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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관람 중 쿠키 체험을? 어린이도 함께 즐기는 공연

[리뷰] 세 가지 특별함을 가진 마을 연극 <명성이네 베이커리>

19.10.21 10:27최종업데이트19.10.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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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진 가을이 제대로 느껴지던 지난 19일 오전,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의 한 공간에서는 다른 곳에서 경험해보기 어려운 특별한 연극 공연이 펼쳐졌다. 연극을 관람하던 관객들이 배우가 되어 연극에 참여하는 것도 특별한데, 연극 중 관객들이 갑자기 초코쿠키를 만드는 베이킹 체험을 한다. 연극인지, 체험학습인지 구분이 안 되는 어리둥절한 상황 속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어린이 관객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특별한 공연은 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대표 조하연)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9년 신나는 예술여행' 일환으로 마련한 <명성이네 베이커리>(연출 김송일)라는 연극이다. 오류동 시장 골목, 드림키퍼즈협동조합에 마련된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이 공연에는 사전에 관람 신청을 한 가족들 20여 명과 함께 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공연은, 11시가 조금 지나서야 끝이 났고, 가족 관객들은 모두 행복한 함성을 지르며 공연장을 떠났다.
 

오류동에서 열린 연극 <명성이네 베이커리>는 체험과 공연이 버무려진 특별함을 선사했다.ⓒ 강인석

 
카페 공간과 함께 마련된 소극장에서, 20여 명 남짓한 적은 관객들과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은 공연이었지만, 이날 공연은 세 가지 면에서 매우 특별했다. 소소함 속에 숨어 있는 오류동 마을 연극만의 특별함을 소개한다.

연극 관람 중 쿠키 체험

우선, 이 공연은 연극 공연 중에 배우들이 갑자기 관객들을 이끌고 제빵실로 들어간다. 베이커리 드림 카페의 제빵실에서 관객들은 초코쿠키를 직접 만들어 본다. 준비된 초코 반죽을 30g 씩 떼어내 모양을 만들고, 초코 알갱이를 붙여서 쿠키를 만드는데, 어린이 관객들은 하트 모양, 별 모양 등 다양한 쿠키를 만들며 즐거워한다.

이 쿠키 체험은 극 중 제빵사인 주인공 류명성이 초코쿠키 단체주문을 받고 혼자 할 수 없다며 관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뤄지게 된 것. 관객들은 연극의 흐름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쿠키 체험학습을 하게 된다. 1인당 3~4개의 쿠키를 만들고 난 관객들은 이내 객석으로 돌아와서 다시 연극 관람에 집중한다. 체험학습이 극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공연에 대한 집중도도 전혀 떨어지지 않고, 관객들은 쉽게 극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갔다.
 

연극 '명성이네 베이커리'를 관람하다가 갑자기 쿠키 체험을 하는 어린이 관객들.ⓒ 강인석

 
주인공 류명성을 연기한 배우 강희만은 "체험이 들어가는 연극이 처음 준비할 때는 어색했는데, 공연을 하다보니 오히려 관객과의 친밀도 형성에 더 도움이 되어서 연극에도 많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배우들도 쉽게 경험해보기 힘든 특별함이 이 공연 속에 있다.
 

연극 '명성이네 베이커리'는 배우가 직접 관객들과 쿠키 체험을 한다. 강희만 배우는 관객과 친밀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강인석

 
탈북민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연극
 
연극 <명성이네 베이커리>는 탈북청소년의 정착기를 다룬 박경희 작가의 청소년 소설, '류명성 통일빵집'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 따라서 다른 연극에서 만나기 어려운 탈북민의 이야기가 제대로 담겨 있다는 것이 두 번째 특별함이다.

탈북 청소년이 힘겨운 과정을 거쳐서 제빵사로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나, 북에 두고 온 또 다른 가족으로 인해 속앓이를 하는 심리나, 브로커를 통해 진행되는 목숨을 건 탈북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이 연극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주인공 류명성이 북에 두고 온 여동생 옥련과, 그녀와 닮은 아르바이트생 '세라'는 남과 북의 청소년의 모습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는 아이콘처럼 보이기도 한다. 빈곤 속에서 자라는 북한의 청소년과 비교적 풍요롭지만, 힘든 시기를 겪는 남한의 청소년이 옥련과 세라 속에 대비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탈북'이라는 단어가 제2의 다문화처럼 다가오는 요즘 시대에, 이 연극은 탈북민에 대한 이해를 돕고 편견을 줄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 아울러 탈북이 '좌절'과 '실패'가 아니라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어서 더더욱 특별해 보인다.
 

연극 '명성이네 베이커리'는 '탈북'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옥련은 힘겨운 탈북 여정 속에 있다. 옥련과 세라를 연기한 배우 이보다미ⓒ 강인석

  
  가족이 함께 하는 소규모 마을 연극
 
이 연극의 마지막 특별함은 '가족'에 있다.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사전신청을 한 관객들은 모두 가족 단위였다. 어떤 어린이는 엄마 손을 잡고, 어떤 어린이들은 엄마 아빠 온 가족이 함께 공연을 보러왔다. 아울러 체험학습까지 함께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가족 프로그램은 없을 듯하다. 게다가 공연 관람료도 무료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가족이 함께하는 공연이다 보니, 무대 반응 역시 활기차다. 어린이들이 먼저 반응하고, 어른들도 이내 동참한다. 어린 관객이 고객이 되기도 하고, 그 옆에 앉아 있던 아버지가 빵집 사장님이 되기도 하니, 연극에 대한 몰입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배우들의 연기도 덩달아 활기를 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가족끼리 앉아서 직접 만든 쿠키를 맛보기도 하고,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가기도 하는 등 풍성한 모습으로 마무리를 했다.
 

연극 '명성이네 베이커리'는 가족들이 관객으로, 배우로, 체험으로 함께 만드는 공연이다.ⓒ 강인석

 
소문을 듣고 경기도 광명시에서 관람 신청을 하고 찾아왔다는 이수민(8세) 어린이는 "엄마랑 같이 쿠키고 만들고 공연도 봐서 즐거웠다"면서 "직접 만든 쿠키가 맛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연극 <명성이네 베이커리>는 지난 9월 21일을 시작으로, 19일 두 번째 공연을 마쳤으며, 오는 11월 16일과 12월 21일 등 두 차례 공연이 남아 있다. 소규모 공연장과 체험학습이 병행되는 특성으로 인해 매 회 20명으로 관람인원이 제한되어 있다. 이 공연은 '2019 신나는 예술여행'으로 준비한 '그토록 예술연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류동 예술연고로 마련되었다.

공연 연출은 김송일 배우 겸 연출가가 맡았고, 배우로는 강희만 배우고 류명성을, 아르바이트생 세라 역할과 여동생 옥련 역할은 배우 이보다미가 맡았다.

아직도 남아 있는 재래시장 좁은 골목을 지나, 오류동 한 구석에서 만나는 연극 <명성이네 베이커리>는 예술이 골목골목 스며들어 사람들의 마음과 삶을 만지고 치유하는 소소한 예술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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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문학가, 시인, 출판기획자 * 아동문학, 어린이 출판 전문 기자 * 영화 칼럼 / 여행 칼럼 / 마을 소식 * 르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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