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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가 아트' 양준일, 그는 한순간도 시든 꽃인 적 없었다

[TV 리뷰] JTBC <특집 슈가맨, 양준일 91.19>

20.01.17 16:14최종업데이트20.01.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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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준일 가수 양준일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에서 열린 팬미팅 기자간담회에서 놀란 모습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슈가맨> 출연 전, 양준일은 작가에게 말했다. "내가 박살나든지, 무대가 박살날 것"이라고. 그랬던 양준일에게, 방송이 나간 직후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박살났어요."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지금 양준일 신드롬을 앓고 있다. 진짜 '슈가맨'이 나타났으니 그럴 수밖에. JTBC 예능 <슈가맨>이란 프로그램이 처음 생겼을 때, 인상 깊게 봤던 다큐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재현이란 점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그렇게 몇 년을 지켜본 끝에 비로소 '저건 진짜 로드리게즈다!(<슈가맨> 실존인물)'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인물이 나타났으니, 바로 양준일이다. 

양준일은 실재 슈가맨과 많은 부분이 흡사했다. 갑자기 자취를 감춘 점, 다른 땅에서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점, 시대를 앞선 천재성을 지니고 있지만 사람들이 못 알아봐줬다는 점 등등...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지점 때문에 양준일을 놓고 '진짜 슈가맨'이라고 부르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건 바로, 존경받고 사랑받아 마땅한 천재 예술인이 사랑은커녕 괄시를 당해야 했을 때, 그런 모습에서 오는 안타까움이 그것이다. 그를 진작 알아보지 못한, 일종의 미안함이다. 

지난 16일 방송한 JTBC <특집 슈가맨, 양준일 91.19> 1부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시간여행자'로 불리는 가수 양준일의 생애 첫 팬미팅과 이를 준비하는 2주간의 여정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로 그를 밀착 취재한 결과물이다. 지난 1991년 데뷔해 히트곡 '가나다라마바사', 'Dance with me 아가씨', '리베카' 등의 히트곡을 남긴 그는 최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 출연하여 시대를 초월한 가수로 재조명 됐고 그런 모습들, 양준일 본인이 "기적 같은 게 아니라 기적이다"라고 말하는 그 모습들이 고스란히 이 다큐에 담겼다.

영상은 양준일이 <슈가맨> 방송 이후 미국에 돌아갔다가 팬미팅을 위해 다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그를 보고 달려와 함께 사진을 찍어주길 부탁하는 팬을 보고 아직도 그런 상황을 신기해하는 양준일. 천재성 말고도 그의 순수함과 겸손함을 어쩌면 국민들은 사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왕따 당했던 어린 시절, 그럼에도 지켜온 인성
 

특집 다큐 <양준일 91.19> ⓒ JTBC


양준일은 팬미팅을 위해 모인 아이디어팀과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면서 무척 기분 좋아했다. 그는 "저는 이런 회의를 처음 해본다"며 "활동 당시엔 저 혼자 알아서 다 했다"며 이렇게 정식으로(?) 팬미팅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들에 진심으로 감사해 했다. 

양준일은 어린 시절 이야기도 덤덤하게 털어놓았다. 10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매일이 싸움"이었다고 왕따 당하던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동양인이 거의 없었는데, 동양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냥 아이들이 싸움을 걸었다. 학교를 끝나면 나와 싸우려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 명과 동시에 싸운 적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세상의 따돌림과 편견에도 불구하고 양준일은 누구보다 따뜻한 인성을 지켜왔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만난 헤어메이크업 숍 원장님이 그의 인성을 증명해줬다. 그녀는 과거 V2 활동을 끝낸 양준일에게, 자신의 아이들을 돌봐달라며 영어 선생님으로 그를 고용해 아이들을 교습하게 했다. 그녀는 양준일이 교습할 집을 구해준 후 두 아이들이 그와 함께 생활하게 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사춘기 시절에 양준일 씨와 생활한 것은 아이들 인생에서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때 우리 아이들의 따뜻한 인성이 다 자리잡혔다. 아이들도 양준일씨와 함께 공부하던 그때를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이라고 종종 말한다"고 전했다. 

그를 한국으로 오게 한 팬의 한 마디

양준일은 뒤늦게 아이를 얻어, 그 역시 지금은 아빠다. 현재 5살인 자신의 아들을 언급하며 양준일은 "갈수록 아이가 나를 닮아간다. 식당 서버일을 쉬는 날이면 아이와 함께 산책하고 쉰다"며 부성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집 다큐 <양준일 91.19> ⓒ JTBC

 
양준일을 <슈가맨>으로 소환한 진짜 1등 공신에 대한 사연도 인상적이었다. 미국에서 식당 서버로 일하고 있던 양준일의 마음을 움직인 건 한 열혈팬의 한 마디였다. 
 
"오빠는 연예인이 아니에요. 슈가맨이죠. 오빠를 내가 다시 못 봐도 괜찮아요. 단지 전 오빠의 삶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한국행을 결심한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그는 오랜만에 무대에 섰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춤 실력을 떠나 나이가 들어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예술가적 '느낌'이 있었다. 몸짓에서 스며나오는 예술적 아우라가 놀라웠다. 춤과 노래뿐 아니라 무대매너, 패션까지 한 세대를 앞서갔던 그의 감각은 여전했다. 특히 공연할 때 입을 옷을 고르는 장면에서 그 감각이 여실히 드러났다. 무대 의상의 핏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패션은 무대 위의 제 파트너인 셈"이라고 말했다.

존재가 아트
 

특집 다큐 <양준일 91.19> ⓒ JTBC

 
양준일을 향해 팬들이 입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존재가 아트'라는 별칭. 존재 자체가 예술이라는 이 말은 시대를 앞서는 천재성, 헤어부터 의상, 춤, 노래를 배경으로 하기도 하지만, 양준일이 뱉는 '말들'을 주배경으로 한다. 그의 생각, 인성, 살아온 삶이 고스란히 밴 한 마디 한 마디가 감탄을 자아내는데, 가령 이런 말들이다. 

"내 인생은 하루가 별 다를 게 없는 재방송이었는데 이제는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생방송이 됐다."

"팬들은 파도 같은 사랑으로 저를 쳐서 숨을 쉴 수 없게 만든다."

"나는 시든 꽃이었는데 시든 꽃에 자꾸 물을 주셔서 살아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시든 꽃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생각은 다르다. 단지 안 보이는 곳에서 숨어있던, 계속 살아있는 양준일이란 귀한 꽃을 다시 발견한 팬들은 요즘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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