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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동생 죽였다는 10살 소녀의 자백... 진실은?

[리뷰]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보내는 일갈, 영화 <어린 의뢰인>

19.10.13 16:07최종업데이트19.10.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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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 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출세지향형의 변호사 정엽(이동휘). 그는 서울의 번듯한 로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오랜 기간 취업을 하지 못한 탓인지 함께 살고 있는 누이는 그를 늘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비록 임시직이지만 그녀는 결국 정엽을 지역 아동복지센터에 강제로 취업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이렇게 하여 출근하게 된 직장, 하지만 어차피 잠시 머무를 곳으로 여긴 탓인지 그의 근무 태도는 다분히 소극적이었으며 불성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10살 다빈(최명빈)과 그녀의 동생 7살 민준(이주원)이 엄마(유선)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아동복지센터에 접수된다. 이후 남매 가정에 대한 센터 차원의 방문이 이뤄지는 등 행정 절차가 뒤따른다. 하지만 다빈과 민준은 이 일이 있고 난 뒤에도 정엽을 찾아와 함께 시간을 갖는 등 그를 찾는 빈도가 잦아졌다.

아이들의 센터 방문이 다소 귀찮게 여겨졌던 정엽. 때마침 한 대형 로펌 회사에 취직하게 되면서 서울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엽의 귀에 들려오게 된 충격적인 소식. 민준이 다빈의 폭행에 의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정엽은 뒤늦게 남매의 일에 관심을 갖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영화 <어린 의뢰인>은 2013년 경북 칠곡군에서 실제로 발생한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배경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7살 남동생을 죽였다는 10살 소녀의 믿기지 않는 자백, 그리고 그 소녀의 뒤에 숨어 철저히 진실을 숨기려 했던 엄마 사이에서, 소녀가 진실을 말하도록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친엄마가 없던 다빈과 민준에게 악몽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건 새엄마 지숙이 집에 들어오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상냥한 얼굴로 다가와 남매를 살뜰하게 보살핀 덕분에 누가 보아도 착한 심성을 지녔을 것으로 짐작됐던 지숙은 시간이 지나자 점차 악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남매의 행동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아이들에게 인정사정없이 폭력을 행사하였으며, 특히 어린 민준이 잘못할 경우 그 책임을 다빈에게 모두 물으며 지속적으로 가혹 행위를 가했다.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 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더욱 안타까웠던 건 남매의 아빠가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으면서도 폭력을 말리기는커녕 방조하거나 되레 부추겼다는 대목이다. 남매는 폭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학교와 경찰서 그리고 아동복지센터 등에 하소연하였으나 돌아오는 건 어른들의 냉대와 새엄마의 보복 폭력뿐이었다.

남매의 유일한 낙은 그나마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금은 들어주는 척하는 아동복지센터의 정엽 아저씨를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정엽이 서울로 취직한 뒤로 남매는 또 다시 외톨이 신세가 되고 만다. 지숙의 폭력은 날이 갈수록 빈도가 잦아졌으며 정도 또한 심해지고 있었다. 민준이 사망하던 그날의 폭행도 사소한 꼬투리로부터 비롯됐다.

민준의 사망 사건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게 된다. 진실을 감춘 채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기 위해 혈안이 된 지숙은 10살 소녀에게 모든 원죄를 뒤집어씌우는 무리수를 둔다. 오로지 출세밖에 몰라 남매의 사연을 건성으로 받아들였던 정엽이 비로소 자신의 무관심이 얼마나 커다란 죄악인지를 깨닫고 남매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극 중 아이들의 처지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안쓰럽고 안타깝다. 툭하면 가해지는 폭력행위도 그렇지만, 자신들이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어려움을 주변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도움을 청할 수 없는 현실이 아이들을 크게 좌절시켰을 것으로 생각되어 답답함을 토로하게 된다. 주변에 있는 어른들 대부분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날마다 가해지는 폭행과 가까이 마주하면서도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이웃들,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찾아갔으나 개인 일로 바쁘다며 외면하는 학교 선생님, 잘못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신고하라 해놓고 막상 신고하면 별 일도 아닌 일로 신고했다며 투덜거리기 바쁜 경찰관들, 그저 요식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절차를 통해 형식적으로 일 처리를 마무리하는 아동복지센터 직원들, 이렇듯 영화 속 어른들은 어느 누구 하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 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린 다빈은 엄마의 지속적인 폭력과 충격적인 동생의 사망 사건에도 불구하고 기댈 곳이 없었다. 그저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다. 결국 정엽의 역할은 진실이 올곧게 파헤쳐지고 상식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어린 의뢰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내게 하는 일이었다.

우리 사회는 자녀를 개별적인 인격체로 받아들이기보다 마치 물건인 양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여전히 적지 않다. 아동 학대 등 아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불행한 사건들은 다름 아닌 이러한 인식 위에서 빚어지곤 한다. 영화 <어린 의뢰인>은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를 철저히 외면하는, 이 세상의 모든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경각심을 갖으라고 일갈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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