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강 변호사가 위와 같이 이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협박성 발언을 내뱉었고, 해당 채널은 지난 10일 강 변호사 부인과 장씨가 주고 받았다는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강 변호사가 거짓말 의혹에 휩싸인 전말이다. 정치인 출신 법조인의 거짓말도 거짓말이지만, 강 변호사와 <가로세로연구소>의 폭로와 그로 발생하는 이득을 추구하는 과정이 목불인견 수준으로 치닫는 것이 더 문제다.

거짓말과 이어진 무차별 폭로
 

지난 15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방송 장면 ⓒ 가로세로연구소


"저도 첨언을 하자면 유학 생활을 할 당시 아는 동생이 있었는데 OOO이 그 사람도 만났다. 지금 한국 연예계에 데뷔를 했다가 사고를 쳐서 다시 돌아간 사람이다."

22일 SBS funE가 제보자의 대화록을 공개한 <가로세로연구소>의 대구 강연회(지난 18일) 당시 강 변호사가 한 발언이다. 앞선 21일 <텐아시아>에 따르면, 강 변호사 등은 1000여명의 청중 앞에서 장씨의 과거 사생활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며 또 다른 연예인의 실명을 거론했다.

자신들의 선정적인 폭로와 선정적인 발언이 법적으로 문제시될 수 있음을 인식한 듯 '보안 유지'를 거론하며 청중들의 입단속을 유도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이 얘기는 보안 유지가 중요하니까." (김세의 전 MBC 기자)
"저는 그분을 처음 알았는데 업계에서 취재해 보니까 유명하더라." (김용호 전 기자)


이와 관련, 김건모 소속사 건음기획 측은 "녹취를 확보해 확인하는 중"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선정적인데다, 여성을 도마 위에 올리는 강용석 변호사의 언사는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내용의 성희롱 발언으로 기소, 한나라당에서 제명·출당 조치됐던 10년 전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법정구속 자처했던 강용석의 과거

당시 언론에 회자됐던 '초선의원 강용석'의 문제 발언들은 차마 지면에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불쾌감을 주는 것들이었다(관련기사 : "처녀 박근혜 섹시"...강용석은 '웃고' 있다 http://omn.kr/a0ra). 2014년 3월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기 전까지, 강 변호사는 '고소왕' 이미지를 통해 방송인으로 부활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 의혹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18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1위와 큰 득표차로 낙선했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을 키운 것은 방송과 언론이라 할 수 있다.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하며 '고소왕' 이미지를 굳힌 강용석은 JTBC와 tvN 등 종편과 케이블이 중용하는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했고,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썰전>이었다. 각종 고소고발이나 튀는 언사, 박원순 시장과의 공방을 연일 기사화한 언론들 역시 그의 선정성을 이용한 셈이었고. 

그러나 강 변호사가 <가로세로연구소>라는 선정성과 폭로로 일관한 유튜브 채널에 뛰어든 계기는 본인이 자처했다. 2018년 10월, 강 변호사는 불륜설 상대의 남편이 제기한 소송을 취하시키려는 목적으로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됐다. 작년 4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163일 만에 석방된 이후 '투신'한 것이 바로 <가로세로연구소>였던 셈이다.

강 변호사의 오늘을 만들어준 이들은 또 있다. 아나운서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무고죄를 인정받은 그에게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년 2월 벌금 1000만 원의 과태료 징계 처분을 내리는데 그쳤다. 이후 변협은 강 변호사가 사문서를 직접 위조한 사건을 저질렀음에도 별다른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제 식구 감싸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치라 할 수 있다. 2011년 8월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부결시킨 국회와 닮은꼴이었다.
 

'가로세로연구소'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가 지난해 9월 19일 오후 서울 연세대 학생회관앞에서 열리는 조국 법무부장관 반대 촛불집회 부근에서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이렇듯 강용석 변호사의 <가로세로연구소>는 '유튜브가 탄생시킨 괴물'이 아니다. 이명박 캠프 출신인 강 변호사는 하버드 출신 변호사란 배경을 발판삼아 MB 정부 초기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이후 종편과 케이블이 그를 키우다시피 했고, '불륜설'이란 본인의 언사로 인해 법정 구속되기까지 선정주의와 폭로, 고소고발 등을 일삼으며 연명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랬던 그가 이제 방송 출연료 대신 유튜브의 기부 시스템인 '슈퍼챗'으로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폭로에 매달리는 형국이다. 보수/극우란 진영논리를 극대화시키는 사건에 쫓거나 주로 여성들을 도마 위에 올리고 선정적인 이슈로 묶인 인물을, 사건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그들 방송의 구독자 수가 늘고, 기부액이 늘면 늘수록 피해자들도 늘어가는 모양새다. 경찰이 조사에 착수한 김건모 성폭력 의혹은 둘째치더라도, 비연예인인 그의 아내가 확인되지 않은 과거 사생활의 루머성 폭로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처럼.

'무관심이 답'이란 사실은 이미 10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어쩌면 방치하면 방치할수록 커지는 바이러스처럼, 그의 10년 간 행보야말로 그동안 비대해져버린 선정주의와 여성혐오, 경쟁주의와 능력주의와 같은 극우/보수의 생존 전략을 고스란히 반영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그의 전력을 모르거나 무관심한 유튜브 시청자들과 <가로세로연구소>의 선정주의와 패악에 가까운 무차별적 폭로에 동승한 언론이 그 정답을 무시한 채 그들을 키워주고 있다.

그리고, 22일 강 변호사는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해당 강연회 발언에 대해 "분위기 전환용으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와중에 나온 가벼운 '기분 전환용' 농담조 발언이란 취지였다. 본인의, 자신들의 그 깃털보다 하찮은 말들이 한 여성을, 비연예인인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줌도 고민하지 않은 것 같은 강 변호사와 <가로세로연구소>에 대한 철저한 무시는 요즘 말로 빠른 '손절' 말고 답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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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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