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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원짜리 자소서' 구매하는 청년들... 불평등한 현실

[리뷰] SBS <뉴스토리> '자소설 권하는 사회' 편

19.10.20 16:38최종업데이트19.10.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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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토리> '자소설 권하는 사회'편의 한 장면ⓒ SBS


기업체 입사를 위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첫 관문, 다름 아닌 자기소개서다. 이를 반드시 통과해야만 인적성검사와 마지막 관문인 면접에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지가 않다. 지원자의 대부분이 첫 관문인 서류심사 단계에서부터 쓰디쓴 고배를 마시기 때문이다.

근래 취업의 문턱이 워낙 높다 보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자기소개서 수십 장은 기본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이 자기소개서가 언젠가부터 '자소설(허구적으로 지어서 쓴 자기소개서를 소설에 빗대어 표현)'이라는 용어로 둔갑되어 불리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한 취업사이트 통계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76.4%가 '자소설'을 작성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19일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뉴스토리> '자소설 권하는 사회' 편에서는 자기소개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실태와 고충을 취재하고, 이에 대한 대안은 없는지를 살펴보았다.

'자소서 포비아' 부추기는 사회

취업준비생 김민정씨는 취업을 앞두고 요즘 매일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50개부터 많게는 100개까지 작성하는 까닭에 자신 역시 "최소한 3~40개는 써야 한다"고 토로한다. 그녀는 "1년 후에도 이걸 하고 있고 더 나아가 몇 년 후에도 이렇게 살고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때문에 잠이 안 올 때가 많다"며 자기소개서 작성 과정에서 겪게 되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그녀는 서류 심사의 공정하지 못한 측면도 꼬집었다. "자소서 문장 하나하나에 녹아있는 어떤 장벽 같은 것들이 느껴지는데,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결과물은 많이 다르다"며 "사회 경제적 지위와 능력에 따라서 차이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29살의 이직 준비생 이민우씨는 지난 한 달 동안에 쓴 자기소개서만 32장에 달한다. 지금까지 쓴 것들을 모두 합치면 100장이 넘는다. 그 역시 "신입을 뽑는데 경력같은 신입을 원한다"며 자기소개서 작성에 커다란 고충이 뒤따른다고 토로했다. 그는 퇴근 뒤 다음날 새벽까지 매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예쁘게 포장한 뒤 계속해서 남한테 자신을 소개해야 하고 어필해야 하는 까닭에 스스로의 삶을 '자소서 인생'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SBS <뉴스토리> '자소설 권하는 사회'편의 한 장면ⓒ SBS

 
그렇다면 이렇듯 취업준비생들이 자기소개서 작성에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원 장민지 박사는 "지금 세대들을 불안하게 하고 신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울감을 던져주는 큰 기제다. 자기를 표현하는 글인 자기소개서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판단해야 하고,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경희대 이종구 미래인재센터장 교수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떤 포비아적인 공황장애 따위의 상담이 점차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며 요즘 학생들이 자기소개서 작성 과정의 어려움을 많이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불공정 시스템이 대필 등 온갖 탈법 유도

과연 자기소개서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공정한 절차일까? 전문가들은 자기소개서가 지닌 가장 본질적인 문제점은 공정하지 못한 점이라고 꼬집는다. 겉으로는 공정을 추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가 모두에게 평등한 사회처럼 보이도록 하면서도 사실은 불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20년째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해오고 있는 취업컨설턴트 이제우 대표 역시 "자소서 질문 항목에 문제가 많다"며 "질문들이 결국 스펙을 요구하고 있으며, 학생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이른바 부모님의 조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기소개서가 이렇듯 스펙을 요구하다 보니 대필 등 각종 탈법적인 일들도 버젓이 성행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인터넷 검색창에 '자소서 대필'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수많은 자소서 사이트 목록이 화면에 쭉 나열됐다. 대필 비용은 적게는 2~3만 원부터 많게는 100만 원에 달한다. 글감을 대필업자에게 전달해주면 이를 기반으로 최대한 부풀리는 방식의 작업이 진행된다고 했다.
 

SBS <뉴스토리> '자소설 권하는 사회'편의 한 장면ⓒ SBS

 
자소서 대필은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등 엄연한 불법 행위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행위들이 워낙 관행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굳이 법적인 문제로까지 불거지는 사례가 적었단다. 이처럼 자기소개서가 자소설로 둔갑해가는 '웃픈' 현실 속에서 취업준비생들은 남들과 조금이라도 차별화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기업은 기업대로 자기소개서에 기술된 내용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고충을 토로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방송은 최근 도입되고 있는 새로운 채용 방식에 주목하고 나섰다.

채용 문화의 변화, 자소서 대안이 될 것인가

국내 최초로 AI 면접 시스템을 개발한 마이다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자기소개서 대신 인공지능을 통해 면접을 실시해왔다. 마이다스 IT웹솔루션 정동진 기획실장은 "스펙 위주로 작성된 자기소개가 일을 잘하는지의 역량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하며 AI 면접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방송에 따르면 현재 AI 면접을 도입한 기업은 170여 곳에 이르며, 최근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SBS <뉴스토리> '자소설 권하는 사회'편의 한 장면ⓒ SBS

 
그렇다면 AI(인공지능) 면접을 통해 채용된 입사자들은 이러한 방식의 채용 시스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의로운 AI 면접 채용 입사자는 "구직활동 와중에 서류, 인적성 시험, 그리고 면접에서도 떨어지는 등 정말 많은 아픔을 겪었는데, 이 방식은 서류 제출자 모두에게 면접의 기회를 주다 보니 조금은 배려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대기업들 가운데 자기소개서 없이 직원을 채용하는 곳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롯데그룹은 자기소개서 없이 지원자의 기획서 만으로 채용하는 전형을 일부 진행 중에 있다. 자소서 4~5개의 항목으로는 구체적인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하기 어려우며, 지원자 역시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어필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그동안 한결같기만 하던 기업 채용 문화에도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움직임들이 과연 자기소개서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최악의 청년 구직난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는 취업준비생들. 이들은 절망감과 분노를 호소하고 있다. 한 취업사이트 통계에 따르면 자기소개서 쓰기가 겁이 난다는 이른바 '자소서 포비아'를 겪는 구직자가 10명 가운데 8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자기소개서를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고 고충을 토로해야 하는 상황. 기업과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나서서 자기소개서에 대한 문제점을 꼼꼼히 진단해보고, 그에 따르는 개선책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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