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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면서도 같다... '신의 한 수2'가 품은 1편의 향기

[넘버링 무비 168]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19.11.10 14:08최종업데이트19.11.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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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메인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01.
너한테 세상은 둘 중 하나다. 놀이터가 되든가 생지옥이 되든가.

지난 2014년 개봉한 조범구 감독의 영화 <신의 한 수>에는 귀수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교도소에 수감된 태석(정우성 분)이 교도소장과의 바둑 내기를 이겼다는 이유로 독방 생활을 하는 동안 벽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대국을 두던 옆 방에 수감된 의문의 사나이가 바로 그다. 대국을 두는 동안 한번을 이기지 못한 탓에 독방에서 풀려나오던 태석이 그가 쓰던 방을 배식구 너머로 들여다보지만 바둑을 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아 놀라게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태석이 존함이라도 알려달라고 간청하지만 출소하면 관철동 주님(안성기 분)을 찾으라는 말만 남기고 그는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나중에 주님을 만나고 난 뒤에야 그가 '귀수'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실제로 전작에서 귀수라는 인물이 영화의 스토리에 미친 영향은 거의 미미하기 때문에 전작의 스핀오프로 소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컨셉과 소재만을 이어받았을 뿐 스토리를 계승하지는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말인즉슨, 전작에 대한 이해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이 작품만 보더라도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전작에서 알 수 있는 귀수에 대한 소스는 그가 맹기 바둑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 정도. 영화 <신의 한 수 : 귀수편>에서는 그 귀수(권상우 분)라는 인물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02.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의 이야기는 전편인 <신의 한 수>과 거의 유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프롤로그와 전반부에서는 주인공이 겪게 되는 비극적 상황을 통해 복수를 꿈꾸게 하는 감정을 심는다. 전작에서 태석이 겪은 비극이 형제의 것이라면, (전작에서는 태석과 그의 형(김명수 분)이 살수(이범수 분)의 계략에 빠지게 된다-기자 말) 이번 작품에서 귀수가 겪게 되는 것은 남매의 비극이다. 바둑으로 인해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수연(신수연 분)을 잃고 그 원흉이 되는 덕용(정인겸 분)을 향한 복수심을 키운다.

복수심을 동력으로 하나의 목적만을 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조력자의 도움으로 자신이 원했던 복수를 완성해 나가는 이후의 이야기도 거의 동일하다. 특히, 근원적 복수의 대상을 향해 단계별로 나아가는 구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이 지난 작품과의 뼈대를 그대로 이식하고자 노력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영화가 시리즈물로서 연계성이 약하다는 비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도 보인다. 시리즈라 하더라도, 바로 2편에서 스핀 오프와 같은 부수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케이스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신의 한 수>의 마지막에서는 상황을 모두 정리한 태석이 꽁수(김인권 분), 량량(안서현 분), 배꼽(이시영 분)과 함께 만나 부산으로 향하며 본편의 이야기가 다음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암시된 상황이다. 

03.
이번 작품에서 귀수의 성장을 돕는 것은 일도(김성균 분)다. 일도의 행동이 온전히 호의로 인한 것은 아니지만 그 목적과 무관하게 그의 도움은 귀수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된다. 어떻게 보면,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일도와 똥선생(김희원 분)은 극 중에서 유사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귀수의 전진을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다만, 일도와 달리 똥선생은 귀수의 행보에 적극적으로는 나서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어쩌면 그 작은 차이가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요인일 것이다.

일도를 딛고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려는 귀수 역시 그 과정에서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원래부터 일도에게로 향하고 있던 주변 인물 부산 잡초(허성태 분)의 칼 끝과 그의 행동으로 인한 업보인 외톨이(우도환 분)의 분노를 일도가 대신 받게 된다. 이중 외톨이의 존재는 '주인공의 복수'로 인해 미화될 법한 범죄 행동을 그대로 지켜보도록 한다. 동시에 마지막 대국 장면에서 필요로 했을 먼치킨에 대한 일종의 페널티를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04.
리건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악역을 그려내는 방식도 자세히 들여다 볼 법하다. 자신의 핏줄은 소중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한없이 잔인하고 부도덕한 인물 덕용,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해 보이지만 타인에게 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엄격히 그 잣대를 들이대어 스스로 팔을 잘라내는 장성무당, 그리고 복수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외톨이까지. 영화는 악역에게도 각자의 사정을 부여하며 귀수가 그들과의 대국에, 또 그들이 귀수와의 대국에 나서야만 하는 근거를 만들어낸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100번기에 돌입하기 직전 덕용에게 주어지는 자신과 딸의 목숨에 대한 일택(一澤)의 문제는 전작에서 태석에게 주어졌던 문제와 동일한 형태의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도 등장했던 선택의 딜레마는 그 자체로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전작의 태석이 자신의 힘으로 그 균형을 유지해 위험을 벗어난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그 선택의 문제가 악역인 덕용에게로 이양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결과가 유도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최종 대국에서 드러나는 귀수의 진짜 실력은 이 시리즈 전체 스토리에서 그가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근거가 된다.

05.
전작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영화 <신의 한 수> 시리즈는 내기 바둑을 소재로 삼고 있기는 하나, 사행적 요소에 해당하는 기술적인 부분에 기대기보다는 외부에서 펼쳐지는 액션에 더 높은 초점을 맞추는 작품이다. 이 부분에 있어 <타짜> 시리즈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 촬영용 트레일러, 냉동 창고 등 다양한 환경에서 액션을 선보였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서도 화장실, 골목길, 공장 등의 장소에서 화려한 액션 장면들이 선보여진다. 특히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갈고리눈(홍기준 분)과의 암전 액션신은 이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장면 중 하나다.

물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연출을 맡은 리건 감독이다. 그는 액션 연출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 있어서도 상당히 매끄러운 진행 능력을 보여주는데, 이 작품이 그의 연출 데뷔작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첫 작품부터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장성 무당(원현준 분)과의 대국 장면에서 이전에 생략해 뒀던 수연의 마지막 모습을 끼워 넣는다든가, 덕용과의 마지막 대국에서 과거 자신을 수련 시켰던 일도(김성균 분)와의 추억을 떠올린다는 식의, 각각의 내러티브를 서로 교환하며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장면들을 끌어다 쓰는 능력이 특히 인상적이다.

영화의 처음에서 일도를 처음 만난 어린 귀수(박상훈 분)는 동전을 던져 숫자가 나오면 그를 따라가겠다고 말한다. 그가 던진 동전의 결과값은 숫자가 아닌 그림. 하지만 그는 어차피 운을 별로 믿지도 않았다며 자신의 운명마저 거스른 채 귀수를 따른다. 이 영화의 모든 이야기는 이 행동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분노에 북받쳐 상경했지만 기원만 기웃거리며 용돈 벌이만 하고 다녔다면 그의 미래는 분명 달라졌을 테니까. 영화의 마지막, 모든 복수를 마친 귀수는 다시 한번 동전을 던진다. 이번에는 그림이 아닌 숫자다. 정확히 5:5의 확률 그 사이에 그가 서 있었던 셈이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06.
5:5의 확률 그 사이, 귀수에게 이 영화 속의 세상은 놀이터였을까. 생지옥이었을까.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 그 다음 어느땐 가에 그가 교도소의 독방에 갇히게 되는 미래를 우리는 이미 전작을 통해 본 일이 있다. 한판의 즐거운 놀이를 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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