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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법원장의 섬뜩한 충고 "삶은 유한하지만 검찰은 영원"

[하성태의 사이드뷰] < PD수첩 > '검찰기자단'편의 후폭풍이 가리키는 것

19.12.08 16:42최종업데이트19.12.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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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방송된 < PD수첩 > '검찰기자단'의 한 장면. ⓒ MBC

 
"자신들은 깨끗하다며 'PD수첩' 고발한 멋진 기자들..."

3일 방송된 MBC < PD수첩 > '검찰기자단'편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5일 "방송 내용이 왜곡과 오류투성이라며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청"하며 실명으로 성명서를 낸 대법원 기자단 22명의 명단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앞서 방송 직후인 4일 반박 입장문을 낸 대검찰청보다 더 관심(?)을 받는 모양새다. 이날 대검찰청은 "무엇보다 이 방송이 현재 진행 중인 중요 수사들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명백한 것으로 보여 매우 유감스럽다"며 A4 1장짜리 입장문을 낸 바 있다.

그렇다면, 대검과 검찰 기자단의 반박과 유감 표명 등에 대한 제작진의 입장은 어땠을까. 6일 KBS라디오 <김용민 라이브>에 출연한 박건식 MBC < PD수첩 > 책임 프로듀서는 "열심히 일하는 기자들이 많고 또 특히나 대검이나 법원 기자들은 더 열심히 일한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다"면서도 "우리나라가 세계 37개국 언론 신뢰도에서 꼴찌를 했다. 그걸 조사해보면 출입처 하나로 귀결 된다"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 점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왜냐면 방송 윤리강령, 방송 보도 가이드라인 또는 언론 윤리준칙에 보면 인권보호를 하라고 되어 있거든요. 정말 저도 바랍니다. 떳떳하게 이분들이 얼굴을 가리지 않고 등장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지난 3일 방송된 < PD수첩 > '검찰기자단'의 한 장면. ⓒ MBC


박 PD는 대법원 기자단이 "허구성에 아연실색하게 된다"며 방송에서 인터뷰에 응한 일부 전현직 기자와 검사의 얼굴을 가리고 가명으로 음성변조와 재연을 한 것을 비판하자, 위와 같이 답했다. 일각에서 '검찰발' 기사 속 '검찰 관계자' 등과 같은 익명보도에 문제를 제기했던 대목이기도 했다. 반대로 대법원 기자단은 왜 대다수 검찰발 취재원을 실명 보도하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아울러 박 PD는 '검찰기자단'편의 제작 의도에 대해 "자기만의 상품이 없는 언론이 어떻게 생존하겠나? 그래서 국민의 알 권리는 어디 가겠나?"라며 "그런 취지에서 출입처 문제나 기자단(의 카르텔 형성, 폐쇄적 구조) 문제를 어떤 다른 것보다 중요시해서 앞으로 미래에 언론이 살아갈 길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취재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PD는 "악의적 보도"라는 대검의 입장문에 대해서도 "점쟁이나 쓰는 용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부분이 저는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데요. 제가 지금까지 알기로 검찰은 증거에 따라서 말하고 행동하는 엄정한 기관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의도, 악의적, 이런 문구는 정치인들이나 쓰는 문구 아닌가요.

아니면 관심법을 사용하는 점쟁이나 쓰는 용어죠. 그래서 이런 레토릭인데. 최근에 보면 서초 검찰당이라는 용어가 한겨레 신문 정치팀장 칼럼에 등장했습니다. 결국 '악의적 의도' 이런 용어를 쓴다는 것은 검찰이 스스로 정치화됐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문구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정말 검찰이 할 수 있는 용어인가.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또 박 PD는 피의사실 공표의 처벌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도 소개했다. 2019년 7월 무허가 약사 체포 사건과 관련해 경찰(울산경찰청)이 검찰(울산지검)에 의해 처벌된 사례였다. '경찰 위의 검찰', '검찰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일화였다. 

"(경찰이) 무허가 약사에 대해서 체포했다고 보도 자료를 냈는데. (검찰이) 왜 기소 전에 보도 자료를 냈냐 해서 (형사) 두 명을 입건해서 조사했고요.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계속 수사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러면 이런 문제가 생겨요. 경찰은 그러면 기소 전에 보도 자료를 내면 안 되고, 검찰은 마구 이렇게 해도 되는가.

경찰이 그런데 지금 보도 자료를 검찰이 못 내고 있습니다. 제가 CJ와 가짜 오디션을 할 때도 경찰에 문의를 했는데 두려워서 보도 자료를 낼 수가 없다. 내는 족족 (검찰이) 잡아간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이게 이율배반 아닙니까? 검찰은 경찰에 대해서는 피의사실 공표죄를 물어서 피의 내용을 공표하지 못하게 하고 검찰은 이렇게 한다면 문제가 있고요."


