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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아트필름, 새로운 시도가 반갑다

[이끼녀 리뷰] 방탄소년단, 'Black Swan(블랙스완)'

20.01.21 10:35최종업데이트20.01.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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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기자말]
  

방탄소년단 새 앨범의 커버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알게 모르게 매일 예술을 접하고 사는 우리는 작품을 창작해내는 생산자들에게 명백히 빚을 지고 있다. 순수예술이든 대중예술이든 그 경계를 떠나서 말이다. 이 빚은 때때로 권리마냥, 마땅히 누릴 법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난 17일 방탄소년단이 오는 2월 발매될 정규 4집 < MAP OF THE SOUL : 7 >에 수록된 곡 'Black Swan(블랙스완)'을 선공개했다. 이 곡의 아트필름이 공개되고 처음 봤을 때, 한 명의 대중으로서 나는 BTS에게 진 빚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단 인상을 받았다. 

이들은 순수예술의 영역을 향해 한 발짝 더 전진해간 모습이었다. 그 발걸음 수에 비례해 대중이 받는 영감은 커지고 있다.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겠으나 기존의 뮤직비디오와 결이 다른, 현대무용팀의 퍼포먼스만으로 채워진 이 아트필름은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표현방식 덕분에 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감상을 갖게 한다.  

BTS의 소속사는 설명하길, 'Black Swan'은 트랩 드럼 비트와 애절한 로파이(lo-fi) 기타 선율, 캐치한 훅(hook)이 조화를 이루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클라우드 랩(Cloud Rap), 이모 힙합(Emo Hip hop) 장르의 곡이라 말한다. 하지만 음악의 형식적인 틀까지 다 알 수 없는 보통 사람들에겐 아마 메시지에 관한 설명이 더 와닿을 것이다. 다음이 그 문구다.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예술가로서 숨겨둔 그림자와 마주하는 BTS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 곡은 '미국 현대무용의 대모'로 불리는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의 다음과 같은 명언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 첫 번째 죽음은 무용수가 춤을 그만둘 때다. 그리고 이 죽음은 훨씬 고통스럽다."
 

방탄소년단의 신곡 '블랙스완' 아트필름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심장이 뛰지 않는대/ 더는 음악을 들을 때/ Tryna pull up/ 시간이 멈춘 듯해/ Oh that would be my first death/ I been always afraid of/ 이게 나를 더 못 울린다면/ 내 가슴을 더 떨리게 못 한다면/ 어쩜 이렇게 한 번 죽겠지 아마"

블랙스완은 이런 노랫말로 시작한다. 'my first death'가 속한 문장이 인용구다. 영상은, 슬로베니아 현대무용팀인 엠엔 댄스 컴퍼니(MN Dance Company)의 무용수들의 춤으로 채워졌다. 이 노래가 말하는 것이 영상 속 일곱 무용수의 몸짓에 다 들어가 있다. 이 필름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이 점은 가요계의 관습을 깨고 새로운 문을 여는 제스처처럼 보인다). 무용수들의 춤은 앞서 언급했듯 추상적인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가사의 도움으로, 보다 분명한 영상의 스토리텔링으로, 추상성 속에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귓가엔 느린 심장 소리만/ bump bump bump/ 벗어날래도 그 입속으로/ jump jump jump/ 어떤 노래도 와닿지 못해/ 소리 없는 소릴 질러/ 모든 빛이 침묵하는 바다"

가사는 추락하는 예술가의 초상을 그린다. 음악 앞에서 무덤덤해지고 더 이상 전율을 느끼지 못할 때, 그 '첫 번째 죽음'을 겪는 방탄소년단은 그 죽음을 계기로 아이러니하게도 새 삶을 얻는다. 마침내 탄생하는 흑조가 바로 새 삶의 상징이다.

상반신을 탈의한 남자 무용수, 이 이야기의 중심점이 되는 이 무용수의 마지막 날갯짓과 비상이 그것을 말해준다. 고통과 절망의 골짜기를 거쳐 온 한 예술가가 백조의 삶을 끝내고, 백조보다 희귀하여 더욱 예술적 가치를 지닌 흑조로 탈바꿈한다. 블랙스완은 드물게도 '진짜'인 그런 예술가의 은유가 아닐까 상상해본다.
 

방탄소년단의 신곡 '블랙스완' 아트필름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우린 세상의 블랙스완들에게 이토록 큰 빚을 지고 있다. 그들이 탄생시키는 결과물들은 백조의 깃털같은 순백의 시간속에서 오롯이 빚어지는 게 아니다. 블랙스완의 심연을 알 수 없는 깊은 암흑에서 진짜 예술은 태어난다. 하나의 색깔 위로 다른 색깔이 쌓이고 그러한 반복이 계속되면 검은색이 탄생한다. 이렇듯이 블랙스완의 흑빛은 예술가의 영감과 고뇌, 전율과 좌절 등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성숙의 색이다. 또한 성숙의 색은 그림자의 색이기도 하다.

"자꾸 초점을 잃어/ 이젠 놓아줘 싫어/ 차라리 내 발로 갈게/ 내가 뛰어들어갈게/ 가장 깊은 곳에서/ 나는 날 봤어/ 천천히 난 눈을 떠/ 여긴 나의 작업실 내 스튜디오/ 거센 파도/ 깜깜하게 나를 스쳐도/ 절대 끌려가지 않을 거야 다시 또"

더이상 백조가 아닌 블랙스완은 이렇게 외친다. 거센 파도에 이젠 절대 끌려가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건대 그 다짐대로 이들은 끝내 버티어 낼 것이다. 블랙스완은 우연히 탄생한 존재가 아니라 눈물로 만들어진 깊고 깊은 존재이기 때문에.
 

방탄소년단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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