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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훔치기'로 또 논란 중심에 선 제프 르나우의 휴스턴

[MLB] 유망주 협박, 탱킹, 드래프트 악행...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흑역사

19.11.19 10:54최종업데이트19.11.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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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정당한 경기 방식이 아니었다."

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투수이자 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투수인 마이크 파이어스의 한 마디가 미국 메이저리그(이하 MLB)를 뒤흔들고 있다.

얼마전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휴스턴이 부적절한 방법을 통해 승리를 거뒀다는 파이어스의 폭로를 보도했다. 그 부적절한 방법은 바로 '사인 훔치기'였다.

파이어스는 자신이 휴스턴에서 뛰던 시절, 구단이 구장 외야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카메라의 영상은 더그아웃 통로에 있는 모니터에 전달돼 사인을 분석한 뒤, 이를 경기 도중에 휘파람이나 쓰레기통을 치는 등의 방법으로 타자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단장으로서 2017년 WS 우승을 달성했던 제프 르나우 단장(좌) ⓒ 제프 르나우 본인 SNS

 
사실 휴스턴은 사인 훔치기 의혹이 일기 전부터 '악행'이라고 불릴 만한 사건들에 많이 이름을 올린 구단이다. 이는 제프 르나우 단장의 극단적인 실리 추구 때문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르나우가 단장직을 맡은 뒤 2010년대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며 MLB의 '빌런'이 되었다. 

우선 휴스턴이 강팀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탱킹' 때문이었다. 탱킹(Tanking)은 드래프트 제도가 운용되는 리그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편법 행위이다. 높은 순번의 드래프트 지명권을 얻기 위해 고의로 패배를 한 뒤 좋은 유망주를 얻는 방법이다. 이는 현재 MLB의 인기를 떨어트리는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휴스턴이 긴 탱킹 끝에 지난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적지 않은 팀들이 탱킹을 통한 리빌딩을 선택하고 있다. 휴스턴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시즌 연속으로 100패 이상 기록했다. 

팬들의 응원을 져버리고 그들이 얻은 선수는 카를로스 코레아(2012 드래프트 1R 1순위), 마크 어펠(2013 드래프트 1R 1순위), 브래디 에이켄(2014 드래프트 1R 1순위)이다. 여기서 코레아는 팀의 핵심 선수로 성장해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이 됐다.

탱킹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제프 르나우가 MLB 승격을 앞둔 유망주를 협박한 일도 있었다. 피해를 본 선수는 팀의 핵심 선수인 조지 스프링어이다.

2014년 당시 2011 드래프트 1R 전체 11번으로 지명된 스프링어는 휴스턴 최고의 유망주였다. MLB 콜업도 곧 앞이었다. 르나우는 스프링어에게 7년 2300만 달러의 계약을 제시하는데, 만약 스프링어가 이 계약을 거절하면 MLB 승격은 없다고 협박했다. 스프링어의 에이전트가 르나우의 협박성 발언을 공개하며 휴스턴은 비판과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여파 때문인지 그해 4월에 스프링어는 MLB 무대에 데뷔했다. 늦게 데뷔를 하는 바람에 스프링어는 2019년이 아닌, 2020년에 FA를 맞이하게 됐다.

드래프트와 연관된 악행도 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브래디 에이켄과 제이콥 닉스였다. 이 사건을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MLB 드래프트에 있는 제한 계약금 제도를 살펴봐야 한다. MLB 드래프트에선 구단마다 10R까지 유망주들에게 지불할 수 있는 슬롯머니를 한정한다(예를 들어 1000만 달러의 제한이 있으면 10R까지 뽑은 유망주 10명에게 1000만 달러의 슬롯머니를 잘 분배해야 한다). 이 제도를 지키지 않으면 사치세 부과 혹은 다음 시즌 드래프트에서 드래프트권을 소멸할 수 있다.

당시 휴스턴은 1R에서 브래디 에이켄을 지명하고, 5R에서는 제이콥 닉스를 지명했다. 이 두 선수에게 사용한 슬롯머니는 790만 달러. 그런데 여기서 휴스턴은 에이켄의 팔꿈치 인대가 정상적인 크기보다 조금 더 작다는 이유로 더 낮은 계약금(316만 달러, 참고로 3R 이내에 지명된 선수에게 슬롯머니의 40%를 제시했는데 거절당하면 다음 드래프트에서 한 단계 낮은 픽을 받을 수 있다. 휴스턴은 790만 달러의 40%를 제시)을 제시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에이켄이 계약을 거절하고, 닉스와 계약을 체결하면 자칫 계약금 제한을 넘겨 다음 드래프트에서 상위 3라운드 픽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에이켄은 휴스턴의 유니폼을 입지 못했고, 닉스 또한 휴스턴의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당시 토미 존 수술 전문가들은 에이켄의 팔꿈치 인대가 작은 편이라고 해도 이것이 부상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후 에이켄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지명을 받았고, 닉스도 재수 뒤에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지명을 받았다.

2017년 WS 우승 이후 르나우의 논란은 끝이 나는 듯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르나우는 2018년 7월 팀에 폐를 끼친 켄 자일스를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보내고 '가정폭력범'으로 MLB에서 찍힌 로베르토 오수나를 데려온다. 

오수나는 뛰어난 마무리 투수지만, 가정폭력 사건 이후 그를 응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오수나 트레이드 영입은 충격적이었다. 일부 휴스턴 팬들은 SNS를 통해 "오수나를 영입한다면 더는 애스트로스를 응원하지 않을 것"라며 그의 영입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르나우 단장은 오수나를 영입했다. 

이후 오수나는 실력적으로는 별 문제 없이 휴스턴에서 활약했다. 물론 여전히 그의 영입을 싫어하는 팬들은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단장이 사고를 친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보도에 따르면, 휴스턴의 부단장이었던 브랜든 타우브먼은 지난달 20일 WS 진출이 확정된 뒤 연 파티에서 "오수나를 데려올 수 있어서 좋다"라고 욕설을 섞어가며 말했다. 문제는 이를 여성 기자들 앞에서 했다는 것이다. 구단은 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으나 목격자가 너무 많았다. 결국 휴스턴은 사과와 함께 타우브먼의 보직을 박탈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르나우의 휴스턴은 이번 사인 훔치기 논란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르나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MLB 사무국은 이 사안에 대해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르나우를 비롯한 휴스턴의 경영진들은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영구제명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과연 휴스턴과 르나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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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10기 이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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