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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굉장히 신나는데, 지코 표정은 대체 왜 저럴까

[이끼녀 리뷰] 지코 '아무노래'

20.01.15 14:36최종업데이트20.01.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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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기자말]

지코의 신곡 '아무 노래' ⓒ KOZ엔터테인먼트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뭐가 문제야 say something/ 분위기가 겁나 싸해/ 요새는 이런 게 유행인가/ 왜들 그리 재미없어/ 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 Tell me what I got to do/ 급한 대로 블루투스 켜"

지코의 '아무노래'를 들었을 때 부러울 것 하나 없이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사는 어떤 사람이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무기력에 쩔어 하염없이 겉돌기만 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뮤직비디오로 처음 노래를 접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뮤비를 보고 개인적으로 '위대한 개츠비'가 떠올랐다. 좀 과한 연결일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엔 그 책을 읽을 때 받은 감상이 다시금 피어오르는 듯했다. 흥청망청 화려한 파티,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 펑펑 흘러넘치는 음식과 술, 생일을 축하해주는 사람들... 하지만 개츠비는 뭘 해도 공허하고 뭘 해도 그 중심에 마음을 누이지 못한다. 뭘 해도 재미없고 뭘 해도 의미 없게 느껴지는 무의미의 늪에 빠져서 홀로 가라앉을 뿐이다. 즐거움이 넘치는 육지 안에서 홀로 외딴 섬 같다.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다음과 같은 경향을 띤다. 

"1920년대의 재즈시대는 제1차 세계대전 후 경제 호황으로 인한 물질적 풍요 속에 재즈, 술, 도박, 환락에 빠진 무절제한 시대였다. 그러나 이면에는 전후 미국 사회에 대한 청년층의 환멸과 정신적 빈곤, 황폐화가 공존하였다. 이러한 절망적 허무주의와 쾌락적 경향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요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발췌)  

'환멸'이란 단어가 눈에 쏙 들어온다. 뮤비 속 지코 표정이 딱 그렇다. 즐거워야 마땅한 날에 시종일관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나는 다 싫다', '모든 게 지겹다'는 얼굴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혼자서 춤도 춰보고 즐거워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본다. 그런데 표정은 똑같이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인다. 그의 즐거움은 진짜가 아니며, 그의 춤은 환멸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몸짓에 불과하다. 
 

지코의 신곡 '아무 노래' ⓒ KOZ엔터테인먼트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 아무거나 신나는 걸로/ 아무렇게나 춤춰/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아무 생각하기 싫어/ 아무개로 살래 잠시/ I'm sick and tired of my everyday/ Keep it up 한 곡 더"

가슴을 꽉 채우는 진정한 기쁨, 충만함이 없다. 알맹이가 없는 빈껍데기의 마음들. 아무노래나 틀어, 아무노래나, 아무노래나, 아무노래나... 라고 반복하는 이 노래의 속 빈 가사엔 왠지 모를 슬픔이 있다. 염세와 절망의 표정이 얼핏 얼굴에 비쳤고, 이것이야말로 진짜 그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쾌락적이고 환락에 빠져있는 겉모습은 타인을 속이기 위한 가면일 뿐이다. 이 가면 때문에 현대인들은 섬이 되어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개츠비의 허무주의 뒤에는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를 향한 위대하고 순수한 꿈이 있었다. 뮤비 속 주인공을 연기한 지코에게도 그런 게 있을까. 무료한 얼굴로 애써 감춰둔 마음 속의 보석 같은 것 말이다. 자신만 아는 뜨거운 무엇. 케이크를 들고 와서 노래도 불러주고 생일을 축하해주는 많은 친구들에 둘러싸인 지코가 그 상황에서 갑자기 얼어붙어선 집을 탈출하는 장면은 마치 가짜 세계에서 진짜 세계를 찾아 문을 열고 나가는 '트루먼 쇼'의 트루먼 같았다. 

쓰고 보니 참 멀리까지 왔구나 싶다. 이 노래의 해석 말이다. 지코가 직접 작사-작곡-편곡한 신곡 '아무노래'는 그냥 유쾌하고 흥겨운 댄스곡 그뿐일지도 모른다. 노래의 소개글처럼 "'아무노래나 일단 틀어 아무거나 신나는 걸로'라는 쉽고 간결한 노랫말과 흥겨운 멜로디가 어우러져 무한재생을 부르는 강한 중독성을 자랑하는" 곡 그 이상의 의도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노래의 유쾌함 속에서 신나는 기분 말고 뭔지 모를 짠함과 공허, 위로를 느낀 리스너가 있다면 이 과한 해석에 공감해줄 수도 있겠다. 흥이 폭발하는 이 명랑한 비트 속에서 '아무렇게나 춤춰/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아무 생각하기 싫어/ 아무개로 살래 잠시/ I'm sick and tired of my everyday'란 가사가 유독 귀에 박힌 리스너라면 분명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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