< PD수첩 > 박건식 PD가 전한 출입처 문제의 심각성
 

지난 3일 방송된 < PD수첩 > '검찰기자단'의 한 장면. ⓒ MBC


'법조 검찰 기자단' 문제, 즉 기자단의 폐쇄적인 구조와 출입처 중심의 카르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박 PD는 ▲ '검찰 프레임에 언론이 따라가게 된다'(아무리 중요한 사건이라도 검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 '검찰을 비판하기가 매우 힘들다'(검찰 출입기자들이 검찰을 비판하는 사례가 훨씬 적다) ▲ '검찰 중심적으로 세상이 돌아 간다'(서민과 국민들의 관점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등을 꼽았다. 박 PD의 설명을 더 들어 보자.

"(검찰에 의한) 사법 폐해도 많고, 검찰이 인권 침해를 하는 경우도 매우 많은데. 이런 경우는 거의 사라지고요. 검찰이 어떻게 했다, 검사장은 누구다. 이런 보도, 권력형 보도가 난무하고요. 그 다음 속보 경쟁이죠(중략).

누가 먼저 검찰이 수사하는 것을 빨리 캐치하느냐, 그것을 먼저 포착하느냐 문제지. 큰 관점에서 검찰의 수사 문제점, 왜 이게 수사가 되어야 하는지 이것이 국민의 관점에서 인권 침해는 없는지. 이런 것을 바라보는 것은 좀 약하지 않느냐. 그렇기 때문에 이 폐쇄 구조가 사실은 국민의 언론 자유, 알 권리에 좀 위배되지 않느냐. 이런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 PD수첩 >이 제기한 출입처 제도에 해외 사례는 어떨까. "특히 PD들은 납득하기 정말 힘들다"는 박 PD는 출입처 제도가 "장소 개념이어서, (더) 국민의 알 권리에 위반된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부연했다.

"그런데 해외에 많은 데는 (장소를) 출입을 합니다만, 이건 기능 중심입니다. 펑션(Function). 예를 들면 보건복지 기자지, 보건복지부 기자는 아니에요. 그러면 보건복지 기자는 보건복지부도 가고, 국회 상임위, 보건복지 상임위도 가고요. 재야 단체도 갑니다.

그리고 또 대학 연구소도 가서 종합적 관점에서 보는데. 우리는 검찰청에 하루 종일 있어요. 그러면 1년, 365일 있어요. 그러다 보면 그 관점에 매몰되기 쉬워서 검찰을 비판하기도 힘들다. 이것이 또 국민의 전체적 알 권리 또 편향 보도가 나오기 쉬운 구조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고요."


"저 조직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 조심해라" 
 

지난 3일 방송된 < PD수첩 > '검찰기자단'의 한 장면. ⓒ MBC


"저 조직을 그렇게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 조심해라. 그리고 우리의 삶은 유한하지만 검찰은 영원하다."

꽤나 섬뜩한 충고 아닌가. 이것이 현직 법조인의, 그것도 법원장의 충고라면. 6일 MBC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한 신유진 변호사가 소개한 어느 법조인의 일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검찰의 힘을 깨우치기에 충분했다.

신 변호사에 따르면, 형사 단독 판사로 일하던 한 법조인이 당시 공소장을 시작으로 검찰의 잘못에 대한 지적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게 누적이 되자, 법원장이 그 판사를 불러서 위와 같이 "검찰은 영원하다"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검찰을 꾸짖었던 그 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검찰이 법원 '윗선'에 고해 벌어진 결과였다고 한다.

검찰 조직의 힘, 그 영원한 권력이 생생히 다가오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조국 정국' 이후 검찰개혁, 특히 검찰의 편에 서서 검찰을 대변하는 듯한 이른바 '검찰 기자단'의 관행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PD수첩 > '검찰기자단' 방송 이후 언론개혁의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로 출입처 제도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검찰 기자실의 폐쇄 또는 순수 브리핑실로만 운영할 것을 청원합니다.
△검찰 브리핑실은 국회 정론관처럼 출입사로 등록한 기자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합니다.
△검찰 출입언론사 관리 및 지원은 기자단이 아니라 출입처(공보부서)에서 하는 것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검찰 출입 기자단의 승인을 받은 기자들에게만 각종 수사정보 등이 전달되는 현재의 브리핑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 기자실 운용방법부터 시급히 개선하되, 향후 법원·경찰 등 법조·수사부처의 기자실도 운용방법을 개선할 것을 청원합니다.
△검찰 기자실 운용 방법 개선을 검찰출입 기자단과만 상의해 결정하지 않고, 시민사회 및 언론 전문가 등도 참여시켜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만한 방법을 도출해줄 것을 청원합니다.


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검찰 기자실의 폐쇄 또는 운용 방식 전면 개선을 청원합니다>의 주요 내용이다. 이틀 만에 2만 3천 명 넘게 동참한 이 청원은 전 '검경' 출입기자가 작성했다. < PD수첩 >와 인터뷰한 전현직 기자와 검사들도 같은 내용을 지적한 바 있다.

이미 오랫동안 제기돼왔던 검언 유착과 기자단의 카르텔, 출입처 제도의 심각성에 국민들이 호응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되고 나쁜 관행이 쌓이는 것, 그것이 곧 적폐다. 언론과 검찰이 그 관행을 돌아보고 시민들의 요구에 응답할 때다. 검찰의 힘이 언제까지 무소불위일 수 있겠는가. '검찰발' 단독과 특종에 매달리는 언론들은 언제까지 검찰에 빌붙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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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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