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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드럼 독주회... 주말 저녁에 이런 예능 처음 봤다

[리뷰] MBC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편이 보여준 예능 그 이상의 가치

19.10.20 16:14최종업데이트19.10.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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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편의 한 장면ⓒ MBC

 
지난 8월 뜨거웠던 여름, 강제로(?) 시작된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편이 19일 '유재석 드럼 독주회'로 3개월 가까운 여정을 마무리지었다. 당사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출발한 어설픈 8비트 드럼 연주는 엄청난 수의 음악인들 손을 거쳐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탄생했고 깜짝 공연과 음원 발표로 결실을 맺었다.

하면 된다? 유재석의 노력

<유플래쉬>가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은 주인공 유재석의 노력 덕분이었다. 요즘 유재석은 과거 MBC <무한도전>이 한창 방영되던 시기 이상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혹자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하루종일 걷고 <런닝맨> 가면 뛰어다니고 <일로 만난 사이>에선 땀 뻘뻘 흘리며 육체 노동에 온 힘을 다 쏟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 와중에 유재석은 드럼 연습에도 시간을 할애하며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방송을 보고서야 자신의 공연(드럼 독주회)가 잡힌 걸 알게 된 유재석은 김태호 PD에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착실히 연습에 매진한다. 50대를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에 도전한 악기 연주가 쉬울 리 만무하다. 조금만 비트를 바꿔 연주하면 박자를 놓치는 등 유재석에겐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지만, 드럼 스승 손스타(체리필터)의 격려와 도움 속에 착실히 연주력을 키워 나간다.

무대가 주는 압박감은 천하의 예능 1인자도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본격 공연에 돌입하면서 유재석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드럼비트 연주를 들려주며 관객과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다. 

다채로운 신곡의 대향연... 이쯤 되면 음악 맛집
 

지난 19일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편의 한 장면ⓒ MBC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작업과정이 공개된 만큼, 발표 이전부터 시청자들이 충분히 친밀감을 느낄 만한 곡이었다. 그럼에도 19일 방영분은 한 마디로 기대 이상이었다. 유희열-윤상-적재-이상순 등의 손을 거친 비트는 힙합과 R&B가 적절히 어우러진 '놀면 뭐해?'와 '헷갈려' 등 2곡의 완성본으로 탄생했다. 이적-선우정아-정동환이 틀을 잡아준 '눈치'는 음원 강자 폴킴과 헤이즈를 비롯해, 20인조 스트링 연주까지 참여시켜 풍성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 시청자들을 사로 잡은 무대는 따로 있었다. 2개의 곡을 하나로 합친 실험적인 구성 '날 괴롭혀줘'와 '못한 게 아냐'의 라이브 연주는 명불허전이었다. 블루스 록 기반의 한상원과 황소윤(새소년)의 살벌한 기타 솔로 배틀을 비롯해, 윤석철과 닥스킴이 펼치는 현란한 키보드 연주는 주말 저녁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에선 거의 접할 수 없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또한 막간의 시간을 활용해 이적, 이상민, 한상원 등이 들려준 긱스 시절의 명곡 '짝사랑' 역시 압도적인 연주력으로 흡인력 있는 공연을 만들어냈다. 특히 드럼 스틱이 부러졌지만 한 손만으로도 위력적인 연주에 임한 이상민은 방송을 지켜본 많은 이들의 찬사를 이끌기도 했다.

20~30초짜리 악기 솔로 연주마저 길고 지루하다는 이유로 편집되는 요즘 음악계 흐름을 생각하면, <유플래쉬>는 분명 남달랐다. 트렌디한 음악과 연주자들의 기량을 맘껏 뽐내던 1960~1970년대 록을 하나의 공연으로 포용하는 과감한 시도로 웬만한 음악 예능 이상의 빼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다. 이를 통해 듣는 재미뿐만 아니라 음악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감동을 한꺼번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This Is Music
 

지난 19일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편의 한 장면ⓒ MBC

 
워낙 볼거리가 넘쳐난 드럼 독주회였던 탓에 당초 예고편으로 소개되었던 고(故) 신해철 미발표곡 연주의 전체 내용은 그의 기일(10월 27일)을 하루 앞둔 다음주 26일로 미뤄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곡 연주에 앞서 소개된 각종 영상들만으로도 신해철+넥스트의 음악을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먹먹한 감정이 들게 해줬다. 

'아버지와 나' 파트 1과 2에 이은 미공개 버전 파트3와 더불어 유재석이 직접 말하는 헌사는 이번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유플래쉬>는 유재석의 무모한 음악도전으로 시작해 음악인들이 맘껏 즐기고 판을 꾸미는 무대로 연결되었다.  

이쯤되면 또 다른 신곡 'This Is Music'(UV+어반자카파)은 이 순간을 미리 예측하고 정한 제목이 아니었을까? 나를 뛰어넘어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면서 <유플래쉬>는 예능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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