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이제 타이밍이야"... 태연 '불티'가 내게 전해준 특별한 힘

[이끼녀 리뷰] 태연 ‘불티’

19.11.16 11:51최종업데이트19.11.16 11:51
원고료주기
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 SM엔터테인먼트


어릴 때 학교에서 원시인처럼 직접 불을 만드는 수업을 받은 적 있다. 부싯돌을 서로 부딪쳐서 순간적인 마찰로 불씨를 만드는 거였다. 나는 이 수업 이후에 가스레인지의 고마움을 평생 마음에 간직하고 살아가게 됐다. 

불씨를 만드는 건 장난이 아닌 일이었다. 웬만큼 힘 좋은 남자 아이들도 땀을 흘렸다. 인내심을 발휘하여 수없는 시도 끝에 불씨를 잡아냈을 때, 그 희열도 잠시, 불씨는 맥없이 꺼져버리고 말았다. 불을 피우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걸 활활 타오르게끔 불의 몸집을 키우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떤 불씨는 꺼질 듯 꺼질 듯하면서도 절대 꺼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리고는 가스레인지만큼이나 강렬한 불이 되어 타올랐다.

"불어 후후/ 빨간 불티야/ 내 마음도 너 같아/ 타오를 듯 위험한/ 살포시 널 눌러/ 덮으려 해 봐도/ 꺼지지 않는 너를/ 어떻게 해야 하나"

여릴 줄만 알았던/ 그 작은 온기 속/ 뭐를 감추고 있었니/ 내 안에 내가 많아/ 온 밤이 소란한데/ 혹시 내 말을 들었니/ 이제 타이밍이야 눈 뜰 새벽이야/ 불티를 깨워"


태연의 신곡 '불티'를 들었을 때 초등학교 때 했던 그 부싯돌 체험이 떠올랐던 거다. 결국은 풍성하고 뜨겁게 타올랐던 큰 불도 처음엔 작은 불티였고, 그러므로 그 작은 불티의 생명력은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불이 무서운 것이 딱 이런 이유였다.
 

ⓒ SM엔터테인먼트

 
이 노래 '불티'의 첫 마디는 불티에 대고 숨을 불어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불이 타오르기 위해서는 공기가 필요한 법. 화자는 직접 그 공기를 만들어 불티를 타오르게 한다. 타오르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어차피 '살포시 널 눌러 덮으려 해봐도', 그렇게 공기를 앗아보아도 꺼지지 않는 불씨라서 어쩔 도리가 없다. 

따뜻함과 뜨거움은 불티와 큰 불의 차이일 것이다. 여린 줄만 알았던 그 작은 온기 속에 무엇을 감추고 있었냐고 묻는 화자는 자기 안의 불티가 꺼지지 않는 생명력을 가진 것에 스스로 놀라는 기색이다. 온기에 불과한 이 작은 불티가 세상을 불태우는 큰 불이 될 것이란 걸 직감한 것도 이때인 듯하다. 살포시 눌러 덮으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그 불은 그 속에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위험하지만, 잘 이용하면 세상에 더없는 이로움을 주는 불이 될 힘을 말이다.    

"더 타올라라 후 후후후/ 꺼지지 않게/ 붉디붉은 채/ 더 크게 번져 후 후후/ 지금 가장 뜨거운/ 내 안의 작고 작은/ 불티야 불티야 꺼지지 말고 피어나/ 불티야 불티야 새벽을 훨훨 날아가/ 새 불티야 불티야 춤추듯 온몸을 살라/ 새 불티야 불티야 꺼지지 말고 피어나"

부싯돌로 만든 작은 불씨에 대고 어지러울 때까지 미친 듯이 입김을 불어넣던 내가 생각났다. 더 크게 번지는 불을 소망하며, 아주 작은 그 불티가 죽지 않기를 바라며 온 힘을 다해 그것을 피워내려 애썼다. 이 사소하고도 특별했던 '불 만들기 수업'은 태연의 노래 '불티'를 만나고 나서 삶의 비유로 확장됐다. 내 안의 작은 불티를 타오르게 하는 것. 여기서 불티는 나의 꿈의 씨앗, 작은 열정, 숨겨진 운명일 것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불티가 있고, 누구의 불티나 쉽게 꺼져버리는 결말을 맞이한다. 내 안의 작고 작은 그 불티를 제대로 활활 태워서 큰 불을 만드는 특별한 사람들은 자기 안의 숨결로 끊임없이 그 불을 주시하며 불어주었을 것이다. 그 숨은 폐가 만들지만 실은 온 몸이, 온 정신과 온 영혼이 만들어내는 숨일 것이다.
 

ⓒ SM엔터테인먼트

 
"이 까만 어둠을/ 동그라니 밝혀/ 내 앞을 비추는 너/ 어디든 갈 수 있어/ 세찬 바람을 타고/ 떠올라 내려 보면/ 우린 이 별의 여행자/ 어제 길 위의 넌 꿈만 꾸고 있었지/ 작은 새처럼 작은 새처럼

이제 타이밍이야 너의 시간이야/ 숨을 불어넣어 불티를 깨워"


내 소중한 불티가 흔들리며 사그라들 때면 이 노래를 꺼내 들어야겠다. 꿈만 꾸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이 노래를 듣는다면 다시 숨을 불어넣을 힘을 얻게 될 것만 같다. '이제 타이밍이야'라는 구절은 내게 특별한 힘을 주는 듯하